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

이 말은 그리스도교의 처음 말이요, 마지막 말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이 명제로 시작되었고, 이 명제로 마지막을 장식할 것입니다. 이 명제 없이는 그리스도교 없고, 그리스도교는 오로지 이 명제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이유는 이 명제를 잘못 해석하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들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함을 지적할 때 주로 교회의 행동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 교회의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명제, “예수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말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근본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면, 선한 사람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나 선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습니까? 선하게 보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선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나쁘기 때문에 나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신앙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사람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교회가 교회답게 서려면, 근본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교회가 이 명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그리스도를 곡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적 예수를 만나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도 그 사람의 속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내 속으로 낳았어도 내 아들놈 속을 모르겠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하물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예수그리스도를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렇다고 포기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삶이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렵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될 수 있겠습니다.

도대체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일단은 처음 문제부터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믿습니다. 자기 자식도 믿고, 부모도 믿고, 친구도 믿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믿고 여자는 남자를 믿습니다. 심지어 이웃집 아저씨도 믿고, 면도를 해주는 사람도 믿습니다. 사람들은 수없이 발등을 찍혀도 사람들은 믿습니다. 물론 잘 믿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믿지 않을 뿐이지 믿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믿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믿지 않으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나다가 행인들이 나를 칼로 찌르지 않는 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운전을 하는데, 마주 오는 차가 정면으로 내 차로 돌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차를 탈 수조차 없습니다.
 
사람은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입니다. 믿고, 안 믿고를 내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믿기 때문에 사람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이란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믿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믿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믿음이 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믿는 것이 아니고, 믿음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믿음이라는 것에 내가 위치해 있을 뿐입니다. 내가 주어가 아니라 믿음이 주어입니다. 믿음이 있고, 내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 믿음이 영원한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믿는다’는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믿음 속에 위치할 수 있을 뿐입니다. 나는 믿음에 의해 노출 될 뿐입니다. ‘믿음이 있니, 없니’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은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2. 믿지 말아야 할 것

그러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서 있는 위치가 올바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믿을 것을 믿어야지, 믿지 말아야 할 것 또는 믿지 않아도 되는 것을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믿지 않아도 되는 것을 믿는 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첫째, 정보를 믿는 것은 올바른 믿음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한강이 서울에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한강이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믿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10대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알면 되는 것입니다. 정보는 알면 되는 것이지 믿음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은 정보를 믿습니다. 동정녀 탄생을 믿고,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을 믿고, 예수님이 부활한 것을 믿습니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보입니다. 정보를 믿을 수는 없습니다. 정보는 그냥 알면 되는 것입니다. 정보는 알면 아는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 것입니다. 물론 정보가 믿음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보가 믿음 자체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매주 암송하는 사도신경 조항에도 이런 것을 믿는다고 고백하지 않습니다. 사도신경 조항에서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과 예수그리스도, 그리고 성령과 몸이 다시 사는 것, 등등입니다. 
  
정보를 믿게 되니까, 정보에 목숨을 겁니다. 동정녀 탄생을 했니, 안 했니 말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믿는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이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이 처녀 탄생을 했다는 정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예수님을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이 초인적인 힘으로 물 위를 걸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별개의 것입니다.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은 올바른 믿음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은 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너를 믿었는데”라는 표현을 합니다. 이 말은 내가 너를 믿었는데 배반을 당했다는 말입니다. 친구들 간에, 사업을 하는 파트너 간에 자주 하는 말입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믿음이 아닙니다. 믿음에는 배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반을 당했다는 사람의 말을 잘 들어 보면, 그는 사람을 믿은 것이 아니라 친구가 지니고 있는 돈이나 권력 같은 것을 믿은 것입니다.
  
우리들의 엄마가 아들을 믿는 믿음을 보십시오. 참된 엄마는 아들에게 절대로 배반을 당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아들이 엄마를 배반을 하던 안 하던 그건 아들의 문제입니다. 엄마는 아들이 어떻게 되든 아들을 무조건 믿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하나님만 믿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원래의 뜻은 참이고, 진리입니다. 그러나 쓰는 용례에 따라서 아주 다른 말이 됩니다. 원래 “하나님만 믿어라”는 말은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온전히 사람을 믿는 것이 하나님만을 믿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은 사람을 믿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믿어 놓고, 사람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과 사랑과 소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교회가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한 교회로 전락해 버리고 맙니다. 보이는 것은 그냥 보면 됩니다. 보이는 것을 믿음이라는 단어로 수식을 하게 되면 믿음이 왜곡되어 버리고 맙니다.(계속)

문동수 목사  dongsu-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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