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유일한 지구 ⓒGetty Image

해마다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덥고 긴 여름이 되고 있습니다. 한낮은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는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됩니다. 전례가 없는 가뭄과 집중호우, 태풍을 경험하며 기상재해로 인한 사고와 피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상이변이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전 세계의 도시가 더위로 끓어오르고, 끝을 모르는 가뭄으로 건조해진 숲에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슈퍼태풍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일으키는 기상재난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수만 년 동안 녹지 않던 극지방의 빙하들이 힘없이 녹아내리고, 바다의 수위가 높아져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뜨거운 여름은 어쩌다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들의 여름은 더욱더 덥고 길어질 것이고, 수백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기상 재난을 이제 일상처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기후 변화에 지금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져서 끝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별이 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처음 창조하신 세계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았던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창 1:31).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소명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면서 피조물들은 창조 세계의 온전함을 상실하는 고통 가운데 머물게 된 것이지요(롬 8:22). 지금 우리가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러 기후 변화의 징후는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이 거룩한 창조 세계를 파괴한 결과로 일어난 일이지 결코 하나님이 바라신 일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기후 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 세계의 온전함(Integrity of Creations)을 보전하는, 하나님의 생태 정의(Eco-justice)를 회복하는 일에 힘과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예배는 하나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예배를 통해 창조 세계에 생명을 풍성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거룩하고 존귀한 삶으로 초대받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예배를 통해 창조 세계의 회복과 보전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거룩한 부르심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 시대의 예배는 온전함을 잃어버린 창조 세계와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든 생명에게 ‘새 하늘 새 땅’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구원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일입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최초의 국제환경회의가 열렸습니다. 총 113개 나라와 257개 민간단체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환경에 관한 인간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유엔 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되었고, 회의 개막일인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한국 교회가 세운 환경선교 연합기구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운동 단체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984년부터 세계 환경의 날을 전후한 6월 첫째 주일을 ‘환경 주일’로 정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교회들과 ‘환경 주일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많은 교단과 교회가 연중 일정으로 환경 주일, 환경 선교 주일을 정해 예배하고 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여러 교단 및 단체와 함께 해마다 환경 현안과 관련된 환경 주일의 주제를 선정해 예배 순서와 설교문, 기도문, 현안 해설, 참고 자료 등의 내용을 담은 ‘환경 주일 예배 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하고, 환경 주일을 기념하는 ‘환경 주일 연합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풍성한 생명 창조 세계로의 부름,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찬양, 창조 세계 안에 함께 살아가는 피조물들의 고통을 듣고 함께 아파하는 기도, 그 고통의 원인인 우리의 어리석음과 욕심의 참회, 구원의 희망을 바라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 선포, 창조 세계의 온전함으로 초대받는 은혜의 성찬, 새 하늘 새 땅(계 21:1)의 희망을 품는 결단과 파송. 환경 주일 예배는 기후 변화를 일으켜 창조 세계의 온전함을 파괴한 어리석은 우리의 삶을 창조 세계의 온전함을 회복하는 삶으로 이끄시는 하나님과 은혜로운 만남의 자리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기독교 공동체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환경 주일을 정해서 환경 주일 예배를 정성껏 드리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환경 주일 예배를 드리는 일은 지구를 살리는 녹색교회의 출발점, 녹색 출애굽의 첫걸음입니다. 환경 주일 예배를 드리며 이 땅의 모든 기독교 공동체가 지구를 살리는 일에 나서게 될 때, 창조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어둠 가운데 빛을, 절망 가운데 희망을, 슬픔 가운데 기쁨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9월 25일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을 맞아 창조절(9월 첫째 주일부터 대림절 전까지의 기간)이 시작되는 9월 중에 한 주일을 환경 주일과 같이 ‘기후 주일’을 정해 한국 교회가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세상을 향해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공동행동을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창조 세계에 빛과 희망의 기쁨이 더 가득하게 되지 않을까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greenchur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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