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늦게 진료를 마친 단원들은 네팔 설산 해돋이를 보기 위해 2600m 고지에 있는 버큰데 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걸어서 트레킹을 하면 5∼6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하지만 작년에 필자가 걸어보니 하루 종일 걸렸다. 모두가 지치고 또한 너무 늦어서 지프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을 왕래하는 지프차 5대를 우리가 모두 빌렸다. 마을 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가거나 마을 밑에 잠을 자야 했다고 한다. 우리도 한 차에 6명씩 좁혀서 탔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정의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온통 돌투성이어서 차는 곤두박질을 하면서 올라갔다. 마치 놀이시설을 타는 기분이었다. 몸이 좌우 앞뒤로 심하게 흔들렸다. 차가 올라가는 길옆에 집들이 계속 이어졌다. 3시간 정도 걸려서 민박하는 집에 도착하니 온몸이 아팠다.

밤하늘에 보름달과 함께 별빛이 찬란했다. 각자 민박을 하면서 맛있게 네팔 주식인 달밭을 대접받았다. 이곳에서 먹는 달밭은 시중에서 파는 달밭과는 전혀 맛이 달랐다. 특히 토종닭으로 만든 반찬은 일품이었다.

버큰데 마을은 트립티에서 작년에 커피묘목을 심어준 곳이어서 민박집 주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환대해주었다. 금년에도 커피묘목을 심었고 커피축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샤히 교장이 커피축제 기간이 이곳 더샤인 축제와 겹치고 치과진료 준비에 바빠서 커피축제가 힘들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람들에게 좀 더 용기를 주고 풍성하게 하고자 커피축제를 한 달 뒤에 열기로 하였다. 산속에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생활을 좀 더 여유있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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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숙소에 한 네팔 사람이 한국어로 인사하면서 들어왔다. 그는 의정부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이주노동자로 나름 주유소 사업으로 성공해서 내년 선거에 국회의원 후보로 입후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생활이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현재 하는 사업도 한국에서 배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네팔에서 가장 큰 놀이동산을 무스탕에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놀이시설에 무료숙박을 제공할 터이니 필자를 놀러오라고 초대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 옆방은 주방이었다. 필자도 그곳에서 식사를 하였다. 주방에서 네팔인 10여명이 계속 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었다. 우리 숙소에 왔던 네팔 이주노동자와 친구들이 모처럼 이곳에 놀러온 모양이었다. 계속 우리를 초대해서 잠시 동안 함께 춤을 추고 양해를 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노래 소리에 잠이 들지 않으면서 이번 무료진료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시혜적 차원에 머물러서 네팔 사람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우산을 쓰지 않고 함께 비를 맞는 자세였는지? 의료진들이 너무 지쳐서 왔던 네팔 사람들을 되돌려 보냈는데 어렵게 멀리서 온 그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처사였다. 통역을 맡으면서 무료진료를 전반적으로 살펴본 미놋 대표가 한 지적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의료봉사 단원들과 함께 정상에서 ⓒ최정의팔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5시에 모두 모여 산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보통 네팔에서 유명한 곳을 트레킹하려면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작년에 푼힐을 올라갔을 때에도 입산허가를 받았다.

다행히 이곳은 아직까지 유명세가 붙지 않아서 입산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가니 정상이었다. 정상에는 10여 미터 높이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니 해가 동쪽에서 돋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8천 미터 이상 산 14개좌가 보이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안나푸르나 봉, 1봉, 2봉, 마차푸츠레 봉, 다울라기리 봉 등 설산들은 우리의 카메라 초점을 빼앗아갔다.

최정의팔  최정의팔 euip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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