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un mamuk, kabun mamuk, hamlaha,  hamlaha
etu tasak ona, etu tasak ona, mai ita han, mai ita han

동네 어귀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었다. 귀에 익숙한 노래라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들어 보았다. “허기지네, 허기지네, 배고파, 배고파. 밥 다 되었어. 밥 다 되었어. 밥 먹자, 밥 먹자”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프랑스의 “프레레자크”(형제 자크)라는 노래였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서로 학교 길에 만나면, 만나면, 웃는 얼굴하고 인사 나눕시다. 여러분 안녕 ~ ”하며 부르던 그 노래인 것이다. 골목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처럼 나도 아이들과 같은 유년기가 있었다. 우리에 유년은 항상 배가 고팠다.

그때 우리는 들로 산으로 다니며 경쟁하듯 쑥을 뜯어 오면, 어머니는 우리들이 뜯어 온 쑥으로 밀가루보다 쑥이 더 많이 들어 간 쑥 개떡을 만들어 주셨다.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은 논둑을 다니며 개구리랑 메뚜기를 잡아 구어 먹느라 까매진 입을 쓱쓱 문지르고 다니기도 하였고, 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기와집 담장 밑에 떨어진 감을 줍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기도 하였다.

한번은 작은 언니와 떡 한 조각을 얻어먹기 위하여 산꼭대기까지 동네 시산제에 따라 나섰다가 아버지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었고, 명절이면 어김없이 지짐이를 먹고 체하여 어머니는 등을 두드리고 팔을 문지르며 실로 손가락을 묶고 손끝을 바늘로 따주시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명절은 기대하며 기다린 만큼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수업시간에 학생 한 명이 “선생님 어디에 사세요?” 하고 물었다. 나는 “레시데레”라고 말하며 “그런데 우리집 주변에는 왜 그렇게 닭이 많지?” 학생들이 묻지도 않은 닭 이야기를 했다. “우리 뒷집은 싸움닭을 기르는 집이야, 그래서 그런지 새벽부터 닭이 얼마나 꼬꼬댁 거리며 시끄럽게 구는지 몰라” 나의 “꼬꼬댁”이라는 말이 재미있었는지 학생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때 “profesora, manu tanis, tanba hamlaha" 라고 한 학생이 정확하게 테툼어로 말하는 소리가 웃음소리 속에서 내 귀에 또렷하게 들어왔다.“선생님, 닭이 배가 고파서 우는 거예요!” 나는 순간  멈칫했다.점심시간이 될 때 쯤 학생들은 종종 배가 고프다며 수업을 좀 일찍 마쳐 달라고 말 한다. 그럴 때 나는 “나도 배가 고프거든”하며 수업 시간을 다 채우지만 한창나이의 학생들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안쓰럽다.

학교에는 매점도 식당도 없으니 물 한모금 가져 오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데도, 학생들은 물도 가져오지 않고 도시락도 물론 가지고 오지 않는다. 대부분 시골에서 살며 학교에 다니기 위해 딜리 친척집에서 함께 지내거나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아침식사라고 변변히 하고 왔을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manu tanis, tanba hamlaha”, “닭이 배가 고파서 우는 거예요”라는 말이 내내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구나. 루시오, 너는 알고 있었구나.

<임정훈>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 딜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음

임정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