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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의 연결이 수사(修辭)를 만들어낸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09.21 10:52

뇌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어떻게 조직돼 있는지 이해하려면 겹겹이 싸여 있는 양파 껍질을 떠올리는 방법이 있다. 우선 양파의 중심부에는 뇌간이 있다. 호흡과 혈액순환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조절하는 곳이다.

뇌간 위에는 중뇌가 있으며 의식의 각성, 식욕 같은 활동을 조절한다. 기본적인 운동 조절과 감각 처리도 여기에서 맡는다. 그 위에 변연계가 있다. 이곳에서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격성과 성욕을 주도한다. 여기에서 통제하는 기능은 도마뱀과 뱀에도 있어서 ‘파충류 뇌’라고 불린다. 경쟁자를 보거나 잠재적 짝을 보면 무릎반사처럼 감정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인간의 종의 역사에서 이런 자동적인 행동은 뿌리가 깊다. 하지만 우리는 파충류적인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고차적 뇌 기제를 발달시켰다. 맨 바깥에 위치한 피질이 바로 그것이다. 뇌의 표면을 얇게 둘러싸고 있는 피질 층은 세상을 해석하고 지식을 생성하며 행동을 계획하는 일을 처리하는 뉴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작년 생각이 난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데 왜 우주와 시공간이 나오고 물질과 에너지가 나오고 쇼펜하우어가 나오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물질세계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신세계에서는 쇼펜하우어의 고통 직면 사상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만 잘 염두에 두어도 지속적인 글쓰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물질과 정신으로 존재하는 나, 그 세계를 끊임없이 직시하며 탐구하다 보면 삶의 의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그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글쓰기 타이틀에는 부적합한 것이었다. 손끝으로 글쓰기를 해야 하는 물질적 행위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내가 알아가는 과정을 너무 확신해서 말했기에 설득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일은 도모되는 것이다. 물론 작년 수강생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우려가 생긴다. 역시 잘 알지도 못하는 뇌 분야에 글쓰기의 비법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뇌부터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확신해서 말한다는 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5년 정도는 공부해야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그래도 자꾸 뇌와 글쓰기를 연결시킨다.

이 책이 그러한 시도에 희망을 준다. 위의 글에 이어지는 아래 글이 특히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문장은 단어의 연결이고, 뇌는 그러한 부분을 환영한다. 그리고 그 연결이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낸다. 굳이 덧붙이자면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온갖 수사(修辭)가 나타난다. 즉 수사에 초점을 두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뇌의 자동적 기능인 연결에 초점을 두고 글을 쓰면 누구나 새로운 수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삶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 누구를 아느냐에 있다. 피질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뉴런의 수가 적지만 대신 다양하게 분포된 개체 사이를 이어주는 광대하고 기다란 섬유들이 많아서 연결성이 뛰어나다. 이것이 피질이 위력적인 비결, 바로 ‘소통’이다. 뇌는 여러 부위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합해 풍부하고 다차원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런 풍부함에서 의식적인 자아가 생겨난다. 피질의 활동이 없으면 의식도 없고, 그렇게 되면 자아도 없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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