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ddy Sang Bass 악보

<Daddy Sang Base>라는 노래가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골고루 들어보려면 아마 하루가 그냥 지나갈 것이다.
원조는 칼 퍼킨스(Carl Perkins)가 개작하여 만들고, 조니 캐쉬(Johnny Cash)가 노래한 1968년도 판이다. 이 노래는 빌보드 컨츄리 차트에 6주 동안 1위에 올랐었고 팝 부문 톱 10에 들기도 했다.
캐쉬의 회고에 의하면 작곡자 퍼킨스가 알콜중독자가 되자, 약물의존증을 신앙으로 이겨냈던 캐쉬는 긴 시간 같이 활동했던 퍼킨스를 계속 돌보았다. 이런 치유의 과정에서 퍼킨스는 1967년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 <아빠는 베이스를, 엄마는 테너를 부르며 우리 가족은 함께 큰 소리로 노래하며 하나가 됐다>는 내용인데, 먼저 하늘로 보낸 어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까짓 경기중학교가 무엇인지, 두 번 떨어지고 겨우 후기 중학교에 들어간 내가, 교회 학생부에서 처음 파트를 맡아 부른 노래는 <죄 짐 맡은 우리 구주>였다. 그 때 숙명처럼 나를 베이스 파트로 정해준 노래가 바로 <Daddy Sang Base>인데, 베이스 파트를 평생 노래하면  나중에 나의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나를 추모해 주는 모습을 상상하기까지 하였다.
두 번째 중창곡이었던 <만유의 주재 존귀하신 예수>의 아름다운 베이스 파트를 부를 때는, 고백하건대 음악이 나를 부르는 세미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하여 평생 베이스 파트를 노래하고 있다. 지휘를 맡기 전까지 교회 성가대에서 10년 간 베이스를 노래했고, 큰빛(포스메가)남성코랄, 칸토 파쳄 등에서 몇 년 전까지 계속 베이스 파트를 노래했다. 아주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2015년 새해를 맞이한다. 10년 동안 베이스 파트를, 30년 동안 지휘를 하여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생활을 한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박재훈 선생을 사사하며 작곡을 익혔던 고등학교 시절도 떠오르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20여 년 <베델성서연구> 목회자 강습회 때 찬양 인도를 하며 목사님들 앞에서 깝죽대던 일도, 예술의 전당 등 큰 무대에 설 때마다 긴장하던 일도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급성 편도염으로 목이 퉁퉁 부은 채 노래했고, 공황장애로 인해 지휘하다 쓰러질 위기도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으며, 목수질 하다 전동톱에 인대가 끊겨 붕대로 동여맨 손을 휘두르며 성가대 생활을 했다.
손톱을 애지중지 가꿔 기타로 찬송 반주를 했고, 전동대패에 살짝 잘린 새끼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피아노를 쳤다. 혈압이 오르는데도 공동예배 때는 트럼펫을 불었고, 일터에서는 어린이들에게 하모니카와 리코더를 가르쳤다. 고통까지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새해 성가대원으로 봉사할 교우들을 모집한다고 몇 주 전부터 계속 주보에 홍보하지만, 내일이 새해인데 아직 한 명도 새로 하겠다는 젊은이가 없다. 단지 우리 교회만의 문제인가?
나는 평생 행복했지만, 이제 성가대를 떠날 때가 가까이 오는데, 남겨지는 성가대를 생각하면 정말 걱정뿐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바벨론 포로생활 중이니, 나도 묵묵히 기도할 뿐이나, 어디서부터의 문제인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

우리 교회가 속한 후암동 지역은 연합활동에 있어 아주 모범적이다. 여덟 교회가 교동협을 만들어 돈을 모아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교파가 달라도 교류가 빈번하다.
성탄절 연합예배를 드린다고 대림절 넷째주일에 모였다. 예배 후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각 교회 성가대(찬양대)의 발표이다. 우리 교회는 색소폰 챔버팀이 나가므로 한가롭게 2층에서 각 교회 성가대 찬양을 듣고 보았다. 두 가지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 후암동 교동협 성탄 연합찬양

첫째는 모든 교회의 선곡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서로 짠 것처럼 20세기 후반 미국 찬양이었다. 물론 20세기 후반의 교회합창곡들 중에는 모던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성가들도 있다. 그런 수준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존 루터(John Rutter, 英, 1945~ ) 같은 이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번 소비되면 그뿐인 감각적인 가사와 기교적인 음악에 치중되어 진지함이 다소 결여된 것들로, 양으로는 모든 교회합창곡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겠으나 그 의미나 가치를 뜯어보면 1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 곡들에만 목을 맨다.
물론 교회음악 출판사들의 책임이 크다. 저작권 시행 이후 만만하게 쉬 들여올 수 있는 것들이 20세기 후반 미국 성가들이니 이 종류만 출판하였고, 이제는 중독된 지휘자들이 그런 곡만 찾으니 별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은혜를 많이 받고, 혹 덜 받는 교인들의 수준도 한 몫을 한다. 우리 교회에서도 왕왕 경험하는데, 격조 있는 곡에는 무덤덤하다가 앞에서 언급한 성가를 하면 <아멘> 소리가 충천(沖天)한다. 수십 년 동안, 교인들의 <듣는 귀>가 고양되길 바라며 선곡을 해도 정말 달라지는 것이 없는 현실을 보면 허탈해진다.

둘째는 공통적으로 성가대마다 젊은이들이 아주 적다는 점이다.
군대 생활할 때 가끔은 춘천중앙감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성가대에 끼어 찬양하는 것이 무척 보기 좋았다. 어쩌다 외국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도 <늙어서도 저렇게 살아야 할 터인데…> 감격하면서 나이 든 성가대원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즐겼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네 현상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젊은 세대가 새로 투입되지 않으니, 성가대가 늙어가고 있다. 한 10년 지나면 아마도 화려한 추억만 난무하는 경로당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젊었던 시절, 한물 간 연예인들이 이 교회, 저 교회를 들쑤시고 다녔으며, 주변에서 조금만 재주 있다 싶으면 쉽게 복음송 가수로 소명(?)을 받았다. 대학 1년 선배인 <사랑의 종소리>의 김석균, 신앙서클 동무인 <이 시간 주님께 기도했나요>의 이인수 등이 쉬 떠오른다. 상당히 인기들을 끌었다.
나도 두어 번, 대형교회 목사의 강권으로 수천 명이 모이는 철야집회에 끌려 나간 적이 있는데, <과장과 위선>의 간증이 나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충격적인 양심의 괴리(乖離)를 경험하였다. 그 후로는 교회 밖으로 나가는 일을 극히 자제하였다.

연예계에서야 <쇼맨십>이 필수겠지만, 교회음악에서는 이것이 앞세워져서는 결코 안 된다. 감각적이기보다는 튼실한 신앙에 기초한 순한 정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와 교회와 시대는 우리 젊은이들을 바람직한 정서로 이끌지 못했다.
<복음송가> 열풍이 유행처럼 지나가자 <CCM> 열풍이 밀어닥쳤다. 실력 있는 가수들도 꽤 많이 배출되었고, 사뭇 진지해진 노래들도 가끔 들렸다.
거기에 들뜬 한국교회 젊은이들이 이젠 나도 연예인인양 제단 위에서 <경배와 찬양>을 통해 <쇼맨십>을 분출하였다. 아직도 그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었는지 모르는 <워십>이 유행하고부터는, 그들이 지르는 외마디 소리들과 아멘 소리에 그동안 공들여 쌓았던 모든 교회음악은 퀴퀴하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어 교회당 구석으로 밀렸다.

▲ worship 자료사진

이 젊은이들에게 교회합창의 묘미를 아느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사도(使徒)급으로 격상한 <사역자>들에게 성가대로 돌아오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감각적이며 자극적인 것은 간식 같은 것이라고 일러줄 수가 없었다.

우수한 인재를 골라 대중적 성가나 CCM 운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아니다 싶으면 뜯어말리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회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꽃이 될 수 있다.
<워십> 찬양, 예수전도단 찬양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사도운동>적이거나, 배타적이며 전투적인 노래들은 당연히 걸러져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선동>을 교회음악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20여 년, 시종 하나님께 <경배와 찬양>만 하는 풍토에서 이웃과의 삶에까지도 <고백과 다짐>이 있는 찬양 문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행동하는 크리스천을 구하고 계신다.
온 교회가 각성하여 교회음악의 품격이 유지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여야 한다. (바흐가 칸토르로 26년 간 일했던 라이프찌히의 성 토마스교회를 생각해 보라.)
교회합창의 <진수>를 되찾기 위해 모든 성가대는 최선의 경주를 하여야 하며, 성가대원들은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한다. 또한 덕스럽게 내려오는 성가대의 고유한 공동체성을 회복하도록 일신(一新)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회답게> 바뀌어 건강한 가치를 사회에 끼치도록 개혁되고 성숙되어야 한다. 앞의 문제들이 작금의 성가대 상황이기도 하지만 결국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상황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회가 개혁되어야만 다음과 같은 자칭 구원받은 성도들이 변하여 교회의 일꾼이 되고 그들이 일할 일터가 됨은 자명하다.

▶맹목적 충성형 – 목사님의 말끝마다 <아멘>을 외치며 교회 일에 분주하게 참여하는 교인이다. 받을 축복만큼 몸을 아끼지 않는 이런 분들이 대부분의 교회에서 여태껏 대세를 이루었으므로 성가대원 모집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교인들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확연히 줄고 있으며, 바른 교회를 위하여 빨리 도태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신비ㆍ열광형 – 은사를 받았다거나 은사를 구하러 사방으로 헤집고 다니는 교인이다. 그들의 직통 계시에 의하면 성가대원직은 쓰잘머리 없는 일이다. 더 큰 떡이 널렸는데 그까짓 성가대 봉사로 오는 은혜는 전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교회에 안 나오는 것이 덕이 되는 부류이다.
▶문턱 밟기형 – 예수를 믿기는 믿어야겠는데, 교회 일에 관여하기도 싫고, 교우들과 교제 나누는 일도 싫은 사뭇 세련된 익명의 교인들이다. 좀 배우기도 했고 삶도 안정되어 별 아쉬울 것도 없으니, 구석에서 <주일성수>하고 최소한의 헌금생활도 하며 구원의 끈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요즈음 현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성가대 찬양 평가에만 능하지 도움은 전혀 되질 않는 사람들이다. 이 교회, 저 교회 소문 듣고 잘 찾아다니는 재주는 있다.
▶냉소ㆍ비판형 – <율법과 복음>에 대한 웬만큼의 이해와 경륜이 있으나, 기독교 공부하는 데 그 열정을 다 쏟아부은 듯 신앙적 행동도 없고 따라서 열매도 없다. 어쩌다 회의에 참석하여 원칙과 현실을 장황하나 열정적으로 나름으론 설파하기도 한다.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부류이다.
▶가나안형 –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 출석을 포기하고 <안나가>는 교인들이다. 한국교회의 묵은 병폐가 이젠 썩다 못해 문드러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또한 한국교회의 미래 가능성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자원들이며 재가수도자(居士)들이다. 교회가 개혁되어 그들이 돌아오는 날이 한국교회가 사는 날이다.
▶언젠가는형 – 부모로부터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거나 강요당하면서도 바쁜 삶을 핑계로 교회생활에 점점 게을러지다 이제는 울타리를 벗어난 젊은이들이 여기 속한다. 경쟁적인 교육, 취업 환경에서 그들이 얻은 가치는 결코 교회가 아니었다. 부모들의 희생은 고맙지만, 자신에 대한 신앙적 요구는 별개라고 규정해버린다. 사회와 교회, 부모의 신앙과 삶이 서로 유리(遊離)되었을 때 더욱 쉽게 나타난다. 그래도 부모의 공덕(功德)에 살짝 기대는 묘한 심리적 착각이 있으며, 언젠가는 교회에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어쩌다 한 번씩 한다. 교회나 부모가 손도 못 쓰는 가장 안타까운 골육으로서 그들이 돌아와야 교회는 세대 단절을 면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가 어떤 교인, 혹은 기독교인으로 거듭나야 하는가?
한국의 개신교회가 어떻게 돌이켜야 세대 단절을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변해야 빛과 소금이 되어 사회에 나가 성서적 가치관의 모범을 보일 수 있을까?

너무나 어려운 과제들이다. 지난 1년, 우리사회와 교회를 돌이켜보면 <절망>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그러나, <믿는> 우리는 그 과제를 우리 모두 가슴에 끌어안고 2015년을 맞이하여야 한다.

필자소개     ▲ 주대범 장로 1955년 서울에서 출생, 교육에 종사한다. 대학에서 문학을, 개인적으론 작곡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10년 한 후, 출판사를 운영 했었다. 교회합창곡도 작곡하고, 글도 쓰면서 누가 부탁하면 목수 일도 하고, 시각디자인도 한다.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생활을 39년째 하고 있다.

주대범 장로 (중앙루터교회 성가대 지휘자)  bawee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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