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임의 생일잔치”(마가 6:14-29)
세례 요한의 활동과 죽임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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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 헤롯대왕처럼 헬라 문화의 신봉자였고, 그에 필적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내륙 도시 세포리스를 재개발하여 도읍으로 정했고, CE 22년경 그는 갈릴리 해변에 도시를 건설하여 황제의 이름을 따라 티베리아라고 이름을 짓고, 세포리스로부터 천도하였습니다. 여기에서 갈릴리 바다를 ‘디베리야 바다’로 부르게 었고, 게네사렛 호수도 같은 이름입니다. 그는 이와 같은 토목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호황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영리하고 야심에 찼으나, 사치스러운 데다가 아버지보다는 못한 인물로 평가되었습니다.
또한 헤롯 빌립은 안티파스의 이복동생으로서, 누가복음에서는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4분봉왕”이었다고도 합니다(3:2). 헤로디아는 헤롯 아리스토불로스의 딸로서, 안티파스와 빌립 모두에게는 숙질간(조카)이었습니다. 헤로디아는 처음에는 삼촌인 빌립과 결혼하였으나, 후에는 다른 삼촌인 안티파스와 재혼한 것이었습니다.
헤롯 안티파스는 그는 CE 26년에 헤로디아와 결혼하기 위해 부인을 쫓아버렸습니다. 그가 이혼한 옛 왕비는 요르단 건너편에 있는 나바테아 왕국의 공주였습니다. 나바테아(아랍인)인은 유프라테스 강에서 홍해에 이르는 시리아와 아라비아 국경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BCE 1세기-CE 1세기에 팔레스타인과 그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아라비아인(아랍인)들을 일컬어 ‘나바테아인’이라 부릅니다. 그러므로 안티파스는 이 일로 나바테아의 왕 아레타스 4세와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복음서에 의하면 세례 요한은 이러한 안티파스의 행위를 “당신의 형제의 아내를 취하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비판했기 때문에 잡혔고, 마케루스라는 곳에 있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세례 요한이 활동했던 곳이 바로 안티파스가 지배하던 땅과 나바테아의 접경 지역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티파스는 세례 요한을 잡아가두고 처형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요세푸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기록하였습니다. “요한은 의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서로 의를 행하고 살 것과 하느님 앞에서 경건하게 살 것을 강조하면서, 그렇게 하고 와서 세례를 받으라고 하였다. 의를 행하지도 않은 채 그저 죄만을 씻기 위하여 세례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 요한의 말을 듣고 감동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자, (군중들은 요한이 하는 말은 무엇이나 들을 정도로) 요한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본 분봉왕 헤롯은 혹시 요한이 기고만장하여 반역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요한을 처형하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헤롯 안티파스가 세례 요한을 죽인 직후, 아레타스 4세가 국제 무역에서 발을 빼면서 갈릴리 경제는 급속도로 불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그는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하여 안티파스를 패하게 하였고, 결국에 안티파스는 왕위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이 모두가 바로 그가 요한을 살해한 죄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죽임의 생일잔치와 예수님의 활동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를 마가는 예수님과 연결시킵니다. 실제로도 그러한 연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안티파스는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서 묻습니다. 예수님의 정체에 관해서 본문에서는 세례 요한의 죽음과 연결되고 8:28에서는 베드로의 고백과 연결되었습니다. 세례 요한의 죽음과 예수님의 수난예고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세례 요한, 엘리야, 그리고 예언자들은 불의한 정권에 대한 고발과 예언자들의 죽임 당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에 세례 요한도 기적을 행했었는데 이제 예수님도 같은 일을 하니까 세례 요한이 소생한 것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일단 처형된 다음에 예수께서 공공연히 활약했기 때문에 이런 연관이 가능했습니다. 엘리야는 죽지 않고 하늘에 승천해 있다가 종말 심판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을 바르게 인도하려고 내려오리라는 전설이 있었습니다(말라 3:23; 집회 48:9-10). 또한 옛날에는 예언자들이 있었듯이 이제 예언자가 또 한 분 출현했다는 견해인데, 사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예언자나 메시아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누가 7:39; 요한 4:19).
특히 세례 요한의 죽음과 예수님의 정체성과 활동을 연결시키는 것은 마가의 문학적 기법인 샌드위치 구성에 의해서 전개됩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활동을 그대로 수행하는 제자들의 파송과 보고 사이에 세례 요한의 죽임 사건을 끼워 넣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활동하는 세상은 언제나 죽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과 예수님 사이,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는 운명의 동일시로 묶여집니다. 세례 요한이 선포하고 넘김을 당했듯이(1:7,14), 예수님도 마찬가지로 선포하고 넘김을 당할 것입니다(1:14,39; 9:31; 10:33). 또한 예수님이 선포하고 넘김을 당하듯이, 제자들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마침내 넘김을 당할 것입니다(13:9-13). 따라서 세례 요한과 예수님 그리고 제자들은 모두 동일한 예언자의 운명을 맞게 될 것입니다.
세례 요한의 죽임이 일어난 때는 언제입니까? 헤롯 안티파스의 생일날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삶 속에서 직면하는 상황에 큰 의미를 던져줍니다. 왜 그날의 시간적 배경을 생일날로 했으며, 공간적 배경을 생일잔치 자리로 했을까요? 누구의 생일이 누군가의 제삿날입니다. 안티파스는 자기의 생일에 고관들과, 천부장들과 갈릴리의 요인들을 불러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헤롯 안티파스가 생일날 잔치를 벌인 자리에서 세례 요한은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안티파스와 헤로디아에 의해서 그들의 부도덕과 불의를 비판하는 세례 요한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헤롯의 잔치가 로마식 이었더라면 너무 먹어 포식을 해서 마침내는 토하는 약을 먹어가면서 춤과 음악으로 한바탕 화려한 잔치를 벌였을 것입니다. 때마침 세례 요한을 가두어 두었던 때였기에, 그 잔치 배후에는 어떤 불안이 감돌고 있었고, 결국 그 잔치의 끝은 음식을 담아야 할 그릇에 음식대신 세례 요한의 잘린 머리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북 이스라엘의 아합 왕과 그의 아내 이세벨이 엘리야의 목숨을 노리는 이야기와 유사합니다. 헤롯 안티파스와 그의 무리들은 누군가를 죽임으로써만이 자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임의 밥상으로 만연한 세상
오늘 우리의 사회적 상황은 이러한 경향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TV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누군가를 망신시키고 골탕을 먹여야지 자기가 뜬다고 생각하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우리의 대화 속에서도 은연중에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험담하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오죽하면 “칭찬합시다”라는 캠페인과 프로그램이 있었겠습니까.
오늘날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자기의 생명과 권력을 연장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수많은 예언자들이 권력자들에 의해서 탄압과 죽임을 당했습니다. 세상에는 억울한 죽임이 많습니다. 세례 요한보다 더 억울한 죽임도 있습니다. 그러한 죽음일수록 예수님의 죽음과 연관되어야 합니다. 의를 위한 죽음과 안타까운 죽음은 그 자체가 다른 생명을 위한 봉헌이고 대속입니다. 누군가의 그러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촛불집회로 인해서 1,500여명이 연행되었고, 70여명이 구속수감 되었고, 2,500여명이 다쳤습니다. 자기들의 권력을 연장하고, 실정을 감추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 안티파스와 헤로디아, 그리고 그 생일잔치에 참여했던 지배자들의 행위입니다. 지금 촛불이 뜸해졌지만, 아직도 진압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 계속해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이명박과 그 무리들은 자기들의 자치를 위해서 희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참교육 선생님들 해직, 한나라당의 한미FTA 단독상정, 4대강 정비 빌미로 한반도 대운하 추진, YTN 구본홍을 비롯한 언론장악, 국정원 강화, 사이버 모욕죄 등 각종 MB 악법 연내 통과, 1급 공무원 일괄사표(강만수 같은 무능, 오만, 독선 장관은 살려 놓은 채), 멀쩡한 교과서 자의적 수정, 국가인권위 절반으로 축소 등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뒤 살린다는 경제에서는 계속 건설, 토목만을 부양하는 삽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부도를 내면서, 이념 공세로 우리 사회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박희태, 홍준표는 ‘속도전’이나 ‘돌격대’. ‘전쟁터’라는 용어를 쓰면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실시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한 설문 결과를 봅시다. ‘잘했다’는 평가는 6.5%에 그쳤고, ‘잘못했다’는 평가가 49.7%로 나타나 현격한 대조를 보입니다. 어떻게 초등학교에 경찰을 투입할 수 있습니까?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짓거리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해야 하나’ 하는 걱정을 늘어나게 합니다. ‘얼마나 더 많은 예수와 세례 요한을 만들어야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이 한 많은 백성들의 나라인 大恨民國이 될까 걱정입니다.
죽임의 밥상을 살림의 밥상으로
죽임과 살림을 화두로 우리의 삶을 돌아봅시다. 뒤에 나오는 오천 명을 먹인 이야기를 ‘나눔의 밥상, 살림의 밥상’이라고 한다면, 헤롯 안티파스의 생일잔치는 대조적으로 ‘죽임의 밥상’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할 밥상이 잘려진 머리를 쟁반에 들고 들어오는 것은 역설이고 아이러니입니다. 죽임을 통하여 나의 살림을 도모합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임을 획책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악입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불의한 살인, 불필요한 학살, 자기만을 위한 죽임은 온 생명의 평화를 위해서 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은 다른 생명으로 자기의 생명을 연장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은 누군가, 어느 생명의 수고와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내가 입는 옷,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는 가깝게는 가족의 수고로 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생명의 희생으로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을 먹고 생명을 입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 살아 있는 나는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을 전제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우리는 자기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언제나 죽임의 밥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를 위해 희생한 그 생명들에 감사하거나 나만을 위해 산다면 그 밥상은 말 그대로 죽임의 밥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죽임의 밥상을 살림의 밥상으로 바꾸는 일은 내가 나를 위해서만 생명을 희생하지 않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이 나를 위해서 살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 다른 생명들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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