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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의 <공각기동대>보다 쿠사나기의 <공각기동대>최병학 목사의 <문화로 본 성서>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 승인 2017.05.02 11:02

지구-인간=?, 지구+인간?, 무엇이 유익할까?

왼)스칼렛 요한슨의 <공각기동대>포스터, 우)쿠사나기의<공각기동대>포스터
1. 4차 산업혁명
 
최근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운송, 광고, 통신비용을 줄여주며, 물류와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재편해 교역비용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IT(정보기술)산업이 일자리를 빼앗아 기계에 넘겨줬고, 인간들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도 빼앗았으며, 인간에게서 인간성마저 앗아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사실, 최근 아디다스 중국 공장이 독일로 옮겼는데, 자동화로 일자리가 400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미국 최고경영자의 임금과 평균임금의 격차가 70년대 30~40배에서 최근 100배까지 늘었지만, 십년 안에 1만 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보기술산업과 인공지능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은 더 큰 사회적 불평등, 빈부 격차 심화, 노동시장 붕괴,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인 비노드 코슬라는 빅데이터가 의사들의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바이오센서 전문가들은 2024년쯤엔 전 세계 1조개의 센서가 활용되는 덕분에 교통사고가 없어질 것이라 예견한다. 이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는 엄청나다. 요리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같은 직업군은 허물어질 것이고, 대신 드론, 3D 프린터, 로봇, 증강현실 관련 직업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다.
 
2.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만화 영화 <공각기동대>

‘자아의 해체와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그려주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만화 영화 <공각기동대>(1995)는 20여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2017년 <공각기동대>의 상상력을 넘어선다.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기억이 외화 되는 전뇌화​1)의 시대에 어디까지가 나일 수 있는가?’, ‘나란 무수히 접속된 네트들 사이에서 흘러가고 흘러오는 정보들의 한 교차로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자신을 스스로 제약하려는 몸부림은 그만두어도 되지 않을까?​2)

기업의 정보망이 별을 덮고 전자와 빛이 보편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국가나 민족이 소멸될 정도로까지는 정보화되어 있지 않을 가까운 미래(영화는 2029년)에 사이보그(cyber-organism)쿠사나기 소령은 비트 수준의 정보 단위들이 모여 하나의 ‘영혼’을 이룬 인형사3)를 만나 그와 결합한다. 쿠사나기의 상관인 나카무라 부장은 인형사를 ‘일개 자기 보존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인형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네들 DNA 또한 자기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아. 생명이란 것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돌연변이 같은 것이다. 종으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라는 기억장치를 가지며, 사람은 오직 기억에 의해서만 개인이라 할 수 있지. 설사 기억이라는 것이 허무한 하룻밤의 꿈같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기억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화를 가능케 했을 때, 당신네들은 그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어.”

지금 우리는 인형사의 책망을 듣는다. 그리고 반성하기에 너무 늦었다.

3. 인공지능과 초지능 :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 (까치, 2017)에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철학과 교수인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이 등장할 다른 세상의 우려에 관해 참새들의 대화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부엉이 한 마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삶이 얼마나 편해질까요?” “맞아요. 부엉이는 우리 어르신과 새끼들도 돌봐줄 거예요.” “부엉이가 우리 대신 고양이가 나타나는 걸 감시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외눈박이 참새 한 마리가 반기를 든다. “이것은 재앙이 될 겁니다. 부엉이를 길들이는 법부터 생각해야 해요.” 하지만 동료들은 경고를 흘려들은 채 부엉이 알을 찾아 나선다.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는 말 그대로 ‘초지능’이다. 초지능은 속도적 초지능, 질적 초지능, 집단적 초지능의 형태들을 갖출 것이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획득한 인공지능이 ‘지능 대확산(intelligence explosion)’을 이루어 초지능이 되면, 인류는 재앙을 맞을까?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는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면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인간’이 더 좋으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 라는 거예요.

지구에 인간이 있음으로써 모든 에너지와 공간을 가지고, 동물식물을 다 죽이고, 인간의 역사는 아름답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싸움질하고 전쟁만 하죠.” 따라서 강한 인공지능은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인간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갑질 동물’이 아니라, 강한 인공지능이 갑이 된다면 그런 일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상이 오기 전에 인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위기는 곧 닥칠 현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각기동대>의 시대에, 포스트휴먼(유사인간)시대에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철학과 문학, 신학이 답했다면, 이제 과학도 답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 <공각기동대>는 그 답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다. 인형사의 말대로 “인간이란 계속해서 변화하는 존재”이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동일성에 집착할 때 인간은 우주의 흐름에 동참할 수 없고 시간이란 늘 두려운 그 무엇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각주

1)전뇌화(電腦化)란 기계와 뇌가 회로로 직접 연결됨으로써 뇌속의 정보가 컴퓨터로 흘러나오고 컴퓨터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다.

2)인형사와의 융합을 반대하는(쿠사나기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까봐) 쿠사나기를 인형사는 이렇게 설득한다. “그런 보장은 할 수 없어. 인간이란 계속해서 변화하는 존재이고, 자네가 지금의 자네로서 존재하려는 집착은 자네를 계속해서 제약하는 것이지.”

3)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오로지 컴퓨터 회로 상에만 존재했던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고도화된 프로그램은 생각을 하는 어떤 존재이고, 그래서 그 생각으로부터 하나의 ‘의식’이 형성되었다. 몸은 없지만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의지를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6과를 피해서 9관에 들어온 인형사는 “일개 생명체로서 정치적 망명을 희망하오.”라고 말한다.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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