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칼럼
유기창 <우물쭈물하다 끝난 교사 이야기>[내 인생의 책 5] 교사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
이수호 | 승인 2019.01.05 21:38

나도 어언 일흔이 됐다. 정말 ‘우물쭈물하다’ 그렇게 된 것 같다. 꽃 키우기를 좋아해서 원예과를 가야지 했는데 국문과를 가게 됐고 자의 반 타의 반 국어교사가 됐다. 어떤 교사가 될까 고민하다가 평교사로 정년을 맞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학생들과 수업에 전념했다. 무조건 주어진 교과서에 규정된 방식으로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 앞에서 교육운동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해직됐다. 그때 일시에 해직된 교사만 1500명이 넘었다. 그리고 5년 혹은 10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이 책의 저자 유기창도 여기까지는 나와 비슷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 그는 우리가 주장하고 실현하려던 참교육에 전념했다. 여러 가지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힘들게 정년퇴직을 했고 경험을 바탕으로 반성의 책을 냈다. 그런 그의 고민과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시대의 한 교사의 30여 년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때로는 교단일기로 혹은 간곡한 편지로 가끔은 고민을 적은 메모로 이루어진 교단생활 평생의 기록이다.

이 책이 놀라운 것은 남이 읽거나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때 은근히 자기를 들어내거나 부끄러운 일은 아예 감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정년이 가까워지며 학생들이 늙은 교사를 싫어해서 바꾸어달라는 요구와 또 다른 학생들과의 갈등 등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어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숙연해 진다. 평교사로 정년을 하겠다는 나의 꿈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가벼웠던가를 깨닫게 하면서, 노동운동이네 뭐네 하면서 잘난 척하며 살아온 나를 부끄럽게 한다. 실수와 부끄러운 일마저 솔직하게 쓴 용기가 몹시 부럽다.

이수호  president1109@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