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빼앗은 것”

누가복음 19:1-10

이병일 목사

 본문의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던 내용입니다. 세관장 삭개오는 여리고를 지나가던 예수님을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삭개오는 키가 작아서 무리에게 겹겹으로 둘러 싸여 있는 예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삭개오는 예수님이 가려는 방향을 앞질러서 돌무화과나무(뽕나무는 잘못된 번역이다)에 올라가서 예수님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예수님이 나무 위에 있는 삭개오 앞에 다가와서 그의 집에 머물겠다고 합니다. 복음서 여러 곳에서 예수님은 세리와 창녀, 그리고 죄인들의 친구이며 그들과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마태 11:19; 누가 7:34). 우리는 예수님이 기꺼이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특히 세리들의 우두머리인 세관장이라면 민중들을 수탈하고 자기의 재산을 축적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예수님은 그의 집에 머물렀고, 어떻게 그는 예수님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당시에 세리는 누구입니까? 당시 로마가 인정한 자치령들은 조세권을 누렸습니다. 어떤 세금은 로마에 직접 바쳤으나, 통행세 및 세관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금(보통 2~3 퍼센트 징수되었으나, 여러 지역을 거쳐서 가는 무역상들에게는 더 많이 부과되었다.)은 그 세금을 거두어들인 도시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갈릴리의 경우에는 헤롯 안티파스가 통치하고 있었고, 관세의 징수는 국가 관리가 아닌 세금 청부업자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여리고는 상인들이 다메섹에서 지중해로 가는 도로에 위치한, 세관들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여리고는 예루살렘과 동방을 잇는 주요 무역로로 세리들에게 있어서는 A급 지역이었습니다. 삭개오는 인근의 중요한 무역로를 통해 수입된 상품들이 가버나움 항구로 들어올 때 관세를 부과하는 세관장이었습니다. 세금 청부업자들과 세리는 국가와 합의하여 연간 납부액을 결정한 뒤, 징수액과 비교하여 초과하면 자기가 갖고 부족하면 물어내야 했습니다. 그들은 차액을 남기기 위해 지나치게 세금을 부과하여 유대인들을 수탈했습니다. 세리를 통해서 물세, 시장세, 생활필수품세, 통행세, 집세까지 물리고, 각 지역의 경계마다 물건에 대한 통과세를 물려서 로마에서 오는 물건이 팔레스틴에서는 백배나 비싸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속담에 “산중엔 사자가 있고 거리엔 세리가 있다.”라는 말처럼 세리는 비정하고 잔인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들에게 “너희에게 정해준 것보다 더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세금징수업자나 세리들은 로마 정부의 대리자요 청부업자였고, 또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삭개오가 부당이득으로 취한 재산을 네 배로 갚겠다고 한 것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세리들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유다 사회에서 그들은 강도, 살인자, 사기꾼과 동일시되었고, 자기 민족을 등쳐먹으며 자기 재산을 불리는 매국노였습니다. 로마제국에 봉사하는 직업 때문에도 미움을 받는 세리들은 동족인 유대인들에게 더러운 사람들로 보였고, 외국 정부와 야합하는 공모자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젤롯당이나 시카리(암살단)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금징수는 가장 추악한 직업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세리들은 이방인이나 창기와 한 통속으로 취급되었고(마 18:17; 21:31), 세리와 죄인은 최하층 사람의 통칭이었습니다(마 9:9). 이들은 재판정에서 증언할 자격도 없었으며, 일반 죄인을 조롱할 자격도 없었고, 회당에 들어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세리의 돈은 연보로 받아주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인 문둥병자의 지위로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런 세리들을 예수님이 부르고 받아들이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죠? 왜 예수님은 하필 그들을 부르고 함께 밥을 먹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은 유대 사회로부터 소외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소외는 스스로 자처한 것이고, 유대인들을 착취했기 때문에 당한 소외인데, 단지 소외당했다고 해서 예수님이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또는 그들이 겉으로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죄의식이 있었고, 늘 미안해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미안하면 그 일을 그만두어야지 왜 그 일을 계속합니까? 예수님이 세리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였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예수님은 세리들의 친구가 되었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게다가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는 세리도 있고, 그 세리와 철저히 적대 관계에 있었던 젤롯당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마가복음에서는 그 조건과 결과를 “따름”과 “함께 먹음”이라고 합니다. 누가복음에서는 그 따름을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따름과 함께 먹음은 말로만 되뇌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름과 함께 먹음은 삶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회개의 의미가 그렇듯이 따름과 함께 먹음은 이전에 자기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 잘못을 떨쳐버리는 일을 말합니다. 따름 이후에 계속되는 삶에서 그 마음을 잃고 몸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따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삭개오는 일어나서 예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여, 보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누구에게서 거짓으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되돌려 주겠습니다.”(8절) 삭개오의 고백은 더 이상 세리나 세관장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지금까지 누리던 풍요로운 삶과 정체성과 신분을 모두 내려놓고 전혀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말합니다. 이러한 삶의 혁명적인 전환을 선언하는 삭개오에게 예수님을 구원을 선포합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있게 되었다. 그도 아브라함의 자손인 것과 같다. 왜냐하면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서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9-10절)

삭개오의 전환은 자기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남에게 강제로(속여서) 빼앗은 것을 네 배로 되돌려줌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그와 그의 집에 구원(해방)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나누어 주고 되돌려 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나누어 주고 되돌려 주어야 할까요? 우리는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은 것이 없을까요? 지금 내가 나로서 살아 있는 것이 나의 노력과 수고로만 이룬 것일까요? 영상을 보면서 묵상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기후붕괴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에너지 돼지”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 환경주일로 지킵니다. 매년 환경주일이 되면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협의회에서 녹색교회를 선정하여 격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교회도 추천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는데, 그 때마다 ‘아직은 아니니 기다려 달라’고 하거나 ‘다른 교회들 먼저 알아보고 정 없으면 신청하겠다’고 대답합니다. 우리교회가 생명살림을 향해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이 조금 알려졌습니다. 요즘 교회 옥상에서 거둔 채소를 함께 먹는 맛이 좋죠? 지난주에 방문하신 분들이 그것을 많이 부러워하였습니다.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에서 텃밭사례공모를 하는데, 우리교회도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우들이 하는 탈핵활동이나 생태적 감수성을 위한 교육과 수련회 등도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작은 것부터 가정과 교회에서 실천해 봅시다. 하나는 쓰레기 분리수거입니다. ‘하늘땅’ 방 입구에 네 개의 통이 있습니다. 종이류, 플라스틱-유리류, 비닐류 그리고 쓰레기를 분류하여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하다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집에서는 잘 하시죠? 교회에서도 조금 번거롭더라도 잘 분류하여 넣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오늘 나누어드린 “강남향린 식사기도”를 공동식사 때마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땅’ 방에 크게 붙여 놓았습니다. 어느 정도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누군가가 선창하여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식탁에 놓아두시고 매번 가족이 함께 기도하시라고 나누어 드렸습니다. 하느님과 자연과 사람에 대한 감사와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대신하여 사는 삶을 열심히 살자는 내용의 기도를 날마다 하다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그렇게 물들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삭개오처럼 혁명적으로 삶을 전향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서서히 물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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