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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자아, 글을 쓸 때의 자아<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10.06 10:20

우리는 왜 자아의 착각을 진화시켰을까? 뇌가 만들어내는 모든 착각이 다 그렇듯이 자아의 착각도 쓸모가 있다. 보통 자아라고 지칭하는 ‘나’라는 존재를 여러분이 의식하면 현재 여기에서 벌어지는 경험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평생에 걸쳐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긴다. 경험은 의미 있는 내러티브로 엮이지 않으면 파편화된 에피소드로 남는다. 그래서 자아가 나서서 경험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심점이 없다면 우리는 뇌에서 동시적으로 처리되는 다량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감당하느라 압도적인 분량에 눌려 질식하고 말 것이다.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이런 식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처리되는 결과물을 요약하는 표제를 받아든다. 그래서 내용물을 찬찬히 검토하고 싶으면 세세한 이야기를 더 파고들 수 있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우리로부터 감춰져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보니 오랜 숙제가 풀리는 느낌이 온다.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출간하고 나서 글쓰기 수업을 할 때 나는 ‘나를 중심에 두고 글을 쓰자’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를 중심에 두는 글쓰기’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나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중간중간, 수업 마무리에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나를 중심에 두는 것’이기에 유야무야로 끝났다.

설명이 부족한 것인지,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오랫동안 숙고하고 있었는데, 위의 글을 보니 내 사고의 기준이 잘못되어 있었다. 나를 중심에 둔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잘 인식한다는 것 말이다. 인식론적 사고를 했어야 했는데, 존재론적 사고를 했으니 그 매듭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동서대전의 글쓰기>라는 책을 보았는데, 거기서도 그런 말이 나왔다.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지만, 중국 근대 작가가 대략 “본래 자아는 없지만, 글을 쓸 때는 핵심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권의 책 저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게 한 내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아래 글은 공부를 위해 옮겨놓는다. 평소의 자아와 글을 쓸 때의 자아에 대한 인식을 더 잘 갖기 위해서다.

“자아의 착각은 평생에 걸쳐 습득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면서 만들어가는 기억들이다. 이런 해석은 세상에서 특정한 정보를 찾는 기제와 이런 정보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올바른 방향을 잡아간다. 우리는 이렇게 주위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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