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적합하기는 하지만 결코 분명한 것은 아닌 사태들에서 그에 알맞은 은유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철학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대상들 사이에서 동일한 유사성들을 간파해내는 것이 명철한 지성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아리키타스는 중개자와 제단은 동일한 것들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부정의한 일을 겪는 모든 것의 도피처이기 때문이다. 혹은 닻과 갈고리 역시 동일한 것이다. 다만 하나는 아래에 달려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에 달려 있을 뿐이다.

-<수사학 3권(아리스토텔레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고 보니 좀 전에 읽은 경향신문의 칼럼(신동호 논설위원) ‘북극곰과 아일란, 어느 것이 더 슬픈가’가 떠오른다.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줄어든 북극곰에 더 큰 슬픔을 느끼면 생태감수성이 높은 상태, 세 살 배기 아이의 시신에 더 큰 슬픔을 느끼면 인권감수성이 높은 상태라고 한다. 어제의 일이 자연스레 또 연결된다. 출판기획 모임에서 평화감수성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80년대를 회상하면서 “미제의 각을 뜨자(잡은 짐승을 머리, 다리 따위로 나누다)”라는 구호가 나왔고, 그 살벌함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평화감수성이 언급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떨어진 대상들 사이에서 동일한 유사성들을 간파해내는 것이 명철한 지성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고 했는데, 은유는 지성보다는 몸의 생존에서 나온다. 이것을 성찰해야만 서로 다른 것들이 왜 동일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원리를 알 수 있다. 즉, 은유는 지성인들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래의 사유 방식이다. 신동호 논설위원은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됐고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해준 점에서 북극곰과 아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똑같은 성격의 슬픔이라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인권은 하나인 것이다”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여기에 평화감수성도 덧붙인다면, 지구인의 고통은 줄어들 것 같다. 모두 잘 생존해야만 하는 인간이니까!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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