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

(에스겔 34:25-31; 요한복음 10:22-39)

이병일 목사

<신천지와 하느님들>
기독교인들이 추구하는 하느님 나라를 다른 말로 하면 “새 하늘 새 땅”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신천지나 새누리가 됩니다. 지난 대선 때에 새누리당과 신천지가 서로 돕는 관계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천지의 수석장로 황길중 씨(69세)는 작년 11월 24일 국민행복종교본부 자문위원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신천지에서는 그들의 성지인 과천에 대규모의 성전을 짓기 위해서 유력한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해서 계속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천지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 성전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최근 개신교계에서는 대대적 신천지 배척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목사들이 만나면 꼭 입에 오르는 화제이기도 합니다.

1~2년 전부터 많은 교회가 입구에 ‘신천지교인 출입금지’라는 현수막과 포스터, 스티커를 부착하고 대대적인이단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은밀하지만 공격적인 신천지 특유의 선교 방식이 그 빌미를 제공하였는데, 신천지 교인(추수군) 신분을 숨긴 채 기성 교회에 출석하며 신도들을 빼가거나, 규모가 작은 교회에선 핵심 교직을 장악한 뒤 교회 자체를 신천지 소속으로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제 주변의 몇몇 교회에서도 이러한 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신천지가 현재 교인 수 10만 명을 자랑합니다. 그들이 구원의 증표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십사만 사천 명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이제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나 봅니다. 인터넷신문 <천지일보>를 통해서 그들은 집요하게 그들의 교리와 활동을 선전합니다.

신천지의 유래는 장막성전인데, 장막성전은 1966년 경기도 과천(서울대공원이 들어선 막계동 일대)을 중심으로 한국소종파운동 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유재열(당시 17살)이 세웠습니다. 유재열은 1960년대 초부터 부모와 함께 서울 상도동의 호생기도원을 다니며 신비주의 신앙에 몰입했습니다. 1965년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며 이듬해 ‘종말 심판의 피난처’라는 장막성전을 설립했습니다. 전성기에는 청계산 저수지가 있는 막계동 일대에 신도 2천 명이 모여들어 집단생활을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내부자의 투서로 사기죄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나온 뒤 교세가 기울어져서, 1980년 기성 교단에 교회를 헌납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사업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재열이 떠난 뒤 장막성전은 신천지, 증거장막성전, 무지개증거장막 등으로 갈라졌습니다. 유재열의 성서해석과 교리의 기본 골격은 핵심 추종자이던 이만희(현 신천지 총회장)를 통해 지금의 신천지에 고스란히 전승되었습니다.

탁지원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에 따르면 국내 소종파 지도자 중에 자신을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20여 명, 재림예수를 자처하는 경우가 5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밖에 하느님의 부인이나 보혜사 성령, 혹은 성서 속 인물인 엘리야나 다윗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00년 문화관광부의 의뢰로 국제종교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한국의 종교단체 실태조사연구’는 개신교 계통 소종파를 크게 신비주의, 종말론, 외국계 신흥종파 3가지 계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것은 신비주의 계열인데, 베뢰아아카데미(귀신론) 분파, 신비주의 기도원 분파, 직통 계시파, 전도관 분파, 장막성전 분파, 통일교 분파 등이 있습니다. 교주의 신과의 합일을 강조하는 신비주의적 신앙행태는 지금까지도 한국 개신교계 소종파의 주요 특징입니다.

<이단과 신비주의>
이런 소종파를 기독교에서는 이단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이단으로 몰리는 것은 소수파이면서 현행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쪽입니다. 이런 이유로 종교학자들은 ‘이단’보다 ‘섹트’, ‘소종파’라는 중립적 표현을 선호합니다. 또한 정통과 이단의 구분은 종교적 신앙집단뿐 아니라 세속적 정치결사나 이데올로기 집단에도 존재합니다. ‘사문난적’ 시비로 들끓었던 조선 후기 성리학이나 ‘정통-수정주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 마르크스주의, 현대 정당 안에서 벌어지는 허다한 ‘법통 다툼’이 그것입니다. 이들 집단 내부에서 누가 정통으로 공인받고 이단으로 단죄 받는 지는 집단의 헤게모니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지금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중심이 된 순복음교회도 처음에는 이단으로 정죄되었다가, 세력이 커진 이후에는 이단에서 면죄되었습니다. 지난 1월 14일에 예장통합과 합동 등 9개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던 다락방 전도운동 류광수 목사에 대해 한기총이 실행위원회를 열어 이단 해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락방은 예장합동에서 예장개혁으로 교단을 옮기고 35만 명의 교세를 가지게 되자 이단에서 해제될 수 있었습니다.

이단이란 결국 ‘권력의 효과’이자, 권력을 지닌 세력이 ‘종교적 진리’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정통으로 내세울 수 있게 하는 ‘내적 타자(他者)’입니다. 그렇다면 이단은 추방되거나 박멸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권력이 있는 곳엔 항상 이단이 존재할 뿐 아니라, 지배 관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선 없는 이단도 만들어내야 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단은 정통이라는 체제를 만들고 교리를 체계화하는 외적 동력이 되었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단이 없었다면 기독 교리의 집약이자 신앙고백의 기초인 사도신경도, 니케아 신조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성서를 정경으로 형성하게 된 이유도 마르시온주의라는 이단 때문에 가속화되었습니다. 기독교가 종교로 스스로를 정립하게 만든 ‘거울’이자 ‘매개물’이 다름 아닌 이단 종파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남한 개신교계에서 유독 이단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교단(종단) 난립 문제를 꼽지만, 그것은 이단시비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종교단체 현황(2011년) 자료를 보면, 소속 종단이 가장 많은 곳은 불교로서 265개이고, 개신교는 이보다 적은 232개입니다. 일반적 설명은 개신교 자체가 배타성이 강한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브라함 종교’에 뿌리를 둔 유일신교인 유대교나 이슬람에 비해 기독교, 특히 그 안에서도 개신교에 유달리 이단논란이 잦은 이유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개신교의 이단규정이 신비주의에 대한 교권세력의 뿌리 깊은 경계와 공포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신비주의의 핵심은 ‘체험을 통한 신의 인식’인데, 문제는 신비주의가 확산되면 교권이 무력화된다는 우려입니다. 성서나 교회라는 기관, 성직자의 권위를 통하지 않고 ‘신과의 합일’을 통해 신의 메시지를 직접 듣는 것이 신비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내막은 소위 정통이든 이단이든 담임목사나 교주 1인의 신비주의이고 나머지는 추종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비주의와 신성모독>
신비주의의 핵심은 제목과 같이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입니다. 최제우와 상제의 대화에서 나오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과 같이 신인합일(神人合一)입니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라는 말은 예수님이 당신이 그리스도냐 라고 묻는 유대인들의 물음에 대답한 것입니다. 이 말 때문에 유대인들은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종파나 사이비종교의 교주도 스스로를 하느님이나 예수님과 같다고 하여 비판과 이단시비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도 역시 스스로를 ‘작은 예수’라고 하여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누군가의 그리스도나 예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종파나 사이비 교주가 스스로를 하느님이라고 하는 것과 예수님이 하느님과 하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를까요? 그리고 우리를 작은 예수라고 하는 것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유대인들이 하느님과 하나라고 말하는 예수님을 신성모독이라고 하는 것과 소종파나 사이비 집단을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정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유영모, 함석헌, 김재준, 문익환을 자유주의라고 하면서 이단시 했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에는 기장을 자유주의신학이며 이단이라고 배웠습니다.

신성모독이라는 죄명은 신에 대한 불경건(不敬虔), 즉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언행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나 문화에서 실정법이 아니더라도 관습법상 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밑바닥에는 신, 하느님, 종교, 교회에 대한 공격은 국가(권력)에 대한 공격이라는 사상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신성모독은 하느님에 대한 것이지만, 그것을 적용할 때에 신보다는 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쥔 사람들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신성목독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죽인 예수님과 스데반은 그들의 허물을 드러냈으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서 신성모독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신성모독, 야훼의 이름을 훼방하는 것은 십계명에도 있듯이 야훼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그 이름을 잘못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자기의 욕망과 욕심을 위해서 사용하는 일, 그것이 기도든 설교든 찬양이든 어떤 방법이 됐든 야훼의 뜻이 아니라 자기의 뜻을 야훼의 이름으로 관철하려는 것이 신성모독입니다. 자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자기의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팔아먹는 것이 바로 신성모독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그 하느님의 뜻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행동하는 것이 신성모독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를 깨뜨리고, 죽임을 선동했기 때문에 그들이야말로 신성모독을 저지른 것입니다. 신성모독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사람들은 신의 이름을 남용하고 신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기 때문에 그들 자체가 중대한 신성모독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성전봉헌절과 하느님의 일>
요한복음 본문의 배경이 성전봉헌절에 예루살렘 성전 안입니다. 성전봉헌절은 수전절(修殿節; Feast of the Dedication), 하누카(Hanukkah), 빛의 절기(the Feastof Lights)라고도 합니다. BCE 323년에 알렉산더대왕이 죽은 후에 이집트와 팔레스틴은 관용정책으로 통치하는 프톨레미우스 왕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BCE 200 경에 팔레스틴을 지배한 셀류코스 왕가는 ‘희랍문명 통일화’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특히 BCE 170년대 안티오쿠스 4세(Antiochus Epiphanes)는 강력한 희랍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칙령을 내려 “유대인들은 이방인의 관습을 따를 것, 성소 안에서 번제를 드리거나 희생제물을 드리지 말 것, 술을 봉헌하는 따위의 예식을 하지 말 것, 안식일과 기타 축제일을 지키지 말 것, 성소와 성직자들을 모욕할 것, 이교의 제단과 성전과 신당을 세울 것, 돼지와 부정한 동물들을 희생 제물로 잡아 바칠 것, 사내아이들에게 할례를 주지 말 것, 온갖 종류의 음란과 모독의 행위로 스스로를 더럽힐 것, 이렇게 하여 율법을 저 버리고 모든 규칙을 바꿀 것”을 지키도록 강요했습니다. 이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했는데, 유대인들이 행해온 할례를 금지시켰고 이를 어긴 어머니는 아기와 함께 처형되었습니다. 안식일도 지키지 못하게 했고, 성경(당시는 모세5경)을 소지하는 것조차 금지되었습니다. 특히 유대인들을 격분시킨 것은 예루살렘 성전 안에 희랍의 최고신 제우스를 위한 제단과 신상을 세우게 하고, 제단에는 유대인들이 금기로 여기는 돼지를 죽여 바친 것입니다. 또한 제우스의 동상을 지성소에 세우고, 모든 유대인들을 제우스에게 절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이런 중에도 부정한 것을 먹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벨론에서 귀환해 온 유대인들, 세계 헬레니즘 문화가 밀물처럼 밀려 들어와서 세속화가 가속화 될 때 이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면서 경건과 충절을 지켜 나가려는 사람들을 하시딤(hasidim)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하시딤은 경건과 충절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인데, 우리말의 정확한 해석이 곤란합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애(신 7:9), 충절(룻 1:8), 신의(삿 1:24), 우정(삼상 20:8; 삼하 9:1), 모범(잠 31:26), 관용(왕상 20:31), 경건, 친절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율법주의와 형식주의로 흘러간 자가 바리새인이고, 신비주의와 금욕주의자가 에세네파입니다.

BCE 167년 유다지역의 작은 마을 모디인(Modiin)에서 유대인 저항운동이 일어났는데, 그들은 산으로 도망하여 안티오커스 군대와 싸웠습니다. 유대인 하스몬(Hasmon) 가문에 속한 마따띠아(Matthathias)와 그의 다섯 아들이 주동이 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이 혁명의 지도자는 마따띠아의 셋째 아들 ‘유다’였는데, 그의 별명은 ‘쇠망치’라는 뜻의 ‘마카비’(Maccabee)였습니다. 그 혁명을 ‘마카비 전쟁’이라고 하며, 당시의 상황을 마카비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3년간의 투쟁 끝에 유다 마카비 군대는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성전에 들어가서 성전 안의 제우스 신상과 제단을 철거하고 하느님께 성전을 새롭게 봉헌했습니다(BCE 164년). 이 날이 구약시대 월력으로 키슬렙(Kislev)월 25일으로 오늘날의 성탄절(12월 25일)과 같습니다. 이후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은 이날을 ‘하누카’(Hanukkah) 절기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 날은 유대인들에게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의 날이며, 예수님 당시에는 로마로부터의 해방을 희망하는 절기였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죽임의 세력으로부터의 구원을 기억하는 절기에 바리새파 사람들은 죽임의 세력으로 바뀌어 예수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우리가 받기를 원하는 구원이 무엇을 위한 구원인지,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믿음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이 땅에서 예수님을 믿는 것은 예수님이 행하신 하느님의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 일은 생명을 향한 사랑입니다.

<이단, 정통 그리고 우리>
예수님과 유대인들의 신성모독 논쟁과 오늘날 소종파와 기성교회의 이단-정통 논쟁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요? 하느님이나 예수님과의 동등성이 신성모독이나 이단에 대하여 논쟁할 때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논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오늘날 스스로를 하느님이나 예수님이라고 자처하면서 자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푼다고 하면서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는 사람들입니다. 소종파나 사이비 집단의 교주들은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주장하면서 자기만을 내세웁니다. 그들은 스스로 하느님이 되어 구원을 미끼로 다른 사람들을 철저히 자기에게 복종과 순종과 추종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결코 예수님은 자기만 하느님과 하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하느님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고 그 말씀을 따라서 행한다면 하느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정통이라고 하면서 자기와 생각이나 교리가 다른 사람들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면서 억압하는 기성교회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실제적인 세력이 큽니다. 그들은 이단을 정죄할 때에 교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 세력이나 헤게모니에 의해서 이단과 정통을 나눕니다. 한기총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소위 보수적인 기독교가 이단 감별기준이라고 들이대는 잣대는 종교 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애 반대, 타종교 신자들에 대한 개종전도 허용, 성서 무오설(無誤說) 지지 등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들도 역시 그들이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사람들처럼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에 올라앉아서 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성서해석을 독점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화석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극단적 보수주의, 집단이기주의, 남의 비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자폐성을 키워놓았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과 회개를 통해 기성 교회와 목회자가 영적 권위와 도덕적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작은 예수로 자처하면서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조금 덜 권위적이고, 조금 더 개방적이고, 조금 더 자유롭기를 원하고, 가능하면 예수님을 따라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예수님을 닮고 그의 삶을 따라서 살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한하고 부족한 인간입니다. 여전히 (목사나 교주가 아니라) 하느님의 양 떼이고 하느님의 능력이라는 보물을 담고 있는 질그릇입니다. 하느님 뜻대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뜻과 가르침을 다 알지 못하고 다 깨닫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늘 자기를 살펴서 돌아보는 일과 자기의 삶을 성찰하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닫기 위해서 공부하고, 하느님의 뜻과 자기의 뜻을 맞게 조율하기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나는 하느님과 하나다!”
요즘 수요성서마당에서 교회사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 기독교의 초기부터 이단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단의 역사는 기독교와 교리의 역사과 맥을 같이 합니다. 초대 가톨릭교회가 설립되는 다각적인 과정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와 마르시온주의 그리고 몬타니즘을 극복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형성 과정에 있는 가톨릭교회를 규정하고 이단에 대항하여 본질상 그 정통성을 확증하는 규범은 정경 형성, 신앙정식으로서의 신조 확정, 그리고 장로회에서 비롯된 군주적 주교 직분의 형성입니다. 가현설에 대항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로 나타난 하느님의 성육신을 강조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도신조”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는 더 이상 개인적인 신앙고백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이단들에 대항하여 그리스도교 신앙(교리)을 정리하였다는 것입니다. 교회 내적인 정통성에 관한 논쟁은 사도전승을 더욱 강화시켜 성직임명을 위한 안수는 직접 사도적 연결을 주장할 수 있는 감독에 의해 거행될 때에만 유효하다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도전승 이론의 원칙이 처음에는 배타적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이었다. 즉 폐쇄적인 비밀의 전통을 주장하는 영지주의 교사들에 대항하여 이 이론은 예수님의 한 비밀 제자가 아니라 모든 사도들의 증언 위에 기반을 두는 개방적이고 통합적 전통을 제공하였기 때문인데, 이러한 것이 원래 “가톨릭교회”의 의미입니다. “가톨릭”(catholic)은 곧 “보편적”을 의미하며, 동시에 “전체에 의하여”라는 의미인데, 교회는 여러 이단적 집단들과 분파들로부터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하여 “가톨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칭호는 교회가 토대로 삼고 있던 전통과 교훈의 보편성과 포괄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전체에 의한”, 즉 모든 사도들의 전체적 증언에 의한 교회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후 수세기가 흐른 뒤에는 “가톨릭”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논란이 단 한 사람의 사도(베드로)의 존재와 권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루터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종교개혁의 핵심은 “Let God be God!”, 즉 모든 것을 하느님께로 돌린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돈을 주고 산 면죄부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義)를 믿음으로써 구원받는다는 것을 ‘성서를 통해’ 깨달은 루터는 면죄부를 판 교권에 맞서 ‘성서의 진리’를 전하려 했습니다.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보름스 국회에 소환되어 루터는 그의 뜻을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 후로도 루터는 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내 양심이 하느님의 말씀에 사로잡힌 한 나는 내 발언을 취소할 수도 없으며, 취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양심에 어긋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이롭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도와주시길. 아멘.” 스피노자(1632~1677)의 말로 알려진 말이 실은 그보다 100년도 전에 마르틴 루터의 청소년기 일기장에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바흐(1685~1750)의 고향이자 루터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의 루터하우스 앞엔 나무 한 그루와 함께 이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네가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는 말을 할지라도 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

예수님과 유대인들 간의 논쟁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권능을 힘입어서 선한 일을 많이 하였는데, 유대인들은 사람인 예수님이 스스로를 하느님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신성모독이라고 하여 죽이려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다시 유대인들에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신이라고 하셨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일을 하지 아니하거든, 나를 믿지 마라. 그러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으면, 나를 믿지는 아니할지라도, 그 일은 믿어라. 그리하면 너희는,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루터처럼 당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과 예수님의 가르침이 충만하여 스스로 “나는 하느님과 하나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예수님은 자기만이 하느님과 같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깨달은 사람들, 그 말씀을 따라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만이’가 아니라 더불어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자기를 돌아봅시다. 그리고 그 뜻을 따라서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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