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쭉지가 가려워

누가복음 15:25-32.

정진우 목사

오늘 본문으로 함께 읽은 말씀은 소위 탕자의 비유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지요. 사실 이 이야기는 단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교회 다니지 않는 분들도 대개 아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교회학교 촌극시간에 단연 인기가 있어서 대개 여러분들도 한두 번은 연극에 등장해 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해서 이 이야기의 본질적 핵심 메시지가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만큼 그만큼 가장 오해를 받고 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 일 것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이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번 연극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합니까? 혹시 기억나십니까? 주인공은 입에다 담배를 상징하는 볼펜 같은 것을 물고 어깨에는 술병 같은 것을 하나매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와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사실 연극에서는 이 대목에서 가장 많은 웃음과 관객의 호응이 있기도 합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는 그런 연극을 한두 번은 보았을 것이고 더러는 직접 출연해 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극은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인 둘째아들은 사업을 다 망해먹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그런 실패를 겪은 후에 그동안 지은 죄를 다 회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뜻밖에도 아버지의 환대를 받지 않습니까?

마지막 장면에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돌아올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지요. 연극은 연기자의 연기력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관객들은 이 연극을 보면서 그동안 지은 죄에 대해 마음의 찔림을 받고 다음부터는 술 담배 끊고 교회 착실히 잘 다녀야지 하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뜨겁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연극은 막이 내리지요.

그런데 정말 오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일까요? 아니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사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탕자의 비유라는 제목부터가 철저히 잘못된 것입니다. 조금 놀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성경에는 탕자라는 말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지금부터 평생을 거쳐 정말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탕자라는 말을 찾으시면 저에게 반드시 신고해 주십시오.

사실 성경에는 탕자라는 말이 없다. 이 하나만 알아도 성경의 거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일입니다. 누군가 일생을 걸고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입니다. 왜 성경에는 탕자라는 말이 한번도 안 나오는데 왜 교회는 2천년동안 탕자라는 말을 그렇게 널리 유포시켰을까? 아니 교회가 유포시켰다고 다 유포되는 것도 아니지요. 더 중요한 것은 왜 사람들은 이런 진실에 눈감고 성경에는 없는 그 탕자라는 말에 그렇게 쉽게 물들어 갔을까? 하는 것이 문제의 요점이겠지요. 이런 이유에 대해 눈뜨게 되면 성경의 진실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그만큼 눈이 열리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넘어지고 실패한 이를 배고프고 굶주린 이를 탕자로 규정짓는 것 그건 성경의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배고파 주엄 열매를 먹어야 하는 누군가를 탕자로 부르는 그런 사유방식에 성경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런 이들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부르지 결코 탕자라고 부르질 않습니다. 그게 그거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어떤 실패한 인간을 잃어버린 이로 볼 것이냐 탕자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일입니다.

소위 탕자의 비유라고 잘못 알려진 오늘 이야기는 술 담배 끊고 착한 사람이 되라든지, 교회 잘 다니는 종교적 인간이 되라든지 하는 종교 윤리적 교훈을 주기 위해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아니 오늘 이야기는 그 모든 세상에 널려 있는 그런 종교 윤리 도덕적 교훈에 대해 거꾸로 말하고 싶은 진실이 있는 것입니다. 소위 정답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라는 것이지요.

너희들 소위 윤리 종교적으로 흠 없다는 너희들, 교회 열심히 다니면서 거룩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너희들, 공부 잘하고 말잘 듣고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너희들, 이 어깃장 난 세상에서 용케도 잘 적응하고 출세하고 존경받고 승리하고 그래서 세상에서 인정받고 살아가는 너희들, 바리새인처럼 살아가는 너희들, 그게 다가 아니다. 그게 삶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야기는 세상에 널려있는 종교적 회심의 사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 본문이 우리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집 나간 아들이 그 둘째아들이, 진짜 구원의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세상이 약속하는 구원 말고, 자본과 문명과 사람의 계산과 철학이 약속하는 그런 세상이 주는 구원 말고, 하나님이 약속하는 구원은 아버지 집에서 윤리 종교적 모범을 세우는 사람에게,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첫째아들처럼 소위 세상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 나간 둘째아들 소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탕자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는 그런 이들의 것이라는 것이 복음의 요체입니다.

두 아들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탕자의 비유가 아니라 두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두 아들 중 정말 구원의 사람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사람은 착한 큰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재산 들고 집 나간 못된 작은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윤리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무슨 종교적 회개의 설교가 아니라 우리네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와 그 크신 사랑을 맛보고 이 땅에서 구원의 참 경험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큰 아들 착하지요. 동네 사람들 다 알아주는 효자지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상도 많이 탔고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도 매우 강한 사람입니다. 대개 이런 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출세도 잘하지요. 그런데 그 아들은 아니었다는 것이 성경의 진단이라는 말입니다. 넌 아냐. 넌 아직 멀었어. 그런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탕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집 나간 아들의 이야기이고 잃어버린 아들의 이야기이고 두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잘나고 똑똑하고 의로운 큰 아들, 그래서 얌전히 주어진 현실 속에서 안주하며 자신의 의에 취해 살아갈 줄 밖에는 모르는 큰아들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비난과 고생이 뻔히 있는 줄 알면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에 들떠 겨드랑이 근처 어깻죽지가 가려워 날개가 나려나 봐, 견딜 수 없어, 어깻죽지가 가려워. 아버지 못 참겠습니다. 그렇게 집나간  작은 아들, 이 두 아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어깻죽지가 가려워, 이 안일과 타성이라는 큰일날 병에 걸린 사람들, 모두가 풀벌레나 잡아먹고 안주하는 세상에서 한번 훨훨 날아가고파 어깻죽지가 가려워.

너 죽을라고 그러니 제발 중심잡고 참아봐, 철들고 셈난 사람들은, 어른들은, 공부 많이 하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지요. 그런데 아냐 난 먹을거리를 위해 살아가고 싶지 않아 난 더 높이 날아가고파 난 새로운 세상을 열망해. 모든 갈매기가 먹이를 위해 난다고 해도 난 시공을 넘어 날아갈 거야. 갈매기의 끔에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이 소시민적이고 중산층 지향적이고 때로 위선적이고 허위에 찬 세상에서 조나단은 늘 왕따지요. 그래야지요. 그리스도인들은 왕따를 당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세상이 먼저 나를 미워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오늘 성경에서 하나님은 언제나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버지의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건 더 깊은 곳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어서 떠나라 기존의 관습으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고 나의 모든 것을 훔쳐 한번 떠나 보아라. 어깻죽지가 가렵지 않니?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떠나라.

우리는 지금 우리 교회사의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지 창립 60주년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구체적 내용으로 지난 60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60년 동안 형성된 어떤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체질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옳고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더 넓은 세상이 있고 더 큰 과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 한번 크게 변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한번 크게 변해야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습니다.
 
진실로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맛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난 역사에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아직도 울고 있는 이들이 너무 많고 아직도 이 모순의 세상에서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이 과제는 우리 이웃에만 내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진정으로 우리가 읽지 못한 좋은 글들이 많이 있고 아직도 우리가 듣지 못한 진리의 말씀이 너무 많으며 아직도 우리가 깨닫지 못한 복음의 핵심이 너무 많이 있으며 아직도 우리가 용서해야 할 일들 얼마나 많이 있으며 또 다 하지 못한 사랑과 헌신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더 큰 용서와 사랑을 위해 우리는 길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어깻죽지가 가려워 날개가 나려나봐,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어. 어깻죽지가 가려워 날개가 나려나봐 한번 크게 날아볼 수 없을까 작은 아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습니까?

새로운 시대 변화 앞에서 참된 새 길을 찾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타성과 안일을 뒤집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길. 거기 하나님의 약속과 기다림이 있고 참된 구원의 감격이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 시대를 향해 길 떠날 줄 아는 사람이 구원의 주인공입니다. 

새 역사를 향해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나부터 새로워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 어깻죽지를 만져 거기 날개가 돋아나는 꿈, 예수 안에서 갖게 된 그 새로운 꿈으로 가슴 설레임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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