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일 목사 - 강남향린교회 담임 - 본사 자문위원

해마다 맞이하는 부활절입니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신앙입니다. 처음 교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보다도 더 중요한 일로 여겨졌고 기억되었습니다. 구약의 안식일이 주의 첫날인 주일로 바뀌게 된 것도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그리스도인들이 모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인'이라는 성의 입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나인성에서는 상여를 맨 장례 행렬이 나오고,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행렬은 나인성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두 행렬이 마주쳤습니다.

과부이면서 젊은 아들을 잃은 여인이 슬픔에 잠겨서 울고 있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과부는 이제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습니다. 이미 남편을 잃은 여인이 외아들마저 잃은 것은 삶의 극한적인 나락에 빠지게 된 것을 말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지푸라기라도 잡을 힘과 의지도 사라졌습니다. 그 여인은 그저 울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의 요청도 하지 않습니다. 삶의 극한에서 스스로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실의에 빠진 여인에게 울음을 멈추라는 예수

예수님은 여인의 모습을 보고 측은지심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은 실의에 빠진 여인에게 이제는 울음을 멈추라고 합니다. 울던 울음을 멈추고 마음을 추슬러서, 하느님이 자기의 백성에게 찾아오심을 보고 희망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이 도움을 요청할 의지마저도 잃어버린 그 여인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많은 기적들은 당사자나 주위 사람들의 간절한 요청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누구도 그러한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때때로 아무에게도, 무엇이라도 부탁할만한 마음이 없을 정도로 극한적인 절망과 시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행동이 그저 무의미한 몸놀림일 때가 있습니다. 이 때가 바로 예수님을 만날 때입니다. 희망이 필요한 때입니다.

예수님은 장례 행렬을 앞에서 관에 손을 대었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관에 손을 대는 것은 부정한 것이었습니다(레 22:4; 민 19:11). 그러나 예수님은 스스로 부정해지면서까지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죽은 젊은 아들에게 “일어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죽은 사람들을 살릴 때 모두 같은 말을 사용합니다(마 17:7; 막 5:40; 눅 8:54; 요 11:43).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릴 때에도, 이미 무덤에 묻힌 나사로를 살릴 때에도 “일어나라!”(ἐγείρω)고 합니다. 성서에서 부활과 관련된 단어는 세 가지 인데(ἀνίστημι ἐξανίστημι), 모두가 “일어나다, 봉기하다”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죽었던 젊은 아들이 일어나서 말하기 시작했고, 예수님은 그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냈습니다. 이 일로 외아들을 잃고 슬퍼하던 여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하느님의 돌보심을 경험하였습니다. 부활은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을 때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부활의 사건이고 부활의 신앙입니다.

일어나라! 당당한 생명의 존재가 되라!

이 사건이 일어난 곳은 나인성 주변입니다. 나인이란 말은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또는 “즐거운”이라 뜻입니다. 사건의 처음 분위기는 즐거운 곳에서 죽음의 행렬이 나오는 기묘한 상황입니다.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누려야할 생명들에게 죽음의 행렬은 언제나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죽음의 행렬입니다. 우리의 의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죽음의 행렬입니다.

생명의 땅, 즐거운 일터와 평화로운 들녘에 죽음의 전쟁기지를 만드는 행렬이, 생명을 키우는 벼가 자라야 하는 논을 평화를 깨뜨리는 기지로 만드는 행렬이 오늘 남한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농민들과 국민들을 상태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 있을지도 알지 못하는, 아니 알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수님의 부활과 예수님이 일으킨 부활 사건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의 잠든 몸을 만지고 차가운 마음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십니다.

- "일어나라!" 죽음의 위협에서 죽음의 두려움에서 떨치고 일어나 당당한 생명의 존재가 됩니다.
- "일어나라!" 자신의 사명을 깨닫지 못한 채 상여에 실려 이리저리 헤매는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 "일어나라!" 잠자는 우리를 깨우고, 안일한 우리를 자극하는 말씀입니다.
- "일어나라!" 삶에 지쳐 주저앉아 있는 우리를 향한 희망과 격려의 말씀입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