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연재 고정칼럼
책임과 연대<안태용의 산골 이야기>
안태용 | 승인 2015.10.26 10:54
   
▲ 고양이가 나이 먹어 죽자 내가 사는 산골 집 매실 나무 밑에 돌무덤을 쌓아 묻었다. ⓒ안태용

‘캣맘 살인사건’은 우리사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필요할 땐 고용 했다가, 불 필요해 지면 소모품처럼 버리고 해고하는 우리 사회의 투영된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의 아내는 두 번 버림받은 고양이를 인터넷을 통해 데려다 키우며 가족으로 15년 이상 넘게 살았다. 나중엔 치매까지 걸려 똥, 오줌을 가리지 못했다. 그 뒷수발을 다했다. 나이 먹어 죽자 내가 사는 산골 집 매실 나무 밑에 돌무덤을 쌓아 묻었다. 아내가 늘상 하는 말이 있다. "책임 있는 곳에 사랑 있다" 였다. 보통은 “사랑 있는 곳에 책임 있다” 인데.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선 무언가 깊이가 느껴졌다. 나중에 보니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이 고민을 '타자의 얼굴'로 체계화시켰다. "자유가 책임에 선행 한다"는 칸트의 명제를 "책임이 자유에 선행 한다"고 뒤집으면서,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다가감으로 오히려 자신의 주체됨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자본은 자유를 얘기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 뒤로 책임을 은폐시킨다. 버린다. 약자에게 짐을 지운다. 우리 자신도 각박한 삶속에서 자본의 논리를 의식, 무의식적으로 투영한다.
 
   
▲ 무언가 강자들로부터 억압된 화나 분노가 엉뚱하게 약자인 동물에게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안태용
 
내가 산골생활 초기에 닭장에서 장닭들이 서열싸움을 피터지게 하는 것을 보고, 정의를 위해 개입했으나 말려도 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강자를 응징한다고 폭력을 사용했다. 그것도 여러 번씩이나.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폭력은 정의를 가장한 나의 잠재된 분노표출이었다. 무언가 강자들로부터 억압된 화나 분노가 엉뚱하게 약자인 동물에게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 피 흘리며 고통 중에 있는 사람끼리 공감하고 어깨 걸 때, 길이 열리는 것도 희망이 생기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안태용
지금처럼 우리는 자본독재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 군사독재처럼 분명하고 가시적인 정치적 분노 표출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은폐되고 합법적이기에 분노표출출구가 없다. 1프로가 아닌 99프로의 갑을관계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다. 그러나 쌓이는 화나 분노는 어떻게든 출구를 찾게 되는데, 사소한 사건에 우발적 폭발을 하거나, 주로 사회적 약자에 집중된다. 누구에게도 일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풍성하다. 이재명 시장도 과거 청년시절에 일베가 됐을 수도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사회적 연대가 시급한 때다. 이 연대로 분노를 사회적 분노로 승화시키고, 분노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비로 정화시켜야 한다." 물론 분노의 원인을 사회적 관계로만 모두 환원 할 순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길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이기에 아득하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자비를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인이기 보다, 강도 만나 피 흘리는 이(눅10/25-37)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연대라는 말이 공허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렵고 힘들지만 피 흘리며 고통 중에 있는 사람끼리 공감하고 어깨 걸 때, 길이 열리는 것도 희망이 생기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고통의 연대'말이다. 감사! 샬롬!

안태용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