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에게는 자본화, 상업화 되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장에 대응하여, 문화매체를 향유하고 나누고 공유하고 확산시킬 새로운 채널이 필요하다. 일방이 아닌 쌍방소통 방식은 인터넷의 장점이다. 감히 제안하고 싶다. 에큐메니안의 이 지면을 통해, 노래의 배경이나 삶의 자리 또는 나의 노래가 된 이유 등을 소개하고 나누고 또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그것을 토대로 음악회를 열고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며, 우리가 속한 이 사회의 문화를 건강하게 견인하자고...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참여해 주셔서, 새로운 문화양식 공유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 필자 주

노래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당이니 노래 하나 우선 듣고 가려고 한다. 젊은 시절, 대학에 들어가 알게 된 노래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나에게도 아주 큰 영향을 준 노래이다. 다들 잘 아시리라. 밥 딜런(Bob Dylan)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

그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
Yes,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 balls fly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Yes, how many years can a mountain exist
Before it's washed to the sea ?
Yes, how many years can some people exist
Before they're allowed to be free ?
Yes,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Pretending he just doesn't see ?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Yes, how many times must a man look up
Before he can see the sky ?
Yes,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
Yes, how many deaths will it take till he knows
That too many people have died ?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이것이 우리말로 번안되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유되었다.

얼마나 먼 길을 헤매야
소년들은 어른 되나
얼마나 먼 바다 건너야
갈매기는 쉴 수 있나
얼마나 긴 세월 흘러야
사람들은 자유 얻나
오 내 친구여 묻지를 마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얼마나 긴 세월 흘러야
저 산들은 바다 되나
얼마나 여러번 올려 봐야
푸른 하늘 볼 수 있나
얼마나 큰 소리 외쳐야
이 노래가 들려지나
오 내 친구여 묻지를 마라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세 절로 되어 있는 원문을 두 절로 바꾸었고 자의적으로 옮긴 구절들이 눈에 띠는데, 아마도 운율에 맞춰 우리말로 옮기려고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한 듯 하다. 대부분의 번안곡들이 그렇지만 이 노래도 원문으로 들으면 우리말로옮겨진 것과 또 다른 느낌을 얻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제목이다. 처음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공유되다 보니 어떤 번안도 다 그에 따라 같은 제목을 갖게 된 거 같은데, 그 보다는 '바람에 흩날리는 대답' 정도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

내가 처음 이 노래를 접했을 때 받은 그 신선함과 울림은 아주 컸다. 노래 하나가 이럴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나로 하여금 노래에 매혹되게 하여 노래활동의 꿈을 갖고 그 길을 가게 한 원동력의 한 축이기도 했다. '대체 노래란 무엇일까...' '음악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자연과학을 좋아했던 나에게 기존 교회의 가르침과 성서해석은 비합리적으로 다가오곤 해서 회의감을 갖기도 했는데, 신학공부를 하면서 저명한 신학자들의 저술과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통해 깨닫게 된 성서의 세계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눈을 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래나 음악을 감상적 차원에서접하던 내가 새로운 음악, 새로운 소리의 세계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예배와 음악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나에게 주어진 오르간 연수였다. 과학적이고 물리학적으로 접하게 되는 소리의 세계, 그렇게 보게 되는 음악은 그야말로, 놀랍고 엄청난,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라 고백하는 자연계 안에서 울림을 통해 전해지는 음악, 그것은 철저한 자연법칙 위에서 이루어지는 거짓 없는 피조세계의 조화요, 그러기에 근원, 영원과 닿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소음과 음악은 소리라는 같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이 미치는영향은전혀 다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그러지 않을까,,,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것 말이다. 거기에 하나님의 선의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역시 주어지는데 그것이 신앙의 길이 아닐까...

우리가 음악(音樂)이라고 쓰는 말은, 영어의 Music, 독일어의 Musik, 프랑스어의 Musique, 이탈리아어의 Musica에 대응하는 용어일텐데, 이 단어들은 그리스어의 '무시케(Μουσικη, Mousike)'에서 유래해서 라틴어 '무시카(musica)'를 거쳐 각 나라별로 정착되었다. 이 '무시케'는 '무사이'가 행했던 것, 또는 '무사이'스러운 것 등을 의미하는 말인데, '무사이'는 우아한 모습으로 노래하며 한 마음으로 춤을 추며 아폴론을 섬기는, 예술과 문예를 담당하는 여신들의 이름(단수는 '무사')이다. 이를 영어에서는 뮤즈(Muse)라고 한다. 무시케는 시와 음악과 춤 등이 하나로 융합된 예술형태의 의미를 갖는데, 그리스인들은 조형예술 - 건축, 조각, 미술 등 - 과 분리해서 무시케를 창조성과 관계있는, 인간의 능력 너머에서 얻어내는, 그래서 그것을 '무사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조형예술은 기술의 범주로, 무시케를 예술의 범주로 분류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악기연주를 무시케라 하지 않고 따로 분리하기까지 했다. 무시케는 로고스와 구별되지 않은, 또 인간의 행위, 활동과 구별되지 않는 통합된 그 무엇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무시케를 지금 우리가 말하는 작품이라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무시케는 에토스를 규정하는 힘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감성적이고본능적인 요소에까지 깊이 뿌리 박고 로고스의 지배를 받으며 인간의 윤리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었다. 무시케는 인간 정신의 선한 길을 찾는 총체,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 전인적인 모습을 찾게 하는 힘이었다. 그런 이유로 무시케는 교육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크니야스 요', '음악미학입문'에서)

이 무시케가 갖는 의미와 내용이 앞으로 전개되는 노래라는 주제와 이어질 것이기에, 비약이 있다 싶으면서도 한 문단으로 정리해 보았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악이라는 용어에 질문을 던지면서 새롭게 생각하고 정리하게 하는 서두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음악과 노래,,, 그 근원적인 접근에 단서를 제공하지 않을까 여긴다. 이걸 기반으로 다음 편에서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위에 예로 들었던 밥 딜런의 노래에 상응하는 우리의 노래 하나 아래에 올리니 피로해진 머리와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이 노래의 울림이 쉼을 얻게 하기를 소망한다. 

필자 소개      윤광호 목사 한국신학대학 입학 한신대학 신학과 졸업 일본 도쿄신학대학원 특별연구생 독일 마인츠대학 입학 일본 기후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오르간 연수 현재, 군산노회 성촌교회 목회 섬김. 성남시와 충남 당진에서 교회 개척도 해 봄. 일본 야마나시에 교회 개척 ‘노래하는 목사’로 활동 개인 음악 앨범, 음반으로도 발표 1집: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한누리 2집: 힘겨운 날 3집: 참된 평화

윤광호 목사  mail@yuny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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