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도 시험을 받으셨다. 나도 그렇다.
신명기 26:1~11, 시편
로마서 10:8b~13, 누가복음 4:1~13
사순절 첫째 주일

한국교회가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는 데는 교계 지도자들의 실덕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특별히 ‘돈 권력 섹스’ 산업으로 국민을 우민화하는 정책에 넋을 놓고 함께 휩쓸려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과 성에 대한 신학적 신앙적 성찰과 고백 없이 마주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보다 돈과 권력과 섹스에 더 깊이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이 말씀을 들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성찰이 없다면, 한국교회를 구원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 말씀을 듣는 성도들과 지도자들은 우리에게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마귀의 시험과 유혹 앞에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충만해지셨을 때, 광야에서 40일 동안 시험을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40일 동안 금식하셨기 때문에 성령에 충만하기도 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주려 있는 상태입니다. 그 때 마귀가 속삭이며 시험합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네가 만일 나에게 절을 한다면, 네가 만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린다면, 그러면 내가 너를 인정하겠다, 하는 시험입니다.

어느 정도 눈치 채셨겠지만 마귀의 시험은 네가 만일 무엇 무엇을 하면, 그러면 내가 너를 인정하겠다, 하는 유혹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아들은 누가 인정해야 합니까? 하나님께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마귀는 내가 너를 인정하겠다, 하는 겁니다. 게다가 조건이 붙습니다. 네가 만일 이렇게 저렇게 하면, 그러면 내가 인정할 수 있다, 한 번 보여 봐라! 하는 요청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존재 자체로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마귀와 세상은 네가 무엇 무엇을 어떻게 하면, 그러면 내가 너를 인정한다, 그렇지 못하면 인정할 수 없다, 하는 식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 꼭 하나님께만 절을 해야 하는가? 성전 꼭대기에서 한 번 뛰어내려봐라, 이런 식의 시험입니다. 이런 식의 유혹은 사역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일에 몰두하게 합니다.

마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그 마귀도 그냥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붙여서 사역에서 빗나가는 일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렇게 살면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과 권력과 성에 집착해서 그것을 성취하고 능력을 드러내면 그러면 내가 너를 인정하겠다는 식입니다. 그렇게 힘자랑하는 사이에 하나님의 사역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맙니다.

그러니 마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아무리 하나님의 아들이어도 하나님의 뜻이 아닌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저버리고 마귀의 뜻을 따라 행동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나의 양식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양식은 생명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명을 벗어나서 마귀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마귀는 박수를 치고 인정을 합니다. 그러나 생명사역을 해야 하는 교회와 성도로서는 직무유기가 되고 “희년의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복음의 소식이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힘자랑하는 사이에 하나님 나라는 후퇴하고 마귀의 나라는 확장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런 유혹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예수님도 시험을 받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매주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고 성령이 충만한 가운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시험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귀와 세상이 예수님을 그냥 둘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이 확장될수록 자기들의 나라가 좁혀지기 때문입니다. 우는 사자가 우리를 삼키려 하는 것처럼 마귀들의 대적은 중단 없는 전진입니다. 악한 세력일수록 더 충성(?)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귀와 세상이 예수의 제자를 자처하는 교인들을 그냥 둘리가 만무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본문은 예수님도 받은 시험이라는 측면과 예수님은 그 시험을 어떻게 극복하셨는가 하는 것을 함께 보게 합니다.

첫 번째 시험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목사라면, 교인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논리는 일면 설득력이 있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이 그런 능력으로 드러나서는 곤란합니다. 돌로 떡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편법인데, 그 편법을 통해서 경제를 해결하고 능력을 드러내는 것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살면서 누구나 그런 유혹 앞에 섭니다. 편법을 통해서 또는 불법을 통해서라도 - 하나님의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 유혹은 내 안에 있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마귀의 유혹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괴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나님이 나의 도구가 되고 맙니다.

두 번째 시험은 마귀가 예수님을 끌고 가서 천하만국을 보여 주며 나에게 절을 하면 천하만국과 그 권위와 영광을 다 주겠다고 유혹합니다. 내게 절을 하면, 하는 것이 전제입니다. 하나님 외의 것을 섬기는 우상에 빠지면 주어지는 영광이요 천하입니다. 하나님과의 손을 잠시 놓으면 천하만국이 주어집니다. 어떤 분들은 그것을 하나님의 축복인 것처럼 선전하지만, 분명히 시험입니다.

돈과 권력과 섹스에 빠지면서 사람을 수단화하는 세상에 일조하게 됩니다. 마귀가 춤을 추며 반기는 일입니다. 사람을 낚으라고 하신 것은 사람을 목적으로 삼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수단화합니다. 권력은 사람을 누르고 올라가는 자리입니다. 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데 쾌락화하면서 나의 욕구를 채우는 대상으로 전락시킵니다. 상대방을 대상화하기 때문에 나도 타락하는 것입니다.

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일 때 아름답지만 수단화할 때 추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과 세상의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믿음이 요구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 외의 것을 준다고 해서 하나님을 배반하고 다른 것을 섬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도 사람과의 배신을 좋지 않게 보는데,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을 배신하는 것을 어떻게 긍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도 부지중에 배신합니다. 세상과 짝하여 하나님의 손을 놓습니다. 권위와 영광을 준다고, 그것을 얻기 위하여 하나님을 배반하고 세상의 논리로 삽니다. 날마다 유혹에 넘어지고 시험에 빠지는 우리들을 위한 말씀입니다. 돌로 떡 만드는 것이 경제적인 유혹이라면, 권위와 영광은 권력과 명예와 같은 정치적인 유혹입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유혹은 종교적인 유혹입니다.

돈과 권력과 섹스에 빠진 사회나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유혹에 빠지는 사회나 패러다임만 조금 다르지 분리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유혹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과감하게 물리치셨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하셨던 말씀이 모두 신명기의 말씀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마귀도 유혹할 때 말씀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시편 91편 11절, 12절에 보면,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천사들을 명령하사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너를 붙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아니하게 하리로다.” 한 말씀을 인용해서 예수님을 시험합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한 번 뛰어내려봐라, 한 겁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도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니라(신8:3b). 하시면서 물리치셨습니다.

주 너의 하나님만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신6:13) 하는 것도,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신16) 하는 것도 모두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성서의 말씀을 교묘한 말로 포장해서 유혹하는 마귀의 시험 앞에 주님은 성경말씀을 가지고 정확히 물리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신 본문도 신명기 말씀입니다. 특별히 26장 1절부터 11절까지의 말씀은 출애굽 해방의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분만 섬기라는 것입니다.

그분만 경배하고 그분만 섬기라는 뜻의 신명기 말씀은 오늘 주님께서 마귀의 유혹 앞에서 인용했던 흐름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귀는 자기를 섬기고 자기에게 절하고 자기 식의 삶(돈 권력 성 등)을 살라고 유혹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오직 하나님만 섬기고 하나님만 경배하며 하나님의 뜻으로 살라고 했습니다. 아전인수 격인 말씀의 유혹 앞에 참 말씀으로 물리치셨습니다.

사실 이 세 가지의 유혹은 상징적입니다. 언제나 우리 앞에 일상으로 놓여 있는 유혹입니다. 이 유혹을 참 말씀으로 물리치고 오직 하나님만 경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우리 가운데 현현하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서 10장 8절에 보면 그 말씀이 우리 입에 있다고 했습니다.

말씀이 우리 입에 있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말씀이 우리 입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귀의 유혹이 올 때, 세상의 논리로 우리 생을 잠식해 들어올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의 핵심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로 물리쳐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그런 유혹 앞에서 구원을 얻습니다. 돈 권력 섹스 등의 유혹 앞에서 승리합니다.

주님도 시험 받으셨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리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의 말씀으로 물리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정말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있습니까? 어떤 상황 어떤 유혹이 와도 그 유혹을 넘어설 말씀이 있습니까? 공자는 40에 불혹이라고 했습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 그런데 우리는 그 나이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니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 나는 곤고한 자로다, 죄인 중에 괴수로다, 고백했던 바울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입니다. 윤동주가 바람에 이는 잎 새에도 괴로워했던 것처럼 자신을 말씀에 비추어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고 유혹을 극복해 가는 성도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기독교계가 한 없이 추락하고 있는 이때에, 이 사순절에 주님은 말씀으로 무장한 하나님 나라의 군사를 모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