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신임 회장이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9일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시를 예정대로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것에 반발이다.

먼저 의협에 따르면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이 국민이 필요한 진료를 가로막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고, 4월 하순경 의료계가 동참하는 집단행동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의협과 신임 회장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

이러한 신임 최대집 의협 회장의 발언에 대해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비난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국민건강보험노조 등이 소속된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연대는 3월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최대집 의협 회장과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서가 "왜곡과 날조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 대한의사협회 신임 최대집 회장이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Newsis

성명서에 따르면 "최 회장과 의협 비대위의 논리대로라면 건강보험 급여 때문에 일부 의사단체가 필요한 진료를 못 했으므로 현재의 모든 급여항목을 비급여화해야 한다"며 "돈이 없는 국민은 아파서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비난했다.

또한 "비급여 수익으로 병의원을 경영해야 하는 왜곡된 의료시장은 우리나라의 오랜 적폐"라며 "고질적인 병폐구조를 바로잡는 유일한 수단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을 투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의협이 예고한 휴업 등 집단행동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 규정과 의사의 직업윤리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의료계 전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대한의사협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가고 있는 의협 신임 최 회장과 비대위의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계획

이러한 의협과 정부와 마찰은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의 한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 6,000억 원을 쏟아부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속칭 '문재인 케어'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OECD 가입 국가의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인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1차 계획은 현재 63%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상향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발표되자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반대하는 형국을 보였다. 특히 의협을 비롯한 관련 종사자들이 집회를 열고, 지난해 추무진 전 회장은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과열양상까지 보였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정부 측의 복안은 단기적으로는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약 21조원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있으니 이 중 절반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재원 마련은 국고 지원을 추가하면 매년 보험료를 크게 올리지 않아도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규모를 보면서 약재 및 치료제 관리 등 의료기관을 압박하여 미시적으로 재정을 관리할 방안이 많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우선 건강보험 적립금 활용은 단기 보험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지급 준비금을 제외한 적립이 불필요하다. 여기에 매년 정부가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 상당을 지원하게 돼 있는 국고지원(2017년 기준, 6조9000억 원)을 통해서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료는 최근 10년(2007∼2016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 수준(약 3% 내외)에서 관리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는 날이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먼저 작년 12월10일 의협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청와대까지 약 3만명이 모이는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개최해서 향후 문재인 케어 정책 추진시 의료대란을 예고했다. 이러한 반대에 부딪혀 정부는 의협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실무 계획을 짜기로 하고, 의협은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투쟁은 이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지난 3월18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의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의료계, 문재인 케어 왜 반대하는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건강보험은 의료진들의 의료 행위에 대해 평가체계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보험의 급여로 인해 발생하는 부족분에 대해 병원의 재정을 비급여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것을 없애겠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논리다.

특히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을 크게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선택 비급여로 미용, 성형, 라식 수술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개인의 선호로 진료를 받을 때, ▲ 기준 비급여로 급여로 결정이 되어 있으나,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정규적으로 시행하는 MRI 검사나 초음파 검사 등 급여 항목으로 검사 횟수의 제한이 있어 추가적으로 검사, 혹은 시술을 시행할 때에 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항목들, ▲ 등재 비급여로 상대적으로 비싼 항암요법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은 이미 입증이 되었지만, 비용대비 실효성 문제 때문에 급여 처리되지 않고 비급여 처리되는 항목들, 마지막으로 ▲ 그 밖의 비급여인 특진료, 특실 이용, 간병인 이용 등이다.

문재인 케어는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를 급여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는 30조 원을 투자해서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주장이나 30조 원으로 보장성을 확대하는건 절대 불가능하고, 오히려 의료 쇼핑 등을 통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가재정으로 건강보험이 파산되고 건강보험료가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요 재정 역시 3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50조 원에서 100조 원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되면서 실제로 환자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MRI, CT 등을 보험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제도가 폐지되면 보험규정이 맞지 않을 경우 검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9월 한 방송사는 치명적인 악성 종양이나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기도 전에 암환자들의 절규가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서비스 생산비용에 대해 의료계가 일정 부분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보존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 부분을 늘리면 당연히 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잘 나가는 소수의 의원만 살아남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잘 나가는 '의원'들은 대부분 비급여고, 2010년대 후반에 있어서는 거의다 소위 '전문 병원', 프렌차이즈화 됐다는 것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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