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칼럼
시장경제 미래, 소유권 규율 통해 참여 확대해야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 (7)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 승인 2019.06.24 19:05

기독교 경제윤리의 틀에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설정되는 네 가지 원칙들 가운데 참여의 원칙은 소유권의 사회적 규율에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참여는 사람들이 대등한 주체로서 서로 소통하고 함께 결정하며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삶의 방식이다. 참여는 민주주의적으로 사회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는 기업과 가계, 국가와 세계경제기구 등으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경제의 작은 단위로부터 매우 큰 단위에 이르기까지 경제 활동은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참여와 책임을 필요로 한다. 모든 경제 단위들에서 참여를 확대하고 책임을 함께 지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는가는 경제 민주주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는 앞으로 경제의 여러 단위들에서 참여와 책임을 확대하는 제도적 방안을 다루겠지만, 이 글에서는 기업의 수준에 논의를 한정하여 기업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해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요건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필자는 기업에서 경제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소유권의 사회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노동 포섭과 노동소외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자본과 노동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함께 협력하도록 되어 있는 경제 단위이다. 기업에서 자본과 노동은 ‘대립 속의 협력’이라는 긴장관계에 있다. 시장경제에서 자본과 노동이 맺고 있는 이 모순적인 관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자본이 노동을 압도적으로 지배하여 자본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도 하고, 자본과 노동이 비타협적인 대립 관계를 맺고 적대적인 투쟁에 나서기도 하고, 자본과 노동이 계급타협을 맺고 사회적 파트너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시장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 자본과 노동은 오랫동안 기업에서 대등한 주체로서 서로 마주 서지 못했다. 자본과 노동이 노동시장을 매개로 해서 계약관계에 들어서는 시장경제에서 노동력을 구입하는 자본가는 노동력을 지배하는 위치에 손쉽게 설 수 있었다. 노동자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 궁박한 처지에서 노동시장에 내다 판 노동력은 이를 구입한 자의 지배 아래 놓이기 마련이었다.

▲ 현대 시장경제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소유권이며 이를 제어해야 할 필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Getty Image

노동자가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을 놓고 자유로운 주체로서 자본가와 노동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에 따라 노동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자본가의 지시 아래서 자본가가 원하는 노동을 했다. 노동자의 노동은 물리적으로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지출하여 수행하는 노동이지만, 법적으로는 자본가가 한 일이고, 그 산물은 자본가에게 귀속된다. 이것이 자본의 노동 포섭이고, 노동의 소외이다.

자본의 노동 포섭은 자본가가 노동자를 계약 시간 동안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노동소외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과 그 산물에 대해 낯선 자로 서 있다는 것을 뜻한다. 『1844년의 경제학-철학 원고』에서 마르크스는 “노동자는 노동을 할 때 자기 자신 바깥에 있고, 노동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머문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자본의 노동 포섭의 바탕으로서의 소유권

자본의 노동 포섭은 근대 사회에서 성립된 소유권 제도를 전제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 소유자의 소유물에 대한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을 총괄하는 소유권이 제도화된 근대 사회에서 자본가나 그 대리인은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고서, 인사정책과 경제정책에 관하여 전권을 행사한다. 이것이 바로 경영전권이다.

경영전권은 기업에서 자본가의 독재가 확립되었음을 의미하며, 경영전권이 관철되는 영역에서 노동의 참여는 부정된다. 자본가의 경영전권과 사회적 권력이 노동자들과 그들의 삶의 기회들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에 관해서는 이윤 극대화에 종속된 임금 결정, 노동합리적인 고용조정, 공장 및 기업의 인수· 합병, 매각, 이전 등을 포괄하는 구조조정을 생각하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임금, 노동시간, 노동자 복지 등에 관한 사회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계약에 제약되기에 경영전권이 관철되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자본가의 권력이 노동자의 힘을 압도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회정책도 의사(疑似) 경영전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 아래서는 이와 같은 자본의 노동 포섭의 근거가 되는 소유권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본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주의적 입헌국가의 전통에 따라 소유권을 자유권으로 간주하고, 대한민국 민법은 소유권을 로마법 전통의 물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유권을 자유권의 하나로 규정한다면, 국가는 소유권을 보호하고 보장할 뿐 소유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없게 된다.(미주 1) 근대 국가에서 소유권의 자유권적 성격이 인정된 것은 본래 개인이 자주적인 삶을 형성하기 위한 물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침탈하지 않게 하자는 시민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선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1791년) 제17조에서 소유권이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선언된 것은 이 때문이다.(미주 2) 소유권의 신성불가침성은 프랑스 헌법에 명시된 뒤에 나폴레옹 법전(1804)을 통해 유럽 각국의 헌법에 뿌리를 내렸고, 근대 자유주의 헌정질서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미주 3) 여기서 깊이 살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소유권이 자유권의 위상을 유지해야 한다면, 논리적으로 소유권의 주체는 자연인으로 한정되어야 하고, 소유권의 행사는 타자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은 정반대의 길로 나아갔다. 프랑스 인권 선언의 소유권 조항은 곧바로 로마 물권법의 소유권 개념과 결합되었고, 소유자의 귀속 재산에 대한 절대적 처분권을 뜻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물권으로 축소된 소유권 개념은 대토지 소유자의 권력을 강화시켰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자본소유자의 사회적 권력을 절대화했다. 소유의 주체가 자연인에서 법인으로 확대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 졌다. 합자 형태나 주식 발행을 통해 자연인들의 재산을 결합하여 등장한 법인 소유자는 막강한 사회적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확립된 소유계급의 지배와 소유자 중심의 정치적 지배체제의 구축은 동시에 일어났다. 국가는 헌법 규범의 정식화와 해석을 소유자친화적으로 고착시켰다. 이것은 소유권의 자유권적 성격을 명시한 헌법이 자리를 잡은 모든 나라들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소유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회와 국가를 지배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소유권의 본질과 실체를 새롭게 규명하여야 한다.

소유권의 본질과 실체에 대한 규명

소유권이 물권으로 축소되면, 소유권 규정은 소유자의 물건에 대한 배타적 권리만을 담게 되고 사람의 물건에 대한 관계를 매개로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성립되는 관계를 포괄할 수 없게 된다. 물권은 소유권의 일부인데도 마치 소유권의 전부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바로 그것이 근대 이후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장 근본적인 사회정치적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유권의 법리를 제대로 해석하여야 한다.

만일 소유권이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귀속된 물건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는 권한이라면, 소유권은 물건의 사람에 대한 귀속을 그 본질로 하고, 한편으로는 제3자가 그 물건에 관련해서 간섭이나 침해를 하지 않을 의무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유자가 자신에게 속한 물건에 대한 배타적 지배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규범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그 실체로 한다.(미주 4) 한 마디로, 소유권은 사회적 동의에 근거하여 규범적으로 인정되는 권능이다. 따라서 소유권의 행사는 타인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공공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사회규범과 법률에 의해 규율되어야 마땅하다.

예컨대, 토지에 대한 재산권이 귀속토지에 대한 사용·수익·처분의 권능으로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권의 행사는 단순히 제3자의 간섭과 침해를 배척하는 것만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권 행사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효과까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소유자의 귀속 토지에 대한 지배권은 사회적으로 승인되어야 할 권리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토지 지배를 매개로 한 봉건적 지배관계가 철폐된 것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뒤에 토지개혁을 실시하면서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토지 수용과 배분이 이루어진 것도 같은 이치이다. 부동산 투기와 지대 수취로 인해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 약자의 생활권과 주거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재산권 행사에 따르는 의무와 부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의 여파로 상가구역이 소멸됨으로써 수익기회를 상실한 데 대한 정당한 배상이 재산권 행사라는 이름으로 무시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생각되고 있다.

기업에서 공동결정 제도의 확립을 향하여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생산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기업에서 생산수단의 소유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자본소유자 및 그 대리인과 노동자들 사이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고, 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사회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그 인프라의 일부를 구성한다. 바로 이와 같은 기업의 구성과 현존방식은 사업 구상과 전개의 물적 표현인 생산설비의 확장과 축소, 이전과 폐쇄, 매각과 매입 등 기업의 재산권 행사가 엄격한 사회적 통제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이 자본의 형태를 취하여 사회적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한, 그 자본이 자연인에 귀속되든, 법인에 귀속되든, 공법상의 단체에 귀속되든 상관없이, 그 권력 자원의 운용과 처분은 응당 그 권력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

소유가 책임을 진다는 법리는 소유가 사회적으로 규율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사회국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국가는 반드시 법률로써 소유의 사회적 규율을 구현하여야 한다. 그러한 법률적 구현 형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일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 제도는 1951년 독일의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법제화되었고, 그 핵심은 공장과 기업의 경영이사회를 감독하는 감독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노사 공동결정법은 1952년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를 넘어서서 1천 명 이하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산되었고, 1976년의 「공동결정법」은 1천 명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기업들에 적용되었다. 그러나 석탄 및 철강 산업 분야를 제외하고는 감독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의 원칙이 100% 관철되지는 못했다.

소유가 책임을 진다는 말은 적어도 기업에서는 자본가가 소유권 행사를 통해 노동자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자본가의 소유권 행사는 노동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본이 노동 포섭의 권력으로 작용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규율되는 것을 가리켜 자본의 중립화라고 한다.

자본의 중립화가 기업의 규범으로 정립되면, 자본가나 그 대리인에게 인정되어 왔던 경영전권은 폐지되고, 기업의 인사정책과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결정하는 곳에 노동과 자본이 대등한 주체로 참여하여 공동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 자본가 독재는 노동과 자본의 참여와 공동결정에 기반을 둔 기업 민주주의 체제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

기업에서 노동과 자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면서도 서로 협력하도록 강제된다면, 기업의 성공은 노동과 자본이 적대적 대립에서 협력적 대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업을 조직할 때 더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다. 그 요체는 기업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이 참여하여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기업에서 자본가의 독재를 종식시키고, 그 제도적 기반인 소유권을 사회적으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영향이 전례 없이 커진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소유권 행사를 규율하는 과정에는 자본과 노동의 대표들만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운영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여야 하고, 해당 기업의 산업연관과 국민경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산별노조 대표들과 국가 대표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주

(미주 1) 소유권의 자유권적 성격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1791년) 제17조에 표현되었고, 그 직후에 제정된 프랑스 헌법과 나폴레옹 법전(1804)에 뿌리를 내렸고, 유럽 각국의 헌법에 채택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甲斐道太郞 외, 소유권 사상의 역사, 강금실 역(서울: 돌베개, 1984), 96ff. 109ff.를 보라.
(미주 2)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 제17조: “소유권은 불가침적이고 신성한 권리이므로, 법률적으로 확정된 공공의 필요가 이를 명백히 요구하고, 소유자가 사전에 동등한 보상을 받은 조건 아래서가 아니라면, 소유권은 그 누구에게서도 침탈될 수 없다.”
(미주 3)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선언」과 나폴레옹 법전에 명시된 소유권의 의미에 대해서는 甲斐道太郞 외, 소유권 사상의 역사, 강금실 역(서울: 돌베개, 1984), 96ff. 109ff.를 보라.
(미주 4) 이에 관련된 상세한 연구로는 이춘원, “所有權의 構造에 關한 一考察,” 『민사법학』 35(2007), 486ff.를 보라.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원돈 교수(한신대학교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