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주는 것들은 모두가 지각 가능한 것들이다. 반면에 가장 큰 해를 입히는 것들은 가장 지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즉 부정의나 광기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악의 존재는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인 고통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분노가 고통을 동반하는 반면, 증오는 그렇지 않다. 분노하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반면, 증오하는 사람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분노하는 사람은 연민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증오하는 사람은 결코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분노하는 사람이 자신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장본인 역시 고통을 받기를 바라는 반면, 증오하는 사람은 그 대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사학2(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조조로 ‘인사이드 아웃’을 봤다. 어제 도성샘이 명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난 뒤 첫 강사로 나선다고 해서 축하 겸 관심 겸 집을 나섰다.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 들어보니 기우였다. 현재의 삶과 지나간 시절을 깊이 성찰하며 미래의 꿈을 다졌다. 그 여운을 느끼며 뒤풀이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전철을 놓쳐 독립문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서대문형무소 위로 보름달이 떠 있었다.

평화 카톡방에 사진을 올리고 한 글자 적었다. 둥글게 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모두가 저마다 한 성격 하는 것 아닌가? 영화를 권한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의 칼럼은 잠시 잊고 가장 최근 내 중심으로 지각된 것들을 안고 영화를 보았다. 그러면서 얼핏 느꼈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려고 너무 과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구나! 자연스레 일어나는 감정을 알아차리겠다고 의식 부분을 너무 자각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다 보니 고통을 느껴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데 너무 가라앉히려고만 하는구나! 그것은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용암 덩어리를 쟁이는 것이구나!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분노하고 증오하는 감정이 떠오르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겠구나! 즉, 한 성격 유지하는 것이 삶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주는 영화였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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