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성서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이것도 저것도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10.01 16:14
▲ Johannes (Jan) Vermeer,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오신 그리스도(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1654-1656) ⓒGoogle Art Project/Wikipedia
주께서 (마르다에게) 대답하며 말씀하십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때문에 걱정하고 바쁜 마음이지만 몇 가지 또는 차라리 한 가지가 필요하다. 마리아는 좋은 것을 선택했고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누가복음 10,41-42)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는 말씀을 듣는 것이 더 낫다는 뻔한 결론에 이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조금 다른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38 마르다: 예수 초청
ⓑ 39 마리아: 예수의 말씀 들음

ⓐ 40a 마르다: 많은 일로 분주
ⓑ 40b  마리아가 거들도록 예수에게 부탁

ⓐ 41-42a 예수 → 마르다: 적거나 하나여도 충분
ⓑ 42b (→ 마리아): 좋은 것 선택, 빼앗기지 않을 것

이것은 예수와 마르다의 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마르다와 마리아가 abab형식으로 번갈아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직접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마르다는 바삐 일을 하다가 마리아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일을 도울 생각은 않고 예수의 이야기만 듣고 있는 마리아가 마르다에게는 얄밉게 보이고 속상했을 수 있습니다. 마르다는 마리아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예수께 마리아에게 말해서 자기를 돕게 해달라고 짜증 섞인 말투로 부탁합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하시던 이야기를 중단하시고 마르다에게 대답하십니다. 그런데 그 대답의 성격이 복잡합니다.

예수께서는 마르다의 사정을 모르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마치 마르다가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셨다는 듯 몇 가지만 해도 되고 한가지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마르다의 일을 과소평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일을 긍정하지만 지나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하던 일이 일순간에 멈춰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는 마리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하심으로 말씀 듣는 일을 높이 평가하고 그 선택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하심으로 마르다의 부탁을 거절하십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열려 있어서 독자에게 마르다의 그 다음 행동을 상상하게 합니다. 마리아의 선택을 잘한 것이라고 하셨으니 마르다는 그 이후 자신의 행동을 수정했을까요? 예수께서는 대화의 기회를 이용하여 일하는 마르다에게 이처럼 가르침을 주십니다. 일하는 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그러니 마르다의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르다의 예수 초청 없이 마리아의 좋은 선택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마르다의 일 없이는 마리아의 말씀 듣는 일도 계속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마르다에게는 자신의 일을 위해 말씀 듣는 일이 동시에 필요했습니다. 말씀이 없으면 그의 마음은 좁아지고 불평이 싹트고 자기 일의 의미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예수는 마리아를 편듦으로써 마르다를 듣는 일에 초청하고 그를 성숙한 자 되게 하려 하십니다.

이 이야기는 마리아와 마르다의 대립이 아니라 일과 말씀의 관계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말씀 없는 일은 공허해지기 쉽고,  말씀은 좋은 선택일지라도 일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일과 말씀이 이렇게 상보적임을 일깨워줍니다.

일과 말씀의 조화로 말씀 없는 일 때문에 지치거나 일 없는 말씀에 공허해지지 않는 오늘이기를. 일 하는 자의 마음이 좁아지지 않고 말씀듣는 자의 눈이 감기지 않아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성장을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목사(백합교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윤인중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인중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0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