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기로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된다는 절기이지요.

이 무렵이면 겨울과 봄을 교차하는 바람이 붑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어제 불던 겨울의 끝자락에 선 찬 바람과 봄을 앞세우고 오는 훈훈한 바람이 섞여서 몹시도 불었습니다.

기도처소인 송촌벌 뱃나들이에도 우수를 알리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수에 부는 바람은 어느듯 어제까지 얼어있던 북한강의 물가를 녹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기도자는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의 사무국장으로 사역하고 있는 조용희 목사였습니다.

조목사님은 통합측 목사로서 이번 기도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기도회가 중심은 기장이 잡고 있지만, 초교파적인 연대행사임을 잘 드러내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번 생태공동체 운동본부가 주최한 목회자 워크숍에도 참가해서 생태적인 목회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이른 아침에 목사님은 아직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강을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목사님은 에스겔서 47장을 묵상하셨습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아니겠습니까?

이 땅을 흐르는 네 개의 강줄기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그 물인 것이죠. 그 물은 그 자체의 생명력과 치유력이 있어서 모든 죽어있는 것들을 살리는 것이 아닌가요?

심지어 죽었다고 판정을 받은 死海마저도 다시 살아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 물을 회칠한 무덤으로 만들려고 하는 지금의 형국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후 3시 교대시간이  되어서 기도처소에서 내려온 조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일터에서 일하던 용진교회 집사님과 권사님들이 오후 3시 교대시간에 이어지는 기도회에 모여왔습니다.

비록 적은 수의 무리였지만 밤 새 기도와 묵상으로 지낸 목사님의 말씀은 듣는 것은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마치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을 보듯이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일 손을 놓지 않고, 기도의 손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그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돌아가는 조목사님 손에는 유기농 야채박스가 전해졌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에스겔 47장 12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 강가에는 이쪽이나 저쪽 언덕에 똑같이 온갖 종류의 먹을 과일 나무가 자라고, 그 모든 잎도 시들지 않고, 그 열매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유기농 하우스에서는 지하에서 솟구쳐 올라와 수막을 만들고 흘러가는 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우스 안의 모습이 궁금하여 정집사님의 하우스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말씀처럼 잎이 시들지 않는 채소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