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20대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는 대답해주었다. “No answer.” 영어로 쓰니까 뭔가 있어 보이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는 말 “노답”이라고 대답해주었다. 20대로 넘어오기 전 수능을 경험한 세대로서 인상 깊은 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는 시였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하늘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역설적인 시이다. 당신이 보고 있는 하늘은 ‘하늘이 아니라 먹구름, 지붕 덮은 쇠 항아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시를 처음 접할 시점에는 “이 시는 1960년대의 시니까. 많은 힘듦과 어려움, 그리고 아픔이 있었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대의 첫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하늘을 보았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20대 후반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먹구름’을 보고 있고, ‘지붕 덮은 쇠 항아리’를 보고 있다. 
 

평소 TV를 즐겨보지는 않으나 얼마 전 하나의 CF가 ‘노답인생’을 살고 있는 나의 강퍅한 마음을 적셨다. 그것은 바로 ‘아껴서’라는 제목의 박카스 광고였다. 이 광고는 딱 내 나이 대를 대상으로 한 광고였는데,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 싶다. 이 광고의 주인공은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일하는 편의점 알바생이다. ‘주경야독’을 해야 하는 주인공은 “잠을 아껴서 시간을 벌고, 시간을 아껴서 돈을 벌고, 돈을 아껴서 학업을 이어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너무 많은 걸 아끼려다 가장 아껴야할 건 잊었는지 몰라.”라고 이야기하며 “나를 아끼자”라고 자기 자신을 위안한다. 
 
내가 나를 아껴야만 하는 20대의 걸음을 누군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독립과 자율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붙일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나에게 있어서 그 걸음은 그 어떤 걸음보다 힘겨울 뿐이다. 
 
Is there something wrong with me? 
 
“나의 20대의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에게 던져본 질문은 ‘내가 어떤 시대 속에서 살고 있느냐’였다. 20대가 처음 시작될 때,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나왔고, 아이폰으로 시작되어 아이패드, 맥북에 이르기까지 애플 생태계에 살아가게 된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이 나에게 와서 “무엇을 해야 해요?”라고 물어볼 때 난 그 친구들과 다를 게 없는데 그들에게 무언가를 제시해주어야 하는 사실이 나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른 밤 난 또다시 낡은 기타를 잡아 /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 아침 해가 날 재워줄 때까지 / 이제는 날고 싶지만 / 자신이 없어 차가운 눈빛도 지친 기대도 내게 점점 멀어져 is there something wrong with me? (불면증, 다이나믹 듀오 2004) 
 
“이른 밤부터 무엇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를 날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날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이 노래의 가사들을 찾아보면, 통장 속에 잔고는 줄어드는데, 아픈 어머니의 약봉지는 늘어가는 상황 가운데서 거울을 보니 슬픈 표정을 짓는 자화상을 발견하였다고, 자신의 꿈도, 순수함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의 고개는 땅으로 굽어지고,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을 ‘눈 먼 장님’이라고 표현한다.  
 
얼마 전 지인이 연극에 초대하였다. 전부터 이야기하던 터라 “꼭 가겠다”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연극을 보러 갔다. 그 연극은 “노숙... 장자”라는 연극이었는데, 계속해서 취업을 실패하던 청년이 대기업에 합격했다고 가족들을 속이고 거짓 출근을 하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노숙국’이라는 곳으로, 소위 말해 삶의 실패자들만 모이는 곳에서의 삶을 보내는 내용이다. 노숙국의 사람들은 일정 시간에 맞춰 잠에 빠지게 되는데, 이 꿈에서 이 노숙자들은 대기업의 총수이고, 엄청난 체인점을 가진 프렌차이즈 사장이다. 그들은 꿈에서 깨어 현실인 노숙국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이건 꿈이니까 라고 자위하며 노숙국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무엇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호접지몽의 상태, 그것이 바로 노숙국의 현실이었다. 

주인공은 이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도 저렇게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지만 쉽게 노숙국을 떠날 수 없다. 현실에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를 기억하며 돌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살아보자”라는 생각에 노숙국을 떠나지만 지방대 출신에 아무 스펙이 없는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그를 ‘게으르다, 무능하다’라고 하면서 색안경이 끼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 청년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청년의 시기에 잠을 못 이루며 자신에게 “Is there something wrong with me?”, “내게 문제 있어?”라고 자문하는 청년들에게 꿈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이 조금은 우습다. 
 
친구들과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 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내 친구들 나이대가 취직에 대한 생각이 많은 때이지만 많은 직장 중에서도 공기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공무원이 된다고 한다. 서로 자신의 생각들을 밝히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왜 공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을 하려고 하냐? 라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겠냐?”  
 
사실 나의 관심은 정치고 경제이다. 그렇기에 이 친구들에게 돌아올 대답이 정치권의 문제라던가, 묻지마 범죄가 왜 일어날까 라던가, 테러의 문제거나, 유럽 난민이라던가, 브렉시트 등등의 이야기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물론 나도 교회 전도사로서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좋게 보면 취업 준비생이고, 현실 그대로 보면 취업 포기생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하는 생각이 자신들의 먹고 사는 문제라는 이야기는 조금 나에게 어렵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았다.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겠냐?“ 그리고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존경하는 교수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 “요즘 친구들은 야성이 없어.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 바꿔보고자 해야 하는데 그런 야성이 부족해.” 왜 나에겐 야성이 없어졌을까. 누군가가 하늘을 보았냐고 물었을 때 왜 나는 하늘을 보지 못하고 먹구름을 지붕 덮은 쇠 항아리를 보았다고 이야기할까. 왜 나는 하늘을 보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까.  
 
내가 평소에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이지만 이렇게만 말씀하시는 모습에 조금은 소위 말하는 꼰대의 기질이 보여 졌다. 작년, 나는 어찌 보면 그 누구보다도 야성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문제 인식, 외침은 전혀 이 세상 속에 들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조소를 들었다. “네가 그렇게 한다고 우리가 변할 것 같으냐”는 세상의 대답만 나에게 돌아왔다. 그 어떤 시대보다도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청년들에게 왜 야성이 없어졌냐는 질책은 조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No answer = Know answer 
 

앞에서 나에게 20대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No answer’이라고 답해줬다고 했다. 그렇다 나의 꿈은 ‘노답’이다. 이 노답은 단순한 답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들이 바라보는 꿈과 내가 바라보는 꿈은 다르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나의 꿈은 하늘을 보았냐는 질문에 하늘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먹구름, 지붕 덮은 쇠 항아리들을 닦고 찢는 것이다. 그리고 꿈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내 꿈이다. 그리고 그날이 올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내 꿈이다. 그렇기에 내 꿈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과감히 얘기하고 싶다. No answer이 Know answer이라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시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고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필자 소개> 김기환 신학생. 유학준비중. 대학원을 가야하지만 가기 싫어 빈둥빈둥 놀고 있는 학사 졸업생. 노답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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