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발생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해 2011년 2월 18일 현재까지 매몰된 동물의 수는 총 880여만 마리다. 소 150,726마리, 돼지 3,185,116마리, 닭-오리 554,835마리, 염소 6,148마리, 사슴 3,053마리다. 그리고 현재 지침에도 없고 구제역과 관련 없는 동물인 ‘개’까지 묻지마식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개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돼지를 살아 있는 채로 매몰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시간적인 구실을 대지만 현장은 전혀 다르다. 한 마리씩 포크레인으로 밀어댈 때 돼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도망다니고 있었고, 살아서 도망다니는 돼지 한 마리를 구덩이에 던지는 방법은 도살 후 매몰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이었다. 생매장의 방법은 비인도적일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걸리고 환경오염에도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돼지가 땅 속에서 살아 있는 시간은 20시간 이상도 될 수 있다. 맨 처음 던져진 돼지들은 가장 아래쪽에서 압사로 인해 바로 죽게 되지만, 마지막에 던져진 돼지들은 다음 날까지도 살아 있을 수 있다. 한 축산 농가의 주민은 매몰된 다음 날까지 땅 속에서 돼지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살처분 작업으로 인한 사상자 126명, 농민들의 자살. 무리하게 진행된 살처분 생매장의 방식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경운동 천도교대교당에서  5개 종단(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과 35개 단체가 주최하고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이 후원한 '구제역 살처분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문화제'에서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 <에큐메니안> 이병일 편집위원

이에 대한 아픔에 신음하며 5개 종단(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과 35개 단체가 주최하고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이 후원한 '구제역 살처분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문화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경운동 천도교대교당에서 열렸다.

이날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동영상에는 지난달 1월 11일 이천시 대월면 송라리(400마리)와 군량리(1,050마리)의 매립지에서 생매장 당하는 돼지의 매립 장면과 천안에서 CO2로 살처분 후에 매장하는 장면을 촬영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는"가축이라 불리는 농장동물들은 비좁고 불결한 환경 속에서 단 한 번도 바깥을 나와 보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구제역, 조류독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고통스런 환경 속,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질병들. 경제적인 가치로 인해 그들을 내모는 방법은 땅 속, 깊고 싶은 수렁. 살아서 처음으로 맡아보고 밟아보는 흙도 잠시.머리 위로는 고통스런 흙만 가득 채워집니다. 누가 감히 그들을 지옥으로 보낼 자격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들이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무도 그들을 이렇게 내몰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의 외침을 오로지 하나였습니다.'살려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제작한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경과보고 과정에서 중간 중간에 눈물을 삼키며 동영상의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천안에서 예외적으로 돼지를 CO2로 살처분 후에 매장하였는데, 그 때에 농림부장관이 방문한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문화제에서는 강진구, 이영아(선문화진흥원) 씨가 목소리 연극 ‘돈공의 대화’를 하였고, 전희식 대표(천도교한울연대)가 쓴 ‘늙은 소의 연설’을 김혜정 사무국장(천도교한울연대)이 낭독했다.  한약사 이현주 대표(고기 없는 월요일)는 짧은 강연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수 김정식(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씨가 ‘내가 할 수 있다면’과 ‘봄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Emily Dickinson의 시를 번안하여 김정식 씨가 곡을 붙인 노래 ‘내가 할 수 있다면’의 가사는 인간의 탐욕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다 누리지 못하는 동물들의 죽음을 안타까와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내가 한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내가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 내가 숨져가는 흰 물새를 다시 노래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내가 한 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내가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 새들을 다시 노래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이들은 지난 지난달 17일,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당시 190만 마리 가축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교의식을 가졌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을 했다. 이어 이달 8일에는 5개 종교 33개 단체 주최로 ‘구제역 사태를 맞은 범종교인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반생명적 문화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 문화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들은 다음달 1일 정오 서울시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3.1절 기념행사를 합동으로 열면서 구제역으로 희생된 생명을 위한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참여 단체 - 5개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35개 단체

개신교(14) : 감리교 농도생협, 감리교 농촌목회자협의회,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기독교농촌개발원,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장 농민선교목회자연합회, 기장 생명선교연대, 연구집단 카이로스, 예장 농민목회자협의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한국민중신학회, 향린교회 사회부
불교(8) : 불교여성개발원, 불교환경연대, 사단법인 보리, 사찰생태연구소, 에코 붓다, 종교와 젠더 연구소,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원불교(1) : 원불교 환경연대
천도교(2) : 천도교 한울연대, 천도교 청년회
천주교(10) :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가톨릭청년연대, 가톨릭환경연대, 우리신학연구소, 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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