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직면한 아픈 모습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민낯은 위기를 초래합니다. 바로 기후, 난민, 빈곤, 기아, 전쟁, 그리고 테러 등이며 이러한 위기는 독립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는 40%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단작에서 발생합니다. 거대곡물기업들의 산업화된 농업, 단작은 지구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농업시스템입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WFTO 유럽 의장 ‘조류지오 달 피움’은 이탈이아에 유입되는 난민이 하루에 1천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마피아들이 운영하는 플란테이션 농장에서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혹사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전세계 난민은 6천5백만 명, 이들이 난민이 된 원인은 전쟁과 환경 등이지만, 그 배경은 극심한 가뭄 때문입니다.

빈곤과 기아문제는 주로 적도근처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은 농민의 문제입니다. 전쟁도 식량문제입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140억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10억 명이 굶주리고 20억 명이 기아상태에 있으며 생산된 곡물의 절반은 폐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는데 비행기로 비료를 살포하고 유전자조작(GMO)을 해서 넘치도록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곡물기업과 성장주의자들은 “식량부족, 기아와 굶주림은 식량증산, 농업의 산업화, 기업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소규모 생산자에게 닥친 거대한 위기

“기아(Hunger)와 물 부족(Thirst)이 만드는 결과물은 스스로 재생되는 불평등(self-generating inequality)이다.” 이는 인류가 겪어온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이다. 우리가 소규모 생산자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위기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첫번째 위기, 물 부족

▲ 물 사용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강백 제공

지하수 남용으로 대수층이 말라버려서 마실 물과 농사지을 물이 고갈되는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아프리카에서 자행되고 있는 랜드그랩(Land-grab, 토지수탈), 화해산업, 면화재배 등 단일작물과 대규모 낙농 등이 물을 말리고 있습니다. 세계 4위인던 아랄해가 이제는 겨우 10%만 물이 남았습니다. 대규모 기업농업이 물을 독점하면서 자기 땅이 있어도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소농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물 위기가 심각한 지역에 37층 빌딩 각 층마다 수영장을 설치하는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6만 여명의 농부들이 자살했습니다. 죽지 않은 농부들이 노동자가 되어 이런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그들은 물이 없어 농사짓지 못하는 자기 땅을 떠나 이 건물들을 짓고 있습니다. 이 건물에서 2km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은 새벽 4시부터 공급되는 물을 받으려고 수많은 여성들이 물을 얻기 위해 바킷을 들고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위기, 농촌 붕괴

농촌지역 붕괴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극단적 위기에 몰린 농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도시로 떠나거나 자살하는 것입니다. 농부가 없으면 목수, 수공업생산자에게 일감도 없고 식량도 없게 됩니다. 농촌 붕괴는 고용위기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 위기, 고용 위기

지난 20년 간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이민(MIgration)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도시나 산업단지에 가지 못한 농민들은 또 다시 플란테이션 농장에 고용되어 일하게 됩니다. 인도의 경우 10년간 130만 명의 농부수가 줄고 340만 명 단일농장 고용자수가 증가하였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네 번째 위기, 농업의 산업화, 기업식량체계

거대자본이 농식품 분야 공급 사슬 전체를 장악하고 이익 대부분을 가져가게 됩니다. 글로벌 기업 식량체계는 소규모 생산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공격을 받게 되고 불평등 정도가 극심해집니다. 이 모든 뿌리에 단작이 있습니다. 산업화된 농업, 기업화된 농업은 한 가지 작물만을 지나치게 재배하는 단작을 합니다. 단작은 땅을 황폐화시키고 자원고갈을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합니다. 단작은 식생활을 획일화해서 건강을 해칩니다. 단작은 성장과 과잉이라는 표준에 따라 만들어진 세계경제체제하에서 북반구 부국이 주도하는 산업화된 농업방식입니다.

포프스 지에 따르면, 2009년∼2010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글로벌 기업 톱 10개 중 4개가 카길 등 거대곡물기업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식량위기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입니다. 2007년∼2008년 식량위기가 생긴 동안 세계 3대 곡물기업이 남긴 이윤은 103% 증가했고, 3대 비료기업 이윤은 139% 증가했습니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이 거대자본에 장악되어 있습니다. 종자, 비료, 농약 같은 농자재는 6개 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농산물 가공분야는 A, B, C, D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농산물가공분야는 12개 회사가 장악하고, 농산물 유통분야 역시 월마트, 아마존 등 10여개 빅 리테일러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자본은 소농과는 거래하지 않습니다. 남반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서 시장권력 집중현상은 끔직한 수준입니다. 커피를 예로 들면 상위 6개 회사가 생두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원두 및 인스턴트는 단지 2개 기업(네슬러, 필립모리스)가 전 세계 시장 절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위기, 불평등 심화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지난 20여년간 엄청난 속도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존재했던 여성차별과 계급차별에 더하여 건강과 영양의 불평등, 정보의 불평등 등을 더해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단작에 대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답은 소농에 있습니다. 소농의 삶과 생산방식이 유지되고, 식량이 자급자족이 되어야 합니다.

이강백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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