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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감신, 혐오와 차별반대를 위한 기도회 개최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 이어져
이정훈 | 승인 2018.11.29 23:44

성소수자 문제로 교단과 교회들의 압력으로 숨 쉬시기 힘들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감신대학교 학생들이 11월29일 오후5시30분 웨슬리 채플실 앞에서 “혐오에 차별을 반대하는 기도회”를 열고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학내 비인가 학생 모임인 “성서해석학 모임”이 주최한 이요나 목사 초청 강연에 맞추어 더이상 학내에서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힌 것이다.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 변변한 자리마저 없이 작은 매트에 의지해 차가운 바닥에서 기도회는 진행되었다.

교회와 교단의 거세지는 혐오 압력

한 학생의 증언에 의하면 학교 벽보나 교단 게시판에 올라오는 소식을 보고 교단 본부나 학교 측으로 협박에 가까운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즉 성소수자 옹호나 페미니즘 관련 강연이나 학술제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만 하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한다는 것이다. 교회 현장에서의 반대 목소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교단이나 교단과 교회의 목소리에 반대할 수 없는 학교측으로서는 이렇다할 의견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다.

▲ 학부와 대학원생을 망라해 구성된 무지개감신이 11월29일 기도회를 개최하고 성소수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 혐오와 배제의 중단을 촉구했다. ⓒ최도영

이러한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해 전환치료에 가까운 주장을 하고 있는 이요나 목사의 강연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여기에 반성소수자들의 오도된 주장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학술제와 강연은 학교측의 반대로 줄줄이 취소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입장은 답답하기만 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무지개감신은 이요나 목사의 강연이 진행되는 중강단 맞은 편 웨슬리 채플실 앞에서 기도회를 진행한 것이다.

기도회가 시작되기 전 기도회 참석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사진촬영에 신경을 써 달라는 주최측의 안내는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몇몇 사람들의 기습적인 촬영으로 주최측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성소수자들이나 성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신변노출이 곧 혐오와 차별, 그리고 공격으로 이어지는 현실인 것이다.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도

20여분 간이나 지속된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자 곧바로 기도회는 시작되었다. 먼저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기도” 순서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기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간곡한 기도가 이어졌다. 무지개감신 한 구성원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기도”를, 장애인 인권운동 동아리 반디의 한 회원은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 기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지개예수 노랑조아 님이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 기도”를 드렸다.

먼저 무지개감신의 한 구성원은 기도를 통해 “더이상 당신의 귀중한 생명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혹은 그들과 동행한다는 이유로 고통당하지 않길 원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학교에 입학을 거절당하는 일이 더이상 없길 원합니다. 특별히 감신의 모든 구성원들이 배제와 차별, 혐오를 용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간구했다.

▲ 무지개감신 주최한 혐오와 차별 반대를 위한 기도회에서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이정훈

이어 반디의 한 회원은 “크나큰 문명을 이룩한 우리들의 살만한 세상은, 여전히 ‘장애인’을 배제한체 우리들만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포용국가’를 내세우며 출범한 현정부는 가시적인 대책만을 내세운체, 여전히 그들의 삶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누군가를 대상화하거나 낙인찍지 않고, 나와 다름을 틀리다 말하지 않겠다.”며 “지금도 여전히 차별과 혐오앞에 고통받는 모든이들의 삶을 기억하여 주시고, 우리가 함께 맞잡고 갈수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오게 하소서.”라고 간곡히 기도했다.

계속해서 무지개예수 노랑조아 님은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상황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여성들과 성소수자들을 위해 기도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특히 노랑조아 님은 “권력에 압도되어 성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면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 너에게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는데 왜 행사하지 못했으냐, 꽃뱀이 아니냐고 몰아 부칩니다. 시도 때도 없는 불법 촬영에, 성추행에, 혐오에 우리의 심신은 너무도 지쳐있습니다.”라고 하며 한국 사회 여성들의 현실을 적나라 하게 들추어냈다. 노랑조아 님은 기도를 마무리 하며 여성과 성소수자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연대로 함께 할 것을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끈질기게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함께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모든 차별과 폭력이 끝장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웃고 우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체제 전복을 꾀했던 예수, 우리도 뒤따라야

이어 이 날 설교를 맡은 EYCK 소속 한 목사가 요한복음 2장 1-11절 본문으로 “기꺼이 오염되기”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EYCK 소속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한국사회 안에서 왜곡된 시선들과 편견이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삭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회는 여전히 혐오의 중심에 있다.”고 비판하며 시작했다. 계속해서 본문의 이야기인 예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사건에서 드러난 체제 전복을 읽어냈다. 즉 돌항아리는 정화의식에 사용되는 것인데 여기에 담겨진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것은 예수께서 이스라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순결제도에 대한 전복을 의미하셨다는 것이다.

▲ 이날 기도회 설교를 맡은 EYCK 소속 한 목사는 요한복음 2장에서 보여준 예수의 포도주 사건은 체제전복의 징후로 읽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도영

마지막으로 EYCK 소속 목사는 “세상이 더럽다고 말하는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왜곡된 시선과 편견으로 바라보는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자며, “있는 모습 그대로 존재를 환대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가 증명하자”고 촉구했다.

설교에 이어 감리교 ‘퀴어함께’ 한 목사의 집례로 성찬식이 진행되었다. 특히 한 목사는 상찬 후 감사기도를 통해 “이 세계에서 난 선물인 이 빵과 포도주로 식탁을 마련하니 이것은 모두 우리와 살다가 에이즈로 죽어간 우리 형제자매이며, 우리가 만들어낸 실망과 실패이며, 우리가 고통받는 상처들이며, 우리가 만들어낸 슬픔”이라며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또한 “이 식탁 위에서 LGBT+피플과 엘라이 퀴어들이 새롭고 더 깊은 우애를 맺는다.”며 다시한번 성찬이 가지는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점점 더 높아지는 학교 당국과 학생들 간의 갈등

그러나 기도회 마지막 광고시간에 다시한번 참석자들을 놀라게 하는 언급이 있었다. 총여학생회 측은 페미니즘 강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학교 측에서 불허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한 교수가 “너 강행할 생각이면 죽을 각오로 해야 된다. 너를 징계 위에 올리게 하지 마라.”는 협박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강연은 다음 주 월요일(12월3일)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 실행이 불투명해 보인다.

한국사회와 교회를 막론하고 성소수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과 혐오의 수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도회마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 지표가 아닌가 생각된다.

▲ 혐오와 차별 반대를 위한 기도회에서 진행된 성찬식.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마시며 연대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최도영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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