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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뱅이와 평형수<안태용의 산골이야기>
안태용 | 승인 2016.04.20 12:00

엊그제 마늘밭 풀을 메다 담배거세미나방 애벌레(사진-굼벵이)를 여럿 잡았다. 풀 속에 숨어 지낸다.

옛 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밭에서 경험한 이 거세미 굼벵이는 그저 구르는 재주를 넘어 신출귀몰하였다. 이놈은 낮엔 이렇게 풀밭에 있다가 밤에는 온 밭을 누비고 다닌다. 내가 귀농해서 10년 가까이 이놈한테 골탕을 넘어 똥개훈련을 받아도 톡톡히 받았다.

가을처서쯤 무우 배추씨앗을 뿌려 어렵게 싹을 틔워 키워 놓으면, 며칠 밤새 모든 싹을 잘라 놓은다. 동네 어르신들은 약을 뿌려 방제하니 굼벵이 피해 없이 배추 무우가 잘 자라 속이 잘든 배추로 김장하신다. 나에겐 약을 하지 않으면 굼벵이가 땅속으로 기어온 흔적이 있으니, 주위 흙을 파보면 굼벵이를 잡을 수 있다 하였다. 처음엔 효과가 좀 있었다. 그것도 잠시 이 굼벵이도 환경에 금방 적응하여 싹을 자른 후 멀리 사라졌다.

다시 밤에 나타나 모두 작살을 냈다. 인터넷을 뒤져 굼벵이 잡는 법을 찾아보았으나 별 뾰족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별 수 없이 굼벵이의 자비심에 기대며 5-6번 거듭 다시 심고 다시 심고하였다. 그 덕에 나는 속이 꽉 찬 노란배추가 아닌 속이 덜 찬 새파란 배추로 늘 상 김장하였다. 그래서 나도 약을 칠까 유혹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차마 그럴 순 없었다.

그런 바보 같은 반복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다 어느 해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혹시 목초 액을 뿌리면 냄새와 독성이 강하니 접근하지 않지 않을까였다. 그런데 해보니 기적적으로 훨씬 피해가 적었다. 그 뒤론 나도 속이 꽉 찬 노랑배추로 맛있는 김장을 담그고 있다.

정말 미미한 굼벵이지만 자기 삶의 터전에선 세상 누구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신출귀몰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명색이 만물의 영장이자 문명인이라 하는 인간이지만,4명중 한명은 우울증으로 치료받을 만큼 인간답지 못한 삶을 대다수가 살아가고 있다. 말이 그렇지 굼벵이보다 삶의 처지는 훨씬 열악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생명보다 돈에 눈이 어두워 너무 과적하여 평형수가 무너져 발생하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났지만, 무너진 평형수가 정치 사회 경제 더 나아가 영성적으로 복원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은 아직도 배와 함께 바다에 수장되어 있다. 사회는 거꾸로 더욱 돈 중심 생명경시 사회로 치닫고 있다. 아! 오호통재라!

다행히 이번 총선이 신유신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박정권 심판과 야권승리로 끝났만큼 기느다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진실이 밝혀지고 생명평화세상을 열어 사회경제적 평형수가 복원될 수 있는 길 말이다. 물론 저절로 오진 결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2주기 문화제에서 어린아이들의 노래처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진실을 가둘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처럼 뜻밖에 밤새 아침 희소식으로 우리 머리맡에 올지 모른다. 다만 낙망하지 않고 오직 날마다 힘써 새로워지며 힘써 실천할 뿐이다. 감사! 샬롬!

안태용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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