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무임금 노동자는 민통선 마을에 밥 짓는 연기를 보고 시작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밥 짓는 연기가 저녁 하늘에 떠있으면 목가적 시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답지만 아직도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밥 하는 분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분들을 어떻게 도울 길은 없을까 하고 생각 하고 우선 재래식 아궁이로 밥 하는 가정이 몇 가정이나 될까 하고 조사부터 하여 보았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나무 떼는 집은 몇 집밖에 없었고 예상외로 연탄을 떼는 집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 연탄을 떼는 가정들 치고 노인네 가정이 아닌 곳이 없었다. 나는 어느 어르신을 붙들고 연탄 수급이 잘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연탄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를 수 있는데 형편이 좋지 않아 연탄을 아끼기 때문에 겨울 내내 춥게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연탄을 아낀다고 밥은 나무 아궁이에서 짓는 집도 있었다.
<목사님...연탄 좀 주실려우..> 내가 연탄에 대하여 꼬치꼬치 묻자 어떤 어르신은 애절하게 연탄 구걸을 하기도 한다.
나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아니 하여 <글쎄요....>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목사님은 애들은 잘 보살핀다고 들었는데 우리 노인들 생각은 안 해 주셔..>한다.
<그렇구나...> 이 동네에는 연탄이 필요로 했다. 아니, 당장 내 자신부터 연탄이 필요로 했다. 우리교회도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더니 기름 값이 폭등을 하여 다시 연탄보일러로 바꿔야할 형편 이었다. 세상에 기름 한 드럼이 2십여 만원을 호가하니 그 기름도 일주일 밖에 못 떼었다. 한 달이면 80만원의 기름 값이 소요 되니 어느 부자도 기름을 뗄 수는 없는 것이었다.
도시가스공사는 돈을 벌면 그 이익금으로 시골 빈촌에 투자를 해야 했다. 그런데 도시가스는 면소재지 정도의 규모의 마을까지는 들어와 있으나 아직 우리 마을 같은 깡촌에는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설치비만 3백 여 만원을 달라고 하니 면소재지 주민들도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나도 당장 우리 집을 연탄으로 보일러를 교체 했다. 이곳이 날씨가 유별나게 추운 지역이라 난방이 잘 안되면 지옥 생활을 해야만 한다.
나는 그때부터 내 연탄이 아니라 우리 이웃에 연탄을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런데 가을이 다가 올 무렵 아내가 내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아내 선배가 석탄 공사 임원이 만든 연탄은행을 잘 안다며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 며칠 후 연탄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마을 연탄 수급 규모를 조사 해달라는 연락이었다. 나는 당장 연탄 재고량과 소모량을 조사하기 시작 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필요로 했다.
나는 연탄 2만장을 신청 했다. 그 해 겨울 처음으로 연탄이 왔다. 그런데 그 엄청난 연탄을 배달을 해야 하는데 배달 자가 없었다. 연탄은행에서 하차를 조금 도와주긴 했으나 하루만 해주고 가버렸다. 그 분들도 다른 업무가 있을 테니 이 마을에만 계속 머물고 있을수는 없을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직접 소매를 걷어부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날부터 마을에 연탄을 나르기 시작 했다. 고되긴 했지만 마을 어르신들의 따뜻한 아랫목을 생각 하면 고되다는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런데 그 해뿐 아니라, 이후 매년마다 나는 연탄을 갖다 나르는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다. 겨울만 되면 민통선 연탄 배달부가 되는 셈이었다. 기업체 비정규직은 임금이라도 받지만 나는 임금 없는 무임금 노동자 신세라고 생각하니 하나님은 내게 별일도 다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나도 월급 좀 주세요..>하고 씩 웃고 콧잔등을 훔쳤더니, 콧잔등에 연탄이 새까맣게 묻었던 모양이다. 멋도 모르고 교회 공부방에 갔더니 공부방의 우리 아이들이 나를 보고 죽어라 웃어댄다. 무임금 노동자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하나님, 기분 좋으니..이게 월급이군요>
이적 목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영식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징계 사건에 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