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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느냐?”시대의 갈릴리, 평택에서......
고상균 | 승인 2006.04.15 00:00

매캐한 황사의 끝자락이 반도 허리를 지나던 4월 13일에 저는, 평화공동체 운동본부가 주최한 평택 천막교회 사순절 평화 릴레이 기도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제가 속한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의 우리 신학회, 그리고 기장청년회 소속 청년들과 함께 시대의 갈릴리, 평택 대추리를 찾았습니다.

어슴푸레 해가 져가는 시각에 당도한 대추리의 풍경은 그저 평범한 우리네 고향과 같은 곳으로 느껴졌습니다. 넓은 들녘, 그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 처음엔 정말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을의 바로 옆에 논 같지는 않은, 무척 환하고 넓은 대지가 미군 기지임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뒤이고 바로 옆 사람과의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을 만큼의 굉음으로 머리 위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지나가는 전투기, 헬기들을 보며 비로소 우리가 도착한 땅이 어디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신대학교신학전문대학원 우리신학회 학회원들이 평택 대추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버님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 주변에서 모이신 약 80여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며, 마음속으로부터 올라오는 비분과 침통함을 누를 길이 없었고, 590회의 집회 만에 이제야 나타난 우리들을 질책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따듯한 웃음과 박수와 함께 보내주시는 마음에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는 송구스런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대추리 분교 마당 한 켠에 마련되어있는 천막교회에서 가진 기도회에서 우리들은 갈릴리에 먼저 가서 자신을 버리고 한달음에 달아난 제자들을 인내로 기다리시다가, 뒤늦게 엉거주춤 나타난 제자들을 향해 그 어떤 질책도 없이 정성껏 아침을 지어주시곤,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을 통해 실천과 행동을 촉구하신 예수께서, 이제는 평택 대추리에 먼저와 우리를 기다리시곤 역시 어떤 질책도 없이 특유의 그윽한 눈길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너희는 사랑하고 있느냐?”고 던지시는 질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숙소에서 만난 평통사 소속 활동가들과 한신대학교 학부 자원 활동가와의 만남을 통해 평택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어왔는지, 그리고 그 싸움의 소중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우리 앞에 서있는 저 유명한 “대추리 교회” 건물을 보며, 이 싸움 앞에서 이 시대의 교회가 얼마나 민중과 정의를 외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의 유적-만약, 지금은 철거된 중앙청이 남아있었다면 같은 의미가 있었겠지요-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차를 타기 위해 마을 입구까지 걸어 나가는 동안, 우리를 배웅하며, “결코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우리를 잊지 말고 함께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한 집집 담장에 페인트로 적혀있는 격려문과 투쟁의 글들을 보며 다시 한 번 그 숙연함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담장에 적힌 싯구. 어서 빨리 시인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에겐 그저 하루 동안의 ‘경험’이지만, 그분들에겐 생존이 걸린 매일의 ‘삶’임을, 아니 결코 이일은 그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을 자본 추구 전쟁의 전진 기지로 만들려는 악한 이들에 대항하는 우리 모두의 절실한 문제임을 가슴속 깊이 느끼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매일 매일 그 자리를 지킬 순 없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실천하고, 이러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들이 속한 삶의 자리 곳곳에서 증언하고 전파하는 모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시대의 갈릴리, 평택! 그곳에서 금주 부활을 맞이하시는 주님은 앞서가서 매일 매일을 동구 밖에 나와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시며, 이렇게 말씀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너희는 사랑하고 있느냐?”

고상균  greatks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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