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부터 Meat free을 시작하고 10일째. 엄청난 육식주의의 삶에서 육식과의 단절은 여러 모로 불편함이 많은 날들이었다.
우선 Meat free를 시작하면서 정호진 목사가 추천한 단식을 하기로 했다. 요새 유행인 ‘간헐적 단식’을 생각했다. 매일 점심은 사무실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월, 수, 금에 단식을 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누구나 한다. 하지만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아침밥을 먹으면 더 힘이 없다. 밥을 먹고 나면 든든한 것이 아니라 외려 답답하고 힘이 빠진다. 그런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힘들어서 오전부터 기진맥진이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은 먹지 않는다.

점심 식사는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 먹는다. 나 말고도 우리 사무실 식구들은 모두 육식주의자다. 주로 먹는 메뉴는 제육볶음, 돼기고기 김치찌개, 돈까스 등등 전부 고기음식이다. 매일 같은 메뉴더라도 고기는 맛있게 먹는다. 어찌 됐든 이 사람들 속에서 나의 Meat free는 참으로 어렵고도 어렵다. 참을 인(忍)자가 백만 번은 떠오른다. 침만 꼴깍 거릴 수밖에...

지난 한 주 동안 식당에 가서 나의 메뉴 선택은 순두부찌개, 비빔밥, 생선구이 등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과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브로콜리를 집중하여 먹는다. 그리고 시선은 웬만하면 나의 음식에만 두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등을 자꾸 보고 있으면 절로 “한입만”이 입에서 나올 것 같아서다. 나를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고기를 먹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은 깍두기를 씹으며 참는다.

▲ 닭칼국수를 먹는 고수봉 기자. 아, 맛있겠다.

▲ 먹을 수 없다면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 낫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저녁식사다. 하지도 않던 Meat free에다 단식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마음에서 올라오는 심리적인 욕구는 더욱 커진다. 평소 저녁에 지인들을 자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이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지인들을 만나서 먹던 것들은 주로 고기다. 삼겹살, 목살, 갈비, 치킨 등. 더구나 지난 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난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다. 밥솥도 없다. 여기서부터 어려움이 제대로 드러난다. 고기를 먹지 않고 외식을 줄이고 단식을 하려면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탄성 섞인 한숨이 밀려나온다.

단식은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이것도 쉽지는 않다. 계속 약속이 생긴다. 퇴근 후에 만나서 저녁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생긴다. 단식하는 날에 약속이 없어서 집에 있으면 “떡볶이 조금만 먹을까? 빵 한 개만 먹을까? 난 고기를 안 먹고 있잖아.”라고 자기위안을 하며 자꾸 단식의 끈을 놓치고 만다. “난 고기를 안먹으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보상심리를 들이댄다.

이렇게 하여 10일이 지났다. 많은 싱글 직장인들의 식생활을 대변하며 Meat free를 시작한지 10일. 식생활의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식습관의 변화는 곧 삶을 바꾸는 문제임을 깨닫는다. 오늘도 고기 없이 나물과 깍두기 등 채소로 된 반찬을 먹는다. 외식을 하거나 식사를 거르는 형태의 식생활에서 벗어나는 식단을 짜고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봐야겠다.
이번 주부터는 식단을 개선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채소음식을 만들겠다. 다음 회에 채소음식 레시피와 바뀐 식단을 소개하겠다.

▲ 시금치 나물과 버섯볶음. 채식생활에 좋은 반찬들이다.

▲ 오늘의 메인 메뉴. 오징어볶음. 맵고 짠 것이 단점이다.

이의진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