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 민통선안에서 민통선평화교회를 개척해 18년간 목회를 해온 이적 목사의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 <민통선 예수>를 매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주여 내게 잠재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 거두어 가주소서 그리고 새로운 당신의 세상이 내 안에 가득 차게 해주소서.>
나는 새 세상을 맞았다.
가자, 민통선으로
나는 다시 내가 기독교사역자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엄청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평신도가 아닌 목회사역의 길을 걷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사역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바라보고 염증을 느꼈던, 내가 살인자 대통령을 향하여 조찬기도회를 열어주던 그들을 보고 실소를 머금었던 내가 사역을 다시 해야 할 이유라도 찾았단 말인가？ 어떤 이유로 되돌아간단 말인가
메카시즘의 낡은 사고로 통일조국의 앞날을 늦추려고만 하는 극단적 매국주의 의 사고가 여전히 팽배해 있는 현실과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성장 주의가 팽배한데 무엇을 바라보고 사역의 길에 재입문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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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동안 고민에 빠졌지만 얼마 뒤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J.M.로크만>의 저서 사회주의 사회속의 교회：체코 교회의 경험을 읽고 나서 부터였다.
흔히들 기독교회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사회는 유신론인 기독교를 못 받아들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국가중 사회중의 국가가 되었거나 한국이 사회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도 <유신론자>인 기독교주의자들이 많은 탄압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맑스의 <종교비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맑스는 그의 종교적 입장을 통해서 19세기의 기독교가 보여주었던 노동자, 농민들의 비참함에 대한 기독교의 무능한 태도를 실랄하게 질타하고 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 사회는 타락의 일로에 있었으며 종교 권력이 타락했으며 불의한 왕들을 옹호하는 거짓 선지자들은 구약시대의 선지자들의 입장을 방불케 했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서 있던 맑스의 입장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사회주의가 놀랍게도 기독교를 받아들인 케이스가 있었는데 바로 체코의 경우였다.
체코의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체코를 사회주의 국가로 건설 할 무렵 기독교와 함께 정직한 국가를 건설 하자고 제의를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쌍방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아주 조심성 있게 시작되어 상당히 중요한 상황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로크만은 마르크스주의 사회에서 겪었던 가장 고무적인 경험중의 하나는 마르크스주의자들과의 만남 자체가 새로운 차원이었다는 것 즉 모든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한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모든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국가 집단이나 종교집단이든 인류의 번영을 위한 가치기준이 상호 동일시되었을 시에는 이념이나 체제 율법주의를 뛰어남을 수도 있다는 기준을 실천한 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성직자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주의자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예수의 박애주의적 삶을 그대로 실천했고 그렇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은 자연 도태되어 기독교는 체코시민 사회의 희망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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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체스키 크롬로프의 십자가 | ||
따라서 체코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문화적 사회적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체코 국민들은 유신론자들의 집단인 기독교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참 복음주의적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 결과 서방의 몇몇 신학자들이 <신은 죽었다>라는 이야기를 한창 시작 할 무렵 체코에 있는 독창적인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인 한 신학자는 <하나님이 아주 죽은 것은 아니다. (God is not quite dead)> (가르다프스키 (gardavsky) )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운 것을 아주 우연한 기회만은 아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체코의 이런 현상은 성직자들의 자체 정화가 확실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내가 사역을 포기하게 된 배경이 얼마나 허술하고 신학적인 지혜가 얕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근거가 되었다. 교회가 부패하면 할수록 종교 지도자가 타락하면 할수록 예수님의 참 복음주의를 실천하는 종교적 혁명가는 끊임없이 수혈되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법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타락한 대상을 걸려 내어 진정한 기독교 정신으로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지상에 예수님의 거룩한 삶만큼 더 거룩한 삶도, 정치사도 현대사도 종교사도 없다. 그것은 예수님이 호화롭게 타락한 인물로 살다간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의 가난을 위하여 탄식하고 인류의 불행을 내 것으로 여기며 불의와 싸우다 가신 거룩한 분이시며 예수님 자신조차 가난하게 사시며 더러운 천민과 빈민들을 친구하고 벗하며 사셨기에 그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를 참 스승으로 참 하나님으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 자신도 부패한 종교권력자의 손에 죽지 않았던가？
그랬다. 내가 변하면 남도 변한다.
내가 변하여 실천적 삶을 살면 주위도 변하기 마련이다. 인간을 볼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거룩한 삶>을 바라보며 배우고 수도해야 한다.
누군가가 살인자 대통령을 위하여 기도를 하든 말든, 사대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교회가 있든 말든 저질 무속인 부흥사가 있든 말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하나님의 관계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불의하다면 심판 받을 것이다. 그들이 잘못된 신앙관으로 민중을 눈가림한다면 결코 오래 가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 아무리 썩은 물이 호수에 가득 찼더라도 나는 한 방울의 맑은 샘물이 되어 호수에 섞이면 될 일이다.
그리고 만분의 일이라도 정화된 물로 변화시키면 이것이 예수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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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적 목사 약력 -1957년생 경남 통영 출생. -1986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기관지 민족문학에 <안개속으로><연작시 삼청교육대10> 등으로 신인추천. - <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3년 구금, 88년 <미주중앙일보> 정화작전 연재 91년 <대한매일 창사기념/ 장편소설 적도> 당선, 80년대 군사독재 저항문인 단체였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창립회원> <민예총 창립회원> 1987년 삼청교육대사건을 최초로 폭로한<삼청교육대정화작전/전예원 87>발간. 이후 <장편소설 북방산계곡의비밀/90광야> 장편실록 <청송감호소 죽음의 그림자> 정치평론<대통령의 늦바람/남풍89>등이 있으며 시집 으로 <바스티유의땅/한겨레 88><이별과절망의둔주곡/ 푸른숲91>< 바다가 된 그대에게/ 새암바다/2000>등 기타 <김대중 살리기 공저><분단과통일시 1,2집/공저><사람과문학/ 공저>등 20여권의 작품집이 있다 현재 저항문인 단체인 <분단과통일시 동인>, <우리시대의시인들 동인>으로 활동 하고 있으며 경기도 김포시 <민통선평화교회담임 목사>로 시무 하고 있음. |
이적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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