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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닭 튀겨 자녀 셋 대학끝냈지유"안성시장 모범닭집 김우태, 이애순 부부의 '파닭'이야기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5.19 22:14

매주 토요일·일요일이면 6평 남짓한 재래식 '닭집'에 진풍경이 벌어진다. 18년째 안성 재래시장 통에서 닭만 튀겨온 부부 외에 웬 젊은 선남선녀 3명이 가게를 거든다. 직원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도 아니다. 알고 보니 이들 부부의 자녀들. 어떻게 된 것일까. 

  
▲ 가족 몇 달째 힘든 부부를 거들어주고 있는 아들 김영진(29세, 가운데)씨는 이들 부부의 든든한 우군이다. 재래식 닭집에서 활짝 웃고 있다. 남편 김우태 씨와 부인 이애순 씨가 옆에 서 있다.
ⓒ 송상호
파닭

원조 '파닭'의 대단한 발견이 있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어서부터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재래식 정미소를 30여 년간 운영해오던 김우태씨. 농사와 정미소의 벌이가 시대적 대세에 밀려 시원찮을 때 탈출구를 생각했던 것. 겁 없이 뛰어든 장사가 바로 '닭장사'. 지금의 자리인 안성시장 통(구 하나로마트 정문)에 자리 잡아 18년 세월이 흘렀다.  

재래식 통닭집을 하던 이들 부부에게 8년 전 '파닭'의 발견은 가히 '코페르니쿠스의 혁명'과 맞먹는 수준. 돼지 삼겹살 먹을 때 파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하지 않다는 것에 착안한 작품이다. 그래 맞다. '파닭'은 바로 '파와 닭'의 합성어. 

무릇 '파닭'이라 하면 숙련된 솜씨로 생닭에 '염질(양념질)'을 한 후, 24시간 숙성을 시킨 닭을 말한다. 염질과 숙성. 이게 바로 이 집만의 노하우다. 그렇게 튀긴 닭과 파와 만나야만 궁합이 딱 들어맞는 것. 이것이 파만 얹어놓는다고 '파닭'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비결이다. 

천안, 분당, 용인, 인천, 장호원, 음성, 평택, 대구 등 '파닭' 먹으러 오는 사람들의 출신지역이다. 이젠 손님들이 요구한다. '파닭' 체인점을 자기 동네에도 만들 수 없냐고. '파닭' 먹으러 너무 멀리 오는 거 아니냐며. 한때 그런 기회도 있었지만, 이젠 자신의 동네(안성)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면, 장사해 보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술을 무상으로 전수하겠다는 경지에 오른 김우태씨. 실제로 이들 부부의 배려로 수원과 안양에 '파닭집'이 오픈했다. 

  
▲ 닭 이것이 염질을 한 후 24시간 숙성해서 임시로 튀긴 닭이다. 손님이 주문하면 한 번 더 튀겨서 파와 함께 팔려나간다.
ⓒ 송상호
파닭

"고난과 위기, 이렇게 이겼시유" 

이런 '닭집'에도 좋은 일만 있지 않았을 터. 1년 365일, 늘 얼음에 손을 담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닭의 신선도 유지가 생명이니 그렇다. 저녁에 마치는 시간 무렵, 설거지만도 거의 1시간이 소요된다. 마음 먹고 기름 때 청소할라치면 2시간은 기본. 밤 12시 정도가 되어야 저녁 먹고 바로 쓰러져 잔다. 아침 6시면 기상이다. 단체 주문이 있는 날이면 기상시간은 새벽 5시.       

위기도 있었다. 몇 년 전 한 달 사이에 김우태씨의 부친과 친형이 돌아가신 것. 그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렸는지 황소같이 큰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공교롭게도 '파닭' 체인점을 양성화하려는 시점이었다. 

또 한 번의 위기. 그것은 부인 이애순씨의 사고. 2003년도 파를 절단하는 기계에 이애순씨의 손이 씹힌 것. 피가 철철 나는 등 상당히 위급한 상황. 그렇게 어수선한 것이 마무리가 되었지만, 남은 것은 장애 6급. 다친 엄지손가락 부분이 구부러지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이들 부부는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아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자녀 3명(딸 둘, 아들 하나)이 모두 4년제 대학에 걸쳐 있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 파닭 이것이 진정한 '파닭'이다. 이들 부부의 '염질과 숙성'의 노하우와 파가 만난 모습이다. 단골들은 이 맛을 못 잊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 송상호
파닭

"요즘은 우리 자녀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는 거유.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3명이 모두 나와서 우리 고생한다고 도와준다니께유. 그러면 주위에 시장 사람들이 '자식 농사는 참 잘했구먼. 부러워 부러워'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듣기 좋지유." 

그렇다. '우여곡절, 파란만장, 위기일발'의 세월을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도 자녀였고, 역경세월의 보람 중 보람도 자녀였다. 

튀긴 닭 한 마리 3900원에서 지금 9000원에 파는 시대까지. 늘 피곤한 부모를 위해 몇 달 째 이일을 거들어 주며 옆에서 함께 하는 아들이 있어 이들 부부는 그저 든든하기만 하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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