▲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의장)는 모전교 부근에서 ‘물대포’에 맞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갔다. ㅣ 이철우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8월5일, 국민들의 반응은 상반되게 표출되었다. 일부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환영집회로 또 한편에서는 청계광장에서 반대집회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공권력 대응도 사뭇 달랐다. 환영집회는 철저히 보호되었고 반대집회는 원천봉쇄와 강경한 진압으로 이어졌다.

광우병기독교대책위에서는 광화문 감리교회관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청계광장에서 있던 시민들의 집회에 합류하였다. 정부의 원천봉쇄 방침으로 청계광장 주변은 경찰차와 경찰이 주변 도로를 메웠고 시민보다 경찰이 많은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기독교대책위 소속 목사들은 종로방향 경찰 살수차 앞에서 원천봉쇄를 항의하며 살수를 막으려 하였지만 수차례에 걸쳐 물대포가 뿌려댔고 이로 인해 문대골 목사님이 쓰러지는 사태에 이르렀다. 물론 기독교대책위 방인성 집행위원장이 온 몸으로 물대포를 막는 살신성인의 광경도 있었다. 그것도 잠시 전경들의 급작스런 구령과 함께 연행 작전이 시작되어 그 자리에 있던 기독교대책위 소속 목사님들과 관계자들이 순식간에 강제로 끌려갔다.늦게 합류해 그 자리에 통일시대 평화누리 깃발을 들었던 나도 경찰 5-6명에게 끌려갔다. 저항을 하자 팔을 비틀고 목을 조르며 들어서 차에 태웠고 그 와중에 안경도 잃어버렸다. 물론 그 와중에 몸에 여러 타박상이 생겼다. 눈이 잘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탄 경찰버스에서 전경들은 무슨 큰 범죄자들을 체포한 양 죄목과 미란다 고지를 하였고, 작은 버스에서 큰 버스로 옮겨 타며 어디론가 이동하게 되었다. 버스 안에서 여러 동지들을 만나 어설픈 웃음을 지어 보이며 도봉경찰서로 향했다. 그렇게 48시간의 연행은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12명이고 그중에 나와 방인성 목사님을 비롯한 목회자 5인(이중 두 분은 여목사님이었음)과 방 목사님의 아들 2명, 그리고 4명의 시민, 다행히 시민 중 1명인 고등학생은 저녁 늦게 훈방되었다. 도봉경찰서 분위기는 연행할 때 경찰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호의와 친절을 보였다. 뒤에 들었지만 김경호 목사님 일행이 있었던 성북경찰서는 그리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정이 지나 우리는 유치장에 수감되어 난생 처음 유치장에 들어가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양말과 혁대까지 벗고 기본 의복만을 갖춘 채 들어간 유치장은 작은 교도소라 할 만큼 철창과 1평 남짓의 화장실이 안에 있고 외부와 차단된 곳이다. 약간 명의 다른 범죄인들이 다른 방에 있었고 우리 일행은 세 방에 나누어 수용되었다. 다행히 깨끗하고 잘 정비되었고 유치인들에 대한 대우는 좋은 듯했다. 특히 집시법 위반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다른 시민들은 괜찮은지, 얼마나 가둘 것인지 등을 생각하며 밤새 뒤척였다. 다행히 텔레비전으로 여러 소식들을 보고들을 수는 있었다. 많은 시민들을 연행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화면과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이 대비되어 지나갔고 우리들 마음에 한없는 서글픔을 주었다. 그날 저녁 같이 도봉서로 연행된 방인성 목사님의 차남과 한 여학생은 미성년자였고 시민 두 사람은 시위에 가담하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중 한명은 우리가 석방된 뒤에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남아야만 했다.

다행히 목사님들은 이례적으로 체포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풀려났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48시간이 다 된 뒤에 풀려나게 되었다. 이틀을 꼬박 지새우니 그 무료함과 답답함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된 48시간의 연행이었다. 먼저 우리 기독교인들이 그동안 시민들의 고초와 연행을 몸소 겪게 되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우리보다 더 억울하고 말도 되지도 않은 사유로 연행되고 구속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였으나 이번 기회로 그 부담은 어느 정도 덜게 되었다.

또한 정권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들에게 안쓰러움과 의식 없는 검사들의 맹종을 보게 되었다. 연행할 때 보여줬던 전경들의 눈빛은 너무 살벌했고 그들을 앞세우는 정권은 더욱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검사들의 충실한 체포시간 엄수는 과거 정부에서의 당당함과는 다른 무소신과 졸렬함 그 자체이다. 그와는 너무 다른 수사관들의 배려와 호의는 너무 감사할 정도였다.

우리 기독교는 개독교라 불릴 정도로 국민들에게 배척당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우리가 국민들 앞에서 서서 외칠 수 있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장로 대통령 때문에 생긴 군사독재만도 못한 상황이 답답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도 다행이다.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과 동행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48시간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시간이라도 갈 수 있는 다짐이 필요한 시간인 듯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보낸 48시간과 몸의 멍든 상처들이 무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고상환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이 지난 5일 부시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연행되어 48시간만에 풀려난 경험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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