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풍병자의 부활

누가복음 5;18-25

정진우 목사

우리는 참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보다보면 정말 무서운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며칠 전 목포에서 정신이상의 한 여성이 발가벗은 채로 거리를 걸어갔는데 아무도 그녀를 돕지는 않고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모두를 우울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만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인간의 악과 죄가 만들어 내는 구조와 지혜가 점점 더 커져갑니다.

그런데 이런 무서운 세상에서도 세상 풍조를 따르지 않는 갸륵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 일본에 갔다고 토시고 마스다라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제가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습니다만 다음에 가면 꼭 만나 뵙고 오리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이분은 동경 북쪽의 쿠사스 지역에 사는 분인데 나병환자입니다. 대단히 흉측한 몰골을 지닌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쿠사스 지역이라는 곳에 예로부터 온천이 유명한 곳이어서 우리로 치면 소록도 같은 나병환자 촌이 오래전부터 형성되었고 정부는 그들을 그곳에 강제적으로 정착시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음성나병환자는 전염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당했다는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정부와 법정투쟁을 벌여서 승소하게 됩니다.

수십 년 부당하게 한 마을에 갇혀 지낸 것에 대한 정부의 배상금이 나왔는데 그것이 평생 팔자 고칠 만큼 아주 큰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토시고 마스다라는 분은 자신은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이니 가난한 나라의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전액 기부를 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학교와 고아원을 운영하는 유명한 티엠 로야규센터라는 엔지오입니다.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학교와 고아원을 짓고 운영하는 유명한 단체입니다.  원래 사람들이 이분의 이름을 붙여 단체를 만들려고 했는데 극구 자신의 이름으로 알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그분의 토시코 마스다라는 이름의 앞 자만을 따서 그냥 티엠이라고 하고 로야쿠라는 것은 좋은 약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티엠 로야쿠 센타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단체의 간부 한사람을 잘 알고 있는데 다음에 시간이 되면 꼭 그분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왔습니다.

사람의 값은 그 겉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지요. 나병환자의 겉모습의 흉측함이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그 영혼을 망가뜨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세상이 아무리 흉악해도 이런 고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것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경에서 우리는 이런 고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중풍병에 걸린 이웃을 들켜 없고 예수께로 데려온 사람들입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이 사람들은 온몸에 마비가 온 이 분을 그냥 방치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더군다나 당시에 중풍병이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병이라고는 상식이 지배하던 시절이 아닙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중풍병자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당시의 율법의 관행에도 불구하고 여기 몇 사람은 그런 율법에 구애 받지 않고 어려움에 빠져 있는 그 중풍병자를 도우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오늘 성경이 말하는 중풍병이 무엇인지 조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풍병 이란 사지가 마비되는 병입니다. 팔다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딘가 신경과 핏줄이 막혀 버려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 그것이 중풍병 입니다. 성경이 이런 병자의 치유를 말하는 것은 단지 특정한 질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성경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질문과 도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지 육신은 멀쩡합니까? 하나님이 주신 몸뚱아리를 가지고 제대로 쓰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단지 중풍병자라는 특정한 질병의 치유이야기 만이 아닌 까닭입니다.

사실 복음서의 기적 이야기 이면에는 초대교회가 가지고 있는 부활신앙이 있습니다. 적어도 초대교회는 부활을 교리적으로나 추상적 관념이나 이념으로 믿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 입술로 부활론을 말하는데 익숙하지만 초대교회에서는 매우 낯설은 생각합니다. 적어도 초대교회에서 부활이란 입술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예수가 부활했느냐 안했느냐 몸의 부활이냐 영의 부활이냐 그런 것에 대해 침을 튀고 논쟁하기를 좋아합니다만 그런 게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론 천만마디가 죽은 예수를 살리지 못하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부활 이전과 부활이후의 내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서가 전하는 부활이야기는 모두가 변화 받는 삶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풍병자가 다시 일어서 자신의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가 살기 시작했다는 오늘의 이야기도 단지 병을 고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활의 증언으로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봅시다. 참 고맙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들려져 예수 앞으로 나아오게 된 중풍병자가 맞닥뜨린 현실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사회 생활하면서 노약자와 장애인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이 왔으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우선적으로 그에게 예수 앞으로 나오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19절은 무어라고 하고 있습니까? 무리 때문에 ! 잠든 영혼을 죽비로 내리치는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여기서 무리 때문이란 사람이 많아서라고 생각하면 그건 참 순진한 생각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것은 그런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그 무리가 가진 어떤 생각 ! 죄인인 중풍병자를 자신의 공동체 안으로 들일 수 없다는 어떤 생각 ! 장애인은 차별해도 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저주받은 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바로 율법에 의해 세뇌된 낡은 생각, 누군가를 배제하고 거부하는 무리의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회당에서 나와서 새로운 대안 공동체로서의 집이라고 불리는 - 요즘말로 하면 교회 안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도 회당과 다른 것이 없다는 무서운 교회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율법종교의 종언을 선언하고 회당을 나와서 새로운 대안공동체로서 교회에 모인 이들의 생각이 율법에 의해 사람을 차별하고 억압하던 그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그런 엄중한 물음과 비판이 이 무리 때문에 라는 말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그 무리 때문에 그 갸륵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뜻은 좌초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예수만 만나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수 근처에도 갈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딱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만일 우리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큰 맘 먹고 착한 일 하려고 새로운 치유자가 있다는 그 예수의 집을 찾았는데 거기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그런 배제와 차별의 논리에 부딪히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절망하기 딱 좋은 자리 아닙니까?

제가 혼자서 생각해 봅니다. 내가 만일 이 중풍병자를 들쳐 업고 간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저 같은 그릇이 작은 사람은 꼭 이렇게 했을 것 같아요. 챔을 퉤퉤 밷고 더러워서 안 온다. 그러면서 발길을 돌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저 놈들 진짜 나쁜 놈들이라고 무리를 욕하고, 교회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예수를 씹고 그러면서 세월을 낭비하는 것이 인생이 아닙니까? 이해가 되지요. 다 그럴 수 있지요. 여러분은 믿음이 좋으셔서 이해 못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충분이 그렇게 사는 사람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문이 막히자 어떻게 했습니까? 그 문을 지키는 자들이 죄인은 여기 올 수 없다. 중풍병자 주제에 어디를 오느냐는 배제 외 격리, 소외의 논리에 쩔어서 죽음의 질서를 강화하는데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썩은 무리들이 절대 막을 수 없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지 않습니까?

안 된다. 거 놈들 때문에 안 된다. 그건 작은 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대안입니다. 안 된다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 되게 하는 나쁜 자들을 비난하고 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는 것, 그래서 바울 사도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문을 막자 그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침 밷고 욕하고 다시 중풍병자 들쳐 엎고 돌아가서 성토대회 했습니까? 아니 그들은 즉시 지붕으로 올라갑니다. 이 말은 무슨 말입니까?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문이 막히자 지붕을 택했다. 수평의 질서 땅의 질서, 세상의 논리에서 거부당하자 그들이 찾아낸 것은 수직의 세계 하늘의 길을 찾아낸 것입니다.  

율법이 장악한 땅의 질서, 수평의 질서에서는 이 중병병자는 고칠 수 없는 병이지요. 그것은 저주의 병이요. 불치의 병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문을 여는 수직의 세계로 가면 그건 못 고칠 병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아니 반드시 낫게 되어 있는 병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그들이 믿음을 보시고 이 중풍병자를 고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마땅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도대체 그들의 믿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믿음이란 땅의 질서에 의해 거부당한 그 자리에서 하늘의 새로운 질서를 찾고 구하는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지붕을 뜯어냈었다. 기가 막힌 발상 아닙니까?

하늘의 세계에 대해 눈뜨면 지붕을 찾아내면 여기 죄인이니 의인이니 하는 것 그렇게 사람을 차별하고 멀쩡한 사지 육신을 옭아매는 그런 병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명령하지 않습니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서 네 침상을 치워들고 네 집으로 가거라. 하늘의 길을 찾아낸 이는 더 이상 사지 마비로 고통 받은 중죄인이 아니라 제 손과 발로 자신의 침상을 치우고 제 발로 걸어가는 자유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이것이 어찌 단지 병 고치는 이야기겠습니까? 그가 나은 것은 단지 중풍병 만이 아닙니다. 사람을 차별하고 사지 육신을 옭아매는 속박의 질서로부터 해방 받았다는 것이지요. 만일 중풍병만 나았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몸을 과격하게 사용하는 그런 침상정리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서가 증언하는 부활의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율법이라는 억압의 현실을 넘어 참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삶, 사람을 병들게 하고 옭아매는 이 땅의 질서를 넘어 하늘의 질서로 살아가는 비약!

돈이 없어, 학교를 많이 못 다녀서, 몸이 약해서 우리는 수많은 현실적 조건에서 자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지가 멀쩡해도 마비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바로 그 자리 실패와 눈물과 한숨이 있는 그 자리에서 오늘 예수는 우리에게 명령하는 것입니다. 일어나서 네 침상을 치우고 네 집으로 가거라.

세상이 우리에게 이름 붙여준 잘나고 못나고, 높고 낮고, 의롭고 죄인이고, 이런저런 세상의 이름이란 별 것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는 학벌 돈 건강 그런 것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는 그런 시시한 존재가 아니야. 너는 하나님의 아들딸들이야  너는 소중하고 아름답고 귀한 존재라고 세상이 천백번 거부해도 하늘이 받아들인 하늘의 사람이라고 선언입니다. 

우리가 죽음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길 우리가 참 자유의 생명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수평의 세계, 오늘 세계를 지배하는 기존의 철학과 상식 서로를 소외시키고 배제하고 격리하고 경쟁하고 미워하게하는 이 세상의 논리를 따르지 말고 하늘의 길을 찾아보십시오. 막힌 담 닫힌 문에 절망하지 말고 지붕으로 올라가서 예수를 만나면 수직적 차원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땅의 눈으로 보지 말고 하늘의 눈으로 자신을 새롭게 보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아들딸이고 소중한 하늘의 작품이며 하나님이 직접 돌보시고 가꾸시는 하늘 백성입니다.

이 만남 이 깨달음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자유와 해방의 삶을 살아 갈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부활을 살아야 할 시간입니다. 죽음의 질서를 거부하고 사람을 차별 하는 질서를 거부하고 현실의 막힌 담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서로 손을 잡고, 서로 섬기고 보듬어, 함께 벽을 타고 지붕으로 오르는 사람들, 그런 삶을 예수는  믿음이라고 부르시고 그런 이들을 부활의 새 삶으로 부르고 계신 것입니다.

현실의 벽 앞에 무릎 꿇지 않는 부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병들었고 썩었습니다. 거기 수많은 모순과 죄가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있어 그 세상의 벽을 넘어 새 길을 여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욕하는 것 가지고는 결코 부활을 살수 없습니다. 세상을 넘어서야 하고 비난과 비판을 넘어 대안이 길을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세상이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그게 부활이지요.

부활이란 바로 그런 과정에서 분명히 경험하고 알게 되는 신비의 경험입니다.

부활절 둘째 주일 아침 이 부활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내 삶으로, 우리의 삶으로 부활을 살아내야 할 시간입니다.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