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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희생당한 아이들의 생명을 이어갑니다”안산 생명안전공원 예정부지에서 드리는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예배
이정훈 | 승인 2019.01.06 22:31

2019년 1월6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작은 공간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온도계는 영하 3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아이들을 기억하는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안산 화랑유원지 내 작은 야외 공간에서 선 기자의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쯤 되는 것 같았다. 유원지이자 오토캠핑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니 황량함에 체감 기온이 더 떨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작은 야외 공간에서 예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 개인의 생명은 끝났지만

세월호 가족들을 의미하는 노란색 파카를 입고 있는 남성 분이 눈에 들어와 사전 양해도 없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사진 제일 왼쪽 노란색 파카를 입고 계신 분이 시천 아빠이시다. ⓒ이정훈

“도움”이라는 말이 약간 어색하지만 이렇게 예배를 드리시면서 도움이 되는 점 있으신가요?

- 여기에 오면 다른 건 몰라도 숨을 좀 쉴 수가 있어서 좋아요. 세월호 사고가 나고 한 달 뒤에 교회를 안 가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고 많은 분들이 그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지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모여서 예배를 드리게 되니 숨쉬는 것 같아요.

소개를 잠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 2학년 8반 시찬 아빠입니다.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요, 왜 본명을 말씀하시지 않고 “~ 아빠” 혹은 “~ 엄마”라고 하시는 건가요? 부모님들끼리 약속 같은 걸 하신 건가요?

- 아뇨, 약속 같은 건 없었어요. 다만 이제 나 개인으로의 인생은 끝났다. 내 아이의 인생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선 것이죠.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다들 그러세요.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마련될 “생명안전공원” 예정부지에서 드리는 세월호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만난 “시찬 아빠”와 잠시 나눈 대화였다. 시찬 아빠는 이날 예배를 드리는데 필요한 음향 장비들을 관리하고 계셨다. 예배에서 드려진 찬양을 위한 신디사이저와 마이크, 그리고 기타 음향 등을 점검하고 제대로 움직이도록 조율하고 계셨다.

자신의 개인적인 생명은 끝났지만 이제 아이들의 삶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그간 기자가 품었던 의문 하나도 풀리는 대화였다.

생명안전공원이 꼭 세워지기를 바라면서 걸어요

예배를 드리기 전, 화랑유원지 내 생명안전공원 예정부지를 걸으며 기도하는 “생명안전공원기도순례”로 예배는 시작되었다. 기도순례는 왜 시작되었을까? 한 달에 한 번 예배를 주관하고 있는 안산희망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호 목사에게 물었다.

- 기도하며 묵상하는 것이죠. 아이들 생각도 하고, 무엇보다 생명안전공원이 잘 세워지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죠.

언제부터 안산 화랑유원지 오토캠핑장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나요?

- 2018년 4월, 4주기 행사를 마치고 안산시에서 생명안전공원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분향소를 철거를 했어요. 그러면서 분향소에 있던 예배실도 나오게 된 것이죠. 분향소가 철거되기 전 예배실에 매주 목요일마다 목요기도회를 가졌어요. 매주일마다 주일 예배도 드렸죠. 그러다가 분향소와 함께 예배실도 철거되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자리에서 기도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생명안전공원이 무사히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기도 하죠.

매달 예배를 드리는데 단원고는 10반까지 있어요. 나머지 두 달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매달 한 반 한 반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건 아이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와 더불어 생명안전공원에 꼭 안장되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죠. 그리고 10반까지 있으니 11월에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교사들을 위해 예배를 드려요. 그리고 12월에는 세월호 활동하다가 희생당한 분들을 기억하며 예배를 드리는 거죠.

제가 예배를 처음 참석하게 되어서 놀란 부분은 아이들의 꿈과 성격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었어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첫 번째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자료들을 많이 모았어요. 그리고 부모님들께 요청해서 아이들의 꿈이나 성격 등을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예배를 드리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야외에서 진행되어야 하니 요즘같이 추운 날이나 지난 여름처럼 더운 날 등 일기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전국에서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별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아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고 예배드린다

시찬 아빠와 김은호 목사와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끝날 즈음 순례를 마친 예배 참석자들이 노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기 시작했고 곧바로 예배는 시작되었다. 여느 예배 혹은 마치 야외 예배처럼 보였지만,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 예배의 참모습이 드러났다. 단원고 2학년 1반 희생된 아이들 18명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 생명안전공원 예정부지에서 드리는 세월호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예배 사회자가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면 미리 나누어 준 카드에 호명한 아이들의 꿈과 성격 등이 적힌 내용를 읽었다. ⓒ이정훈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김현정, 문지성, 박성빈, 우소영, 유미지, 이수연, 이연화, 정가현, 조은화, 한고은”

예배 사회자가 먼저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면 예배 참석자들에게 미리 주어진 아이들의 꿈과 성격 등이 적혀 있는 조그만 카드를 들고 나와 아이들의 이름과 꿈, 성격 등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1반 아이들을 기억하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아프고 힘든 순간이기도 했지만 기억의 역사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또 하나 이 예배는 예배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되는 설교가 없었다. 사회자가 성서 본문을 봉독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고 난후 말씀을 통해 깨달은 느낌들을 참석자들과 서로 나누었다. 이날 성서 본문은 구약성서 하박국서 2장 1-4절이었다.

“더디더라도 그때를 기다려라. 반드시 오고야 만다. 늦어지지 않을 것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예배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배였다. 그렇게 예배 후 떡과 희생당한 세월호 아이의 한 어머니가 준비하신 대추차를 나누며 또 다음 달을 기약하고 흩어졌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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