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긴다.

마가복음 7:24-30

정진우 목사

며칠 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어떤 소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마침 아무도 없어서 제가 전화를 받았는데 다짜고짜로 목사님이세요. 그러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창세기를 보면 뱀이 말을 하는데 어떻게 뱀이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에는 뱀도 사람처럼 말을 했느냐고 말입니다. 여러분 참 재미있는 물음이 아닙니까? 진짜 이상하지 않습니까? 뱀이 말을 하다니!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약간 당황이 되기도 했고 신화, 설화 이런 성서문학장르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도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뱀은 말만 한 것이 아니라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뮤지컬 공연도 했다. 그 소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지만 목사가 그렇다고 하니 의아해 하면서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만일 그 소녀가 계속 질문을 했다면 저는 그 당시에는 뱀만이 아니라 고래도 영화를 찍고 호랑이도 담배를 피우고 사자도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던 시대라고 말해 줄려고 잔뜩 별렀습니다만 말이 안 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지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 말이 답이 되었을까요?

저는 전화를 끊고 앞으로 그 소녀가 성경을 계속 읽을지 던져 버릴지 모르지만 만약 계속 성경을 읽게 되면 참 많은 물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응원 했습니다. 그래 많이 물어라 더 많이 물어라 묻는 만큼 깨닫게 될 것이다. 답이 생기지 않으면 밤을 새워라. 성경 읽다가 풀리지 않은 것 때문에 고뇌하고 아파해라. 쉽게 타협하지 마라. 책을 뒤지고, 스승을 찾고, 논쟁을 하고 하나님께 울부짖어 보기도 해라. 그래야 눈이 열리고 생각이 크고 뜻이 영글어 갈 것이다.

오늘 약삭빠른 현대인들이 성경을 읽어도 지 좋은 대로만 읽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삼박자 구원론류의 자기 욕망의 충족을 위해 성경을 읽지 정말 하늘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음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체 하는 못된 버릇, 적당히 교리로 얼버무려서 성경을 읽으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 그래서 성경을 읽어도 내 인격이 부서지고 무너지는 십자가의 경험이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당연히 부활도 없지요.

여러분 성경을 읽으면서 자꾸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이 우리에게 대답하시지 않겠습니까? 자꾸 물으세요. 의문 나는 것 그냥 덮어두지 말고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다 아는 체하지 말고! 나는 모른다. 영원히 모르지만 계속 묻다보면 길이 열리겠지 하는 희망으로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이야기도 정말 많은 물음이 생기는 그런 성경이 아닙니까? 이런 성경 읽으면서도 안 물으면 그건 정말 문제입니다. 복음서 문학의 세계 속에서 이 이야기는 정말 독특합니다. 아니 좋게 말해서 독특하지 제대로 말하면 정말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먼저 예수님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늘 보면 예수님은 유대 남성우월주의에 매몰된 못된 사람으로 등장하지 않습니까? 평소 그렇게 자상하던 예수님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주님이 아니지 않습니까?

병든 딸을 고쳐보려고 예수 앞에 엎드린 여인에게 예수가 하신 말씀은 지나치다 못해 혐오스럽지 않습니까? 개라니! 사랑의 주님이 이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필경 무슨 곡절이 있지 않고서는 이럴 수는 없는 것이지요? 도대체 무슨 사연이, 무슨 까닭이 있기에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이런 막말을 하는 것입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귀신들린 딸을 가진 시로페니키아 출신 그리스 여인이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왜 성경은 이 여인의 혈통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적고 있습니까? 그게 중요하니까 그저 그 여인의 고향 정보, 지리적 이해를 돕기 위해 하는 말이라면 그건 지리 역사 교과서지 하나님 말씀인 성경이 아니겠지요.

이런 것을 잡아야 되는 것입니다. 시로페니키아 출신 그리스 여인! 이 여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이란 당시의 사회 상류층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시로페니키아란 옛 시리아 제국의 페니키아 출신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전주 이씨 안동권씨 그런 말입니다.

세도가의 딸 최상류층 여인, 명문거족의 후예! 그런 여인이 무명의 한 식민지의 종교지도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말인 것이지요. 여러분 이게 보통 장면입니까? 아니 평소 같으면 쉽게 벌어질 일이 아니지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장면이지요. 사실 저는 여기서 여자, 여인이라고 하는 성경표현에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여인이 아닙니다. 여인이란 산장의 여인, 해변의 여인 그런 이미지지요. 그게 여인이에요. 여인은 절대 이런 일, 모르는 사내 앞에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여인이 아니라 아줌마입니다. 세상에 가장 힘센 사람이 아줌마 아닙니까? 아줌마는 다 이깁니다. 귀신 잡는 해병도 이기도 공수부대도 이기고 레슬링 선수도 아줌마를 당할 수는 없습니다. 왜 아줌마는 위대하니까요. 

왜 평소 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런 장면이 생겨 날수 있습니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 딸이 병들었다는 것이고 이 분이 아줌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여기서 만약 이 사람이 남자였다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지 않습니까? 무슨 격식과 체면을 차려서 예수를 청했든지 아니면 아예 거기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거길 어떻게 가냐 그런 생각이 먼저 하는 것이 남자들 아닙니까? 왜? 그것은 사회통념에, 자존심에 맞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아줌마는 달랐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계급과 지위 신분과 체면 그런 것보다 더 강한 것 그것이 병든 딸의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이지요. 모성애! 그 어미의 사랑이 그 아줌마를 식민지 백성 저 아래 천한 계급의 사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한 것이지요. 예수님이 이런 사정을 몰랐을까요? 아셨겠지요. 예수님이 이런 사정을 몰랐다면 그건 예수님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겠지요. 아셨겠지요.

그렇다면 예수님이 이 아줌마의 계급을 초월한 자녀 사랑에 감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머니 일어나십시오. 뭐 이러실 것 까지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어서 가자고 내가 가서 고쳐주마 하고 그렇게 앞장서 길을 나서야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사실은 오늘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 고친 것도 좀 이상해요. 대개 예수님이 직접 가서 고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회당장 야이로의 딸 고치는 것도 찾아가서 고치는 것이지요. 만나지도 않고 고쳤다. 그걸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신학자들이 원격치료라 하고 속없는 소리를 해대는데 이건 단지 거리가 떨어져 고쳤다는 원격치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니 그러시면 다른 사람들도 다 원격치료로 고치시지 왜 굳이 바쁘신데 찾아 다시면서 침 바르고 손잡아서 고치십니까? 이게 다 이상한 것이지요. 하여튼 예수님이 이상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 너무 따지지 맙시다. 오늘은 그냥 이상한 것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 재료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오늘 예수님과 이 여인의 만남은 세상 기준으로 보면 예수에게는 황송한 일입니다. 그 여인의 행동은 참으로 파격적인 것이고 대단한 용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으로서는 그 여인이 그처럼 자신의 처지를 넘어서 행동했으면 그에 대한 응대로서 적적한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맞는 것이겠지요. 상대는 명문거족의 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처럼 자신의 자손심이나 체면 세상의 예절 그런 것 다 팽개치고 엎드린 그 여인에게 매몰찬 소리를 던집니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을 개라고 비아냥하지 않았습니까?

상식적 인간이라면 여기서 일어나 돌아서서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 알고 보니 참 무례한 사내 였구만, 소문에는 사랑과 자비가 많다고 하더니만 해도 너무하네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덥석 예수의 말을 받아 대꾸합니다. 상아래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 그녀는 이 순간 완전히 개가 된 것입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무엇 때문에 이 최상층 여인이 개가 되어야 합니까? 자식 사랑 때문에 악한 영에 사로잡혀 죽어가는 딸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녀는 완전히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녀는 이 순간 세상에 모든 개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는 그 여인을 아주 망가뜨리는데 앞장서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이 장면에서 세상이 와장창하고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지금 이 예수와 여인의 대화 속에서 소위 신분 계급 체면 그런 것으로 구성된 이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모든 허황된 세상의 구조, 눈을 뜨고 보면 정말 우스운 세상 질서, 우리가 그것 무너지면 큰일 날것이라고 생각하는 차별의 질서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의 모든 차별의 질서를 걷어차 버리는 여인의 당당함! 개라면 어떠냐 스스로 개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체면과 긍지 자신의 프라이드와 사회적 위치를 던져버림으로써 생명의 살리는 길에 들어선 어머니의 사랑. 예수님은 여기서 손을 듭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딸에게 끈질기게 달려 붙었던 악한 영 귀신이 물러갑니다. 무슨 말입니까? 계급이나 민족으로 서로 차별하는 질서가 존속하는 한 우리 자녀들은 악한 귀신들로부터 자유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명문거족의 자존심으로부터의 회개! 스스로 잘난 사람이라는 그 귀족주의로 부터의 회개가 없이는 우리는 새로운 내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 딸을 괴롭히는 귀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귀신은 바로 계급과 민족으로 막혀버린 세상에서 활약하는 악한 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초대교회가 당면한 문제 복음 선포를 이방인에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유대 민족주의 안에 기독교가 갇혀 있을 것이냐 아니면 저 더러운 개들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해야 할 것이냐 하는 그 갈등의 한복판에서 선포된 말씀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것이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여러분 문익환 목사님이 김일성 껴안았다가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랑 때문에 자식에 대한 간절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 개가 되어 버린, 자신의 모든 기득권적 사유로부터 완벽하게 돌아서 버린 한 여인이 있었기에 복음은 마침내 유대민족주의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전진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사랑이 이긴 것이지요. 이념과 사상 계급과 민족 이런 것으로 간막이 되어버린 세상을 구원할 길은 사랑에 자신을 던진 여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습니까? 민족분단으로 인해 갈갈이 찢겨 있는 세상입니다. 이념의 벽 높지 않습니까? 남북갈등을 넘어 남남갈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양극화라고 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세상은 점점 더 갈등이 깊어갑니다. 어떻게 이 벽을 돌파 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해법이 나옵니다만 신통치 않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인류의 새 역사를 열어갈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지요. 사랑으로 자신을 넘어선 사람! 사랑 때문에 자신의 계급과 사회적 조건들을 넘어선 사람들 말입니다. 사랑이 이깁니다. 더 잘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잡습니다. 참된 내일은 바로 이런 이들로 열리는 것입니다. 오늘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모르는 비밀이 이것입니다. 새 역사의 주인공은 머리 좋고 말 잘하고 공부 잘하고 일류 대학 나오고 늘 경쟁에서 승리할 줄 아는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전부를 걸어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가 결여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 같은 것들이 아닙니다. 이 시대가 진정으로 가난한 것은 경제적 번영이 뒤쳐져서도 과학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 사람은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새 시대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사랑으로 새 역사가 열립니다. 사랑으로 승리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창립 60주년 새 역사 교회의 미래를 꿈꾸는 희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행사도 준비하고 교회건물도 새로 지으려고 합니다. 누가 교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수 있습니까?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그 사랑의 능력에 의해 우리의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교회사랑 우리교회의 3매 목표입니다. 그 사랑의 능력으로 새 시대의 주인공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