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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와 연대, 지역에서 행동하기2021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5월호 ⑶
이종민(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 승인 2021.06.23 16:41
▲ 시간이 지나도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열망은 식지 않고 있다. ⓒGetty Image

미얀마, 광주, 5월 그리고 민주주의: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

군인들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났고,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미얀마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를 떠올렸다.

황인갑은 광주의 5월,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미얀마의 군부 통치가 하루 빨리 종식되고 민주운동이 승리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주영은 어렵사리 오월의 기억을 되짚어 올바른 기억을 향한 투쟁과 헌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하자 한다. 이종민은 미얀마를 향한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을 이겨내고,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연대의 기도를 시작했다.

신승민은 군사주의에 대항했던 우리들의 기억을 근거로 죽음을 불사한 미얀마 국민들의 항거에 마음 깊이 연대를 표하고, 민주화를 외치다 쓰러져 간 분들과 그 유가족 위에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박흥순은 청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광주시민이 하루 2시간씩 이틀을 꼬박 앉아서 ‘세 손가락 경례’(three fingers salute) 모양 ‘평화 손’ 손가락 인형을 만들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 기도했던 열정과 마음을 기억하며 두 손을 모았다.

이런 마음을 알았던 걸까? 미얀마 사람 데이비드는 처참하고 급박한 상황을 전하면서도 미얀마에 빛나는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함께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모두 미얀마 시민들의 고통을 나의 일처럼 맞이했다. 그들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무력해했다. 민주주의를 교육받은 이성에서 출발하는 의식의 흐름일까? 아니면 민주주의를 향한 고통의 경험이 주는 무의식의 흐름일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의식 속에서 그리고 동시에 무의식 속에서 미얀마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미얀마와 우리는 둘이 아니다.

미얀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고 착잡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80년 광주를 떠올리며 군부에 맞선 민주화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러나 우리와는 또 다르게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그 뒤에 산적해 보인다. 미얀마에는 지난 수 백년간 일어났던 세계 모든 문제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가깝게는 세계 초강대국이자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의 위상하락과 새로운 패권국가를 꿈꾸는 중국의 부상이 있다. 민주화파괴와 인권침해에도 그토록 이를 강조하며 세계 곳곳에 개입했던 미국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미얀마 군부의 뒷배에는 누가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미얀마에는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있고, 이들은 수십 년간 독립을 위해 싸웠다. 소수민족과 버마족의 연방정부 수립은 불완전했고, 소수민족들은 내부식민지 안에서 이등국민으로 살아야 했다. 최근 일어났던 로힝야 학살 문제도 역시 그러한 소수민족 정책의 결과였다. 군부의 정통성 문제도 우리와는 다르다.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제국주의의 아시아 지배전략에 의해 자주적 국가를 세울 수 없었던 어두운 역사를 되돌아 보게 된다.

군부는 결국 기득권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내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민주화를 지지하지만 내전은 더 큰 희생을 낳기에 제3자로서 전쟁을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희생은 오롯이 미얀마 사람들의 몫이 된다. 그렇다고 다시 권위주의 정권에 순응할 수도 없다. 해결책이 분명 있다면, 그 해결책을 응원하고 지지할텐데, 지금으로서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지난 2월 초 미얀마 쿠데타 소식을 듣고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어렵게 싹 틔운 민주화의 햇순을 군부가 무자비하게 밟은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가까운 미얀마인들, 미얀마에 가 있는 한인들이 있었기에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적어도 미얀마는 어디 먼 나라가 아니라, 내 이웃과 친구들의 문제였다. 쿠데타 소식을 들으며 일차적으로는 우리가 미얀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얀마 뿐 아니라 우리는 많은 아시아국가들에 대해 모르고 있다. 경제발전이 일어난 후 관광을 가거나 사업투자를 하고, 또 많은 아시아인들이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피상적으로 접촉할 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들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아시아국가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거나 그들과 연대해 온 경험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적다. 지난 수 십년간 우리가 이룬 성과를 자부하며,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그들을 규정해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얀마가 어떤 나라인지, 미얀마 쿠데타의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또 많은 지역 시민들이 공분하며 답을 물었지만, 나 역시 미얀마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판데믹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중에 하나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더 다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월 말 대학에서 박사과정중인 미얀마신부를 온라인 상으로 연결해 미얀마의 현재상황을 듣고, 미얀마의 역사와 쿠데타의 배경의 기초지식을 들었다. 미얀마인을 통해 듣는 목소리는 더욱 생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임에 함께 한 파주시민들이 단톡방에 모여 급하게 ‘미얀마와 연대하는 파주시민 모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떤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임의적이고 유동적인 그룹일 뿐이었다. 이러한 모임은 특정인이나 단체가 주도해서는 안되고, 참가자들의 자발성과 자율성의 의해 굴러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얀마와 무엇이라도 함께 하기를 바라는 파주시민들은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지하철역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한명이라도 미얀마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침묵으로 호소하였다. 그렇게 두 달여가 지나고 5월이 되면서 미얀마의 상황도 조금 변화가 있었고, 미얀마 문제는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시민들은 다음 행동으로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하길 원했다.

특히 미얀마의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생존위기에 몰린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얀마와 연대하는 파주 시민 모임은 그래서 매 주 목요일을 ‘미얀마를 기억하는 날’로 정하고 이 날 커피 한잔을 미얀마와 나누기로 하였다. 커피 한잔 값 3,000원을 미얀마에 기부하는 것이다. 한 달이면 1만 2천원이 된다. 이 정도 금액이면 난민 고아 한명의 한 달 식비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1년 동안 이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행동은 1년 뒤에 다시 결정하자는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생각은 글로벌하게 행동은 지역적으로’ 지역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거대한 이 세계의 모순과 맞서 싸울 때 가장 기초적 연대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파주에서 나눈 커피 한잔의 나비효과가 언젠가 미얀마의 희망으로 꽃피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이종민(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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