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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왕의 법과 하나님의 법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05.10 16:36
너 에스라는 네 손에 있는 네 하나님의 지혜를 따라 법관과 재판관을 임명하여 강 건너편 모든 백성 (곧) 네 하나님의 법을 아는 모든 사람들을 재판하게 하고 모르는 자들은 너희가 가르치라.(에스라 7,25)

성전이 우여곡절 끝에 재건되고 야훼를 찾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월절과 무교절을 지켰습니다. 이는 마치 옛날 여호수아와 함께 요단을 건넌 이스라엘이 여리고 평지에서 유월절과 무교절을 지켰던 것과 같습니다. 해방의 축제로 해방의 과정이 실질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의 말로 표현하자면 하드 웨어의 완성이므로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곧 법이었고, 이를 제공하는 사람이 곧 에스라입니다.

에스라는 아닥사스다 왕의 칙서를 가지고 이스라엘로 돌아옵니다. 이로 보건대 그는 포로의 후예였지만, 그곳에서 상당한 지위에 올랐던 사람입니다. 공식적 파견인만큼 그에게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그것은 예루살렘과 유다를 살피되 ‘그의 손에 있는 법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그 법은 하나님의 명령으로 왕의 명령과 함께 어겨서는 안되며, 어기면 사형, 귀양, 재산몰수 등의 형벌이 부과됩니다. 이를 위해 에스라에게는 모든 행정 및 재정 지원이 왕의 칙령으로 이루어지고 권한이 주어집니다.

▲ 이스라엘 백성에게 법을 가르치고 있는 에스라. ⓒGetty Image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제기됩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왕의 명령과 함께 지킨다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또 하나님의 명령이 어떤 것이길래 이른바 형사법상 중형으로 다스릴 수 있고 에스라에게 그와 같은 처벌 권한이 주어지는 것인가요? 하나님의 법을 지역통제를 위한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아니면 그 법이 최소한 왕의 명령과 제국에 복종케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분명 그러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성서의 법이 그와 같은 의도에 부합할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석하도록 신학적 장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서는 그 역입니다. 하나님의 법에 합치하지 않는 왕권과 그 법은 거부당하고 심판선언을 당합니다. 하나님은 땅의 왕권에 맞서 해방을 일으키시고 그 왕권을 하나님의 왕권 아래 두십니다. 땅의 모든 권력 행사에 대한 비판의 준거가 곧 하나님의 법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법을 페르시아 왕이 어떤 이유에서 사법적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지 상관없이 그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더나아가 그 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교육하라는 조치에 따라 그 법은 이제 일반 삶의 준거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왕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하나님의 해방의 역사를 기다리게 할 것입니다. 나중에 그들은 기도하며 자신들의 허물로 종살이를 하게 되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셨다고 고백하며 주변민족들과의 혼인관계를 정리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이 일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 일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부터 하나님의 법과 함께 그들 속에 희망을 심고 가꾸며 고통의 역사 속을 지나갈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역사하시며 미래를 열어가시는 하나님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가슴 밝아지는 오늘이기를. 하나님의 법이 우리의 기준이 되고 우리 가운데 위로와 사랑을 낳고 쉼과 평화를 실어오는 이 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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