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4:1-13
악마의 유혹을 물리칩시다!
정원진 목사 (명지병원)

죽는 만큼 부활한다!
오늘 우리는 교회력으로 사순절 첫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초순(初旬) 중순(中旬) 하순(下旬)이란 말에서 순(旬)은 열흘을 뜻하는데, 사순(四旬)이란 네 번의 열흘, 즉 ‘사십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사순절은, 정확하게 말해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성금요일’(Good Friday)까지 주일을 뺀 사십 일을 가리킵니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뜻합니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위해 40일 동안 시내 산에서 기도했고, 엘리야는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가기 위해 천사가 주는 음식을 먹으며 40일을 걸어야 했으며,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밟기 위해 40년 동안을 광야에서 헤매야 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도 공생활(公生活)을 시작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과 기도를 하셨습니다. 이렇듯 성경의 전통 안에서 볼 때, 40이라는 숫자는 항상 “중요한 일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순절이 지나면 곧바로 부활절이 됩니다. 사순절은 바로 이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회교도들은 ‘라마단’이란 기간을 통해 절제와 속죄를 실행합니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는 모든 스님들이 하안거(夏安居: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의 雨期)와 동안거(冬安居: 음력10월 16일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까지)에 특별히 종교적 수행을 해야만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해마다 사순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특별히 그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거기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죄와 허물을 참회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그냥 “이제 사순절이 시작되었으니, 얼마 안 있으면 부활절이 되겠구나!” 하는 식으로 구경하듯 보낸다면 사순절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단순히 ‘기념’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의 부활에 ‘동참’해야 합니다. 부활에 ‘동참’하기 위해선 먼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준비란 죄를 벗고 새 사람을 입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순절에 우리는 나를 새롭게 할 구체적인 결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만큼, 내가 그분의 부활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순절에 우리는 ‘죽는 만큼 부활한다!’는 진리를 깨달아야합니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그런데 ‘죄’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집을 짓는다.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듯이 “죄를 짓는다”고 말합니다. 이는 “죄는 뉘우치기만 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죄나 그 죄의 결과는 남는다”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죄는 남습니다. ‘세월은 가도 옛날(추억)은 남듯이’, 죄는 뉘우쳐도 그 흔적이 남습니다. 그래서 죄에 대한 바른 인식과 대처가 필요합니다. 죄를 뉘우치는 차원을 넘어 죄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죄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성경은 그 첫머리에 인류의 기원과 함께 죄의 기원도 밝히고 있습니다. 창세기 3장 1~6절은 죄는 하나님께 대한불순종이라고 증언합니다. 마치 부모님의 말씀이 그 자녀들을 위한 것이듯이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위한 것, 우리를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죄는 그런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이며, 그 결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을 안 듣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유혹’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는 다른 말로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남자가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는데, 마침 그 오른쪽에는 할머니가 앉아있었고 왼쪽에는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앉아있었답니다. 조금 가다가 버스가 좌회전을 하니까 관성에 의해 그 남자의 몸이 오른쪽 할머니에게로 쏠렸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아버지,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했습니다. 조금 후에 이번에는 버스가 우회전을 하니까 몸이 왼쪽으로 쏠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자기 몸을 젊은 아가씨 쪽으로 기대며,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 하더랍니다. 여기서 이 남자는 싫어하는 쪽을 ‘유혹’이라고 하고, 좋아하는 쪽을 ‘주님 뜻대로’라고 했지만, 사실은 자기가 좋아하는 쪽이 큰 유혹입니다. 유혹은 내가 싫어하는 것,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을 하면 참 좋겠다고 여기는 것을 통해서 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유혹
성경을 보면 광야는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동시에 ‘악마의 유혹을 받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성경 말씀은 예수님께서 이러한 광야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입니다. 악마는 예수님을 자기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세 가지로 유혹합니다. 곧 자기 배를 채우려는 유혹, 남을 제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유혹, 그리고 자기를 높이려는 유혹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혹은 예수님께만 해당되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들에게 공통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처럼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본보기로서 그 유혹들을 물리치셨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에게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눅 4:3).
오랫동안 음식을 들지 않으신 예수님은 배가 몹시 고프셨습니다. 먹을 수만 있다면 돌이라도 삼키고 싶을 지경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로 ‘빵의 유혹’ 또는 ‘밥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먹는 데에는 여러 질과 층이 있습니다. 감자만으로도 배를 채울 수가 있지만, 값비싼 진수성찬으로 배를 불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밥의 유혹은 그것을 마련해주는 재물에 대한 유혹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끝없는 재물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밥의 유혹’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눅 4:6).
권력에 대한 욕망 역시 밥에 대한 욕망처럼 인간에게 원초적인 것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출세하고 싶어 합니다.누구나 ‘높은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고, 권력은 한번 맛들이면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권력을 쥔 소수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더욱 더 큰 권력을 향해서 늘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여기서 뛰어내리라”(눅 4:9).
이는 “예수여, 그대가 정녕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한번 당신 자신을 보여주시오.”라는 말과 같습니다. 자존심과 자만심의 유혹입니다. 어떤 사상가가 “만일 나에게 온 세상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로 자만심에 대해 경고하겠다.”고 말한 바와 같이, 이것은 큰 유혹입니다. 자존심이 상했을 때, 우리는 배고픔보다 더 큰 아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악마의 유혹을 물리칩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나날은 유혹의 연속입니다. 밥과 재물의 유혹, 권력의 유혹, 자존심의 유혹,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유혹들이 늘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자기 노예 삼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아니 때때로가 아니라, 너무나 자주 유혹에 떨어집니다. 악마의 유혹이 너무나도 집요하기 때문입니다. 악마가 사람을 유혹하면서 하는 말은 네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니까.”입니다. 둘째는 “대수롭지 않는 일이야. 뭐 이 정도쯤이야.”입니다. 셋째는 “차차 하지 뭐. 다음에 하지 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는 “이번 딱 한번만.”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진리와 생명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악마도 우리 귀에 이렇게 속삭입니다. “괜찮아, 잘 보라고. 다른 사람들도 다 하잖아. 네가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것 없어. 너만 손해야. 그러니까 너도 해.” 만약 여기에 넘어가지 않으면, 이런 말로 다시 유혹합니다. “그 정도는 괜찮아. 하나님도 이해하실거야. 어떻게 하겠어. 너도 살아야지.”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다음에 하면 되잖아. 시간은 아주 많아, 지금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건 다음에 해도 괜찮아.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주일은 다음 주에도 와. 그 때 교회가면 되잖아. 이웃을 도울 기회는 다음에도 있어. 세상에 널린 게 어려운 사람이잖아.” 만약 이렇게 속삭여도 넘어가지 않으면 마지막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 “아이고, 이 숙맥아.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하라고. 다음에는 안 하면 되잖아.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 양심 지키다가 너 망하면 누가 책임져 준대? 이번 한 번만 하고 다음에 두 배로 하나님께 갚아 드리면 돼. 한 번만, 딱 이번 한 번만 하는 거야.”

예수님께서는 이런 유혹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물리치셨습니다. 악마가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말해 봐. 네 몸이 지금 먹을 것을 필요로 하잖아. 밥을 찾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야. 누구나 다 재물을 좋아해.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까 너도 해봐.”라고 유혹하니까, 예수님은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 누구나 다 밥과 재물을 좇을지 몰라도 나 한 사람만이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좇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또 악마가 “내가 이 모든 권세와 그 영광을 너에게 줄게. 하나님의 권세와 영광에 비하면 이건 별거 아냐. 그러니 이 정도쯤은 가져도 돼.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는 다음에 차차 구하고 오늘은 이걸 하자.”라고 유혹하니까, 예수님은“이 정도쯤이라고? 나에게는 ‘이 만큼이나?’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했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는 다음에 차차 구하라고? 지금이 바로 영원이야. 영원은 바로 지금이 순간에 달려 있는 거야.”라고 대꾸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악마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딱 한번만, 여기에서 뛰어내려 봐.”라고 유혹했을 때, 예수님은“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아라.’ 하였다. 딱 한 번 만이라고? 웃기지마 딱 한번이 또 한 번이 되는 것 다 알아. 사탄아 물러가거라!”라며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유혹의 말에 넘어가서 악마에게 여러분 영혼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유혹의 말을 꼭 기억하십시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까.” “이 정도쯤이야.” “다음에 차차.” “딱 한번만.”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유혹의 말들 가운데는 어느 한 구석도 남을 위한 말이 없습니다. 모두 나를 위한 말뿐입니다. 이렇듯 유혹은 지독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악마라 내 밖에 있는 다른 어떤 실재가 아닙니다. 바로 내 안에 있는 지독한 이기심입니다. 그러니 내 안에 있는 지독한 이기심이 나를 유혹할 때 예수님의 모범을 좇아 단호히 물리치십시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까.”라고 유혹하면, “나 한 사람만이라도.”라고 대답 하십시오. “이 정도쯤이야.”라고 유혹하면, “이만큼이나? 안 돼.”라고 대답하십시오. “다음에, 차차.”라고 유혹하면, “지금이 바로 영원이야. 영원은 바로 지금에 달린 거야.” 하고 대답하십시오. “딱 한 번만.”이라고 유혹하면, “딱 한 번만? 웃기지마 딱 한 번이 또 한 번이 되는 것 다 알아.”라고 대답하십시오.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에 이렇듯 단호히 대꾸하며 내 안의 이기심을 담대히 물리치십시오.

그리고 혹시라도 실수하여 유혹에 빠졌다면 다시 일어나십시오. 앞서 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다시 출발하십시오. 그래서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예수님이라는 나침반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더 하나님을 만나는 생활을 하십시오. 그럼으로써 유혹의 광야를 만남의 광야로 바꾸어 나가십시오.

광야는 악마가 유혹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고,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광야가 무엇이 될 것인가는 바로 여러분 자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이번 사순절이 인생의 여러 유혹들을 물리치고 하나님을 만나는 은총의 계절이 되길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