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serapp.egloos.com)

이른 아침 창 밖 남은 어둠이
성미산 골짜기 사이로 월드컵북로 빌딩숲 사이로
하루 치 몸을 숨기기 위해 두리번거릴 때
나는 캄캄한 죽음에서 깨어난다
매일 살아나며 새 삶을 맞는다
아직은 희미한 햇살이 창밖에서 두런거리고 있다
나도 두런두런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하루의 삶을 허락한 그 누구를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도 고마워한다
그 누구는 누구며 나는 또 누구인가
오늘을 또 어떻게 보내야지 하다가
어제를 돌아본다 이미 돌이 되어 거기에 있을 뿐
결국 또 깨어났으니 오늘을 살아야지 한다
모두와 더불어 잘 살아야지 한다
이래저래 이리저리 모두 떠나고
이 집에 이제 남은 사람은 둘 뿐
아내도 다시 살아난 모양이다
뒤척이는 소리조차 고맙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꼬리잡기를 하고
나는 주로 뒤따라 다니며 추임새를 한다
아이 적 숨바꼭질이 무작정 재미있는 것처럼
어른놀이 두런두런 30분이 후딱 지나고
또 하루의 전투를 예고하듯
태양 볕이 점령군처럼 창에 번쩍인다
척후병 조간신문이 현관 앞에 움츠리고 있고
TV와 스마트폰은 지뢰처럼 매복하고
뇌관만 건드려라 째려보고 있겠지
그래도 오늘은 두렵지 않다
아내와 두런두런 30분의 아침작전회의를
넉넉하게 마무리했기에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