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이 넘는 파업, 이틀째 서울역에서 농성중인 KTX 여승무원들을 만나보았다. 여승무원들은 15일자로 380여명 전원 해고 처리를 앞두고 지난 5월6일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 시장 후보 선거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도 했었다. 그러나 농성 9일 만에 전원 연행되었고 입감된 지 2~3시간 만에 훈방조취 되었다.

▲ 70여일째 파업 중에 있던 KTX 여승무원들이 강금실, 오세훈 두 서울 시장 후보 선거 사무실을 점거했다가 전원 연행되었었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서울역에 좌판을 깔고 이틀째 농성을 진행 중이다.

때마침 찾아간 16일 오전에도 집회가 한창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합실은 한산했지만, 지나가던 시민들은 모두가 한 번은 멈추어 서서 이들의 구호와 투쟁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집회가 마무리 되어 갈 즈음 부산역지부장을 맡고 있는 정혜인 씨와 강금실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점거 농성 중에 연행된 한혜주 씨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길어지는 파업에 지쳐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말이다. 한 고비 한 고비 넘기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모양. “선거 사무실 점거 농성은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한다. 집권 여당과 야당의 가장 힘 있어 보이는 후보들에게 “정부와 다리라도 놓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단다.

그렇게 찾아간 두 후보에게서 돌아 온 것은 묵묵부답에 공권력의 연행이었다. 생전 처음 유치장에서 보낸 시간들이 무서웠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굳은 신념은 꺾지 않겠다는 표정들.

이래저래 힘든 과정 속에서 그 동안 노동자라고 하면 먼 나라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이들이 자신들이 바로 노동자임을 깨닫는다고 한다. 부당하지만 굴복할 수밖에 없고, 묵인할 수밖에 노동자의 현실. 그래서 이들도 끝까지 싸우고 싶다고 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온당하고 정당하기 때문에.

부당하지만 굴복하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

▲ 노동자라고 하면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자신도 노동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한혜주 씨. 부당하지만 굴복할 수밖에 없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 달라.
- KTX 부산지부 한혜주이다. 나이는 27살이다. KTX 여승무원 1기로 들어왔다.

▲ 강금실, 오세훈 선거 사무실 중 어디에서 점거 농성을 했었나?
- 강금실 선거 사무소에 자원해서 들어갔다. 간부라서 그런지, 아니 여기에 있는 모든 승무원들이 그렇겠지만, 들어가면서 두려움은 없었다. 승리하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들어갔다.

▲ 얼마 동안 점거 농성을 했었나?
- 5월6일 강금실 선거 사무소에 들어가 14일 연행되어 나왔다. 9일 동안 그곳에서 지냈다.

▲ 연행되면서 다친 곳은 없나?
- 연행되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고 하는 통에 근육통이 생겼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다.

▲ 연행되어 어떻게 되었나?
- 조사받고 입감되어 2~3시간 만에 풀려났다.

▲ 집중적으로 조사받은 부분이 있었나?
- 계속해서 묻는 것이 “왜 들어갔냐? 모의하지 않았냐? 주동자가 누구냐?” 등이었다.

▲ 점거 농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철도노조 간부가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점거 농성을 주도한 간부가 따로 있었나?
-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상대편에서 면담을 요구할 시 지도부가 나갈 준비는 되어 있었다.

▲ 파업이 길어지는데 어떤가?
- 한고비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한고비가 생기고, 한고비 넘으면 조금 괜찮으려나 하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힘들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아서 힘들다.

▲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힘든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철도공사 쪽에서도 조만간 우리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중도하자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견디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아직 일반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한 마디 한다면?
- 우리가 처음에 여성이고 사회 초년생으로 열심히 일했다. 사회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러나 2년 동안 일하면서 차별과 부당 대우를 받고 노동자가 당할 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부당하지만 굴복할 수밖에 없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분이나 우리들의 요구가 온당하고 정당하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70여일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승리할 자신이 있다.

우리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잘 알리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슬프지만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도 그랬다. 겪어보면서 노동자의 서러움이,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다만 시민 여러분께서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왜 이렇게 오래 동안 버티고 있는지 이유를 한 번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 현재 승무원들의 어떤 상태인가?
- 천성들이 다들 밝아서 그런지 웃으며 지내고 있다.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 역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격려나 응원의 메시지 같은 것은 보내지 않나?
- 역에서 표를 발권해 주는 일을 하는 분들은 다들 외주 업체 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 그런 분은 못 봤다.

유감은 없어요, 정부와 다리라도 놓아주세요.

▲ 부산역 지부장을 맡았던 정혜인 씨. 지부장이 된 15일만에 파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시 15일만에 체포 영장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 정혜인 씨는 지부장이신데, 서울 시장 후보 선거 사무실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 들어가겠다고 자원하는 승무원들이 들어간 것이다. 그때 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선거 사무실에 들어가서 “특별히 유감이 있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고 들었다. 다만 집권 여당의 후보이니까 다리 역할을 해 달라고 전했다. 오세훈 선거 사무실에서도 동일한 말을 했다. 그러나 반응도 없었다.

▲ 선거 사무실에서 끌려나오며 인권침해 같은 것은 없었나?
- 정부도 조심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별일은 없었다. 여경이 투입되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19일 마지막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하던데?
- 15일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다. 19일까지 KTX 관광 레저에 입사하라는 것이다.

▲ 관광레저는 어떤 곳인가?
- 철도공사에서 위탁하는 업체이다. 전에 소속되어 있던 한국철도유통보다 관리가 더 허술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그저 물건 파는 점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관광레저에 정규직 시켜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부실 경영을 하게 되면 언제든지 철도공사가 위탁 철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상황과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 철도공사에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 위탁업체가 아닌 공사 쪽에서 직접 고용해 달라는 것이다.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 마음이 많이 힘들다. 이렇게 당할 만큼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파업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회의감도 많이 든다. 지금은 마음을 추스르는 단계이다.

▲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 어떤 마음인가?
- 이렇게 무너지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요구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까지 견딜 생각이다.

두 분 다 건강하시길 바란다.
고맙다.

▲ 집회가 끝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독서도 하고 자수도 하며 마음과 몸을 달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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