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유사성 문제를 형상화와 연결 지어 해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칸트의 ‘생산적 상상력’(produktive Einbildungskraft) 개념과 ‘도식’(Scheme) 개념에서 발견된다. 칸트에게 상상력의 선험적 종합은 형상적 종합이다. 상상력은 현존하지 않는 대상을 직관(Anschauung) 안에서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감각 영역에 속한다. 리쾨르에 따르면 “생산적 상상력의 기능은…부재하는 어떤 것으로부터 현재적 인상을 매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형상적인 상호연결을 실행하는 데 있다.

” 상상력은 보는 것이다. “생산적 상상력의 자리와 역할은 통찰력(insight) 안에 있다. … 유사성에 대한 통찰력은 생각하는 것이자 동시에 보는 것이다. 이 통찰력 덕분에, 은유적 발화는 서로 떨어져 있는 개념들을 연결 지어, 유사성을 구성하고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리쾨르는 ‘술어적 동화’라고 부른다. “동화는 엄밀히 말해서 유사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은유의 도서관>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고 보니 은유는 역시 어렵다. 은유를 쏟아내려면 무엇보다 통찰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들에서 유사성을 발견하여 한 문장 안에 녹여낼 수 있다. 역시 그래야만 상투적인 은유가 주는 진부함을 뛰어넘어 우리의 오감을 흔들어대는 은유를 선보일 수 있다. 개념적 은유 사고 체계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고 누구보다 많이 읽고 누구보다 많이 생각해야만 화룡정점 같은 은유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말하기는 본능이고 글쓰기는 학습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위의 글에서 “상상력은 보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렇다. 우리가 지어내는 모든 글은 어디선가 본 것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이미지를 끌어들여 조합하는 것이다. 조합은 창조이다. 그것을 연결 지으면 멋진 창조의 은유가 탄생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끌어들이지는 못한다. 뭔가 내 마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은 늘 배척당하고 만다. 억지로 문장 안에 들여놓게 되면 나도 불편하고 문장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즉 나도 독자도 힘들어한다.

9월부터 10월까지 내가 일요일마다 본 것이 있다. 목사님들이다. 나는 그분들과 함께 에니어그램 과정을 밟았다. 교회가 아닌 카페라는 환경적 요인, 예배가 아닌 수업이라는 상황적 요인 때문에 그분들이 다르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사회에 퍼져 있는 통념의 목사님들하고는 분명 달라 보였다. 진심으로 낮은 곳을 보려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속마음은 내가 알 수 없지만,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 어느 교회들의 속물근성은 엿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분들과의 만남은 일단락 지었다. “서정씨, 연구해볼 거야” “기장과 함께해요” “돌아오세요” 그분들이 내게 건넨 말이다.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될지 아직은 예측 불허이다. 그것이 언젠가 내 문장에서 은유로 터져 나올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마음에만 담아두련다. 보았고 들었고 느꼈으니 언젠가 연결되리라는 길은 터놓고 말이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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