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 박사의 첫 강연이 12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1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있었다. 한국민중신학회(노정선), 안병무기념사업회(황성규), 그리고 서남동기념사업회(서광선)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날 첫 강연회에서 몰트만 박사는 "그의 이름은 정의입니다: 악의 희생자와 가해자를 위한 하나님의 정의"라는 주제로 뜻깊은 강연을 했다.

그는 먼저 1977년 남미에서 순회 강연을 하던 중 해방신학자 회의에 참여하여 논쟁을 벌였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억압받는 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억압받는 쪽이나 억압하는 쪽 모두 인간됨의 해방을 맞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중세의 고해성사는 물론 종교개혁자들의 칭의론도 일방적으로 가해자 중심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죄인이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되어야 한다면 "도대체 그 죄로 인한 악행의 피해자들은 어디 있는가?"하고 다시한번 물었다.

그는 그 이유의 하나로 로마적 법률체계를 들었는데, 이 제도에 의하면 가해자는 처벌을 받을 뿐 악행을 보상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정의는 단순히 상을 주고 벌을 받는 정의가 아니라 "공의를 바로 세우고 굽은 것을 곧게 하는 정의, 즉 창조적 정의"라고 강조했다.

말라기의 "정의의 태양"을 예로 들면서, 하나님은 불의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공의를 세우시고, 폭력의 희생자들과 연대한다고 말하고 몰트만 박사는 역설하면서, 법의 버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정의가 자기편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 비로소 그 정의의 계시가 시작되고 정의의 부활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가해자 역시 죄와 죄책감으로부터 해방하시지만, 반드시 "희생자의 면전에서 해방하신다"고 강조했다. 또한 화해의 제안자는 오직 피해자이며, 하나님은 희생자의 편에 서신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후의 심판과 새로운 창조의 날이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맞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었지만, 80노구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강연한 만큼 길지 않은 시간에 질의응답은 끝이 났으며, 끝으로 케네디가 봉쇄된 서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나도 역시 (자유) 베를린의 시민입니다"라고 했던 말을 원용하여 "나도 한국의 민중입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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