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중신학회는 지난 2월 2일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월례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표자인 홍주민 박사(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는 “민중과 디아코니아”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였다. 논문발표에 앞서 홍박사는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 활동이 실상 반(反)섬김으로 왜곡되어진 경우가 많은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통해 드러난 국민 섬김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한국대형교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권력을 행사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에서 한국교회는 섬김(디아코니아)의 종교가 아닌 지배 종교의 얼굴을 갖게 되었음을 자각하고 근본적인 회개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울러 기독교의 디아코니아는 “강자의 미덕”이 될 수 없고, 고아와 과부로 대변되는 성서의 사람들 즉 가난하고 짓밟힌 민중을 섬기는 민중 디아코니아라고 주장한다.

홍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민중신학이 1990년대 이후 다양한 관점으로 퍼져나가기도 하였지만, 실제로는 지난날 “급진적으로 정향된 내용들이 점차 힘을 잃어”갔다고 평가한다. 민중신학의 실천의 장이 민중<사건>에서 민중<교회>로 전환되어 민중신학의 내용이 변환되기를 요청받았지만, 민중신학은 “교회 내의 신앙적 차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를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중신학이 민중을 섬기는 신학이라면 이제 “디아코니아적으로도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시도로 안병무의 신학을 “디아코니아의 신학”이라고 정의한다.

홍박사는 이날 안병무 신학에서 적극적으로 발굴되지 않았던 종교 영성적, 교회적 요소를 드러냈다. 안병무의 박사논문 주제가 “공자와 예수에게 있어 사랑 이해”라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그에게 “이웃사랑 계명과 하나님 사랑계명은 일치한다.” 이러한 믿음에서 그의 <디아코니아적 실천>이 생긴다. 교권주의적 제도교회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안병무는 대학시절부터 새로운 공동체적 삶의 형태를 계획하며 <일신공동체>를 만들었다. 위계질서가 없는 신앙공동체를 원했던 그의 바램과는 다르게 공동체는 결국 해체되었고, 그가 여러 곳에 뿌린 씨앗이 향린교회, 갈릴리교회, 한백교회라는 열매로 나타난다. 그리고 또 정신적 자녀들을 통해 1980년대 민중교회라는 이름으로 그의 디아코니아적 실천은 확대된다.

한편 안병무는 유럽생활을 하는 동안 유럽의 제도교회에 깊이 실망하였지만, 이와 다르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3만 여개에 이르는 디아코니아 공동체에서 기독교의 희망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는 종종 하이델베르크 근교에 있는 디아코니아 공동체를 방문하여, 그곳의 디아코니세(언님)들이 디아코니아적 실천을 하는 힘이 어디서 형성되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관심이 커지고 구체화되어, 1980년 5월 1일 그는 여섯 명의 자매들과 함께 한국에 첫 개신교 공동체인 <디아코니아 자매회>를 목포에 세우고, 이것이 발전하여 1998년 11월 17일 충남 병천에로까지 확대된다. 안병무는 이 공동체를 “그의 삶의 마지막 열매로 간주하였다”고 한다.

안병무의 민중신학을 디아코니아신학으로 재정의한 홍박사는 기존에 강조되었던 민중의 <메시아적 기능>과 함께, 민중이 예수와 마찬가지로 <디아콘(섬기는자)으로서의 역할>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이중의 실존형태”를 반영한 것으로써, 그리스도는 “교회 안에 디아코니아적 카리스마로 가득한 모습”을 지닐 뿐만 아니라, “세상 고난과 곤경의 깊음 속에서 숨겨진 채로 현존한다.” 이 후자의 모습에서 교회는 세상 안에 숨겨진 신적인 인간성에 근거를 둔 운동을 요청받게 된다.

홍박사는 민중신학이 구체적인 디아코니아 신학으로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만인사제 정신으로 일어선 프로테스탄트의 전통에 있으면서도 반대로 성직제도와 교권을 강화시키려는 한국개신교회의 흐름을 바르게 되돌려 놓을 수 있고, 또 근본적으로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의심 받는 현재의 집사제도가 그 본래적 사명을 회복하여 교회로 하여금 진정한 섬김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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