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하나님의 성전이라 칭하시는 것은 거룩하라는 명령과 다름 아니다. ⓒGetty Image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가 오래 되었지만 그 관계가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작은 집단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보다 큰 집단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가려져 있거나 비밀이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의 뜻을 예언자 같은 그의 사람들을 통해 알려주셨고, 그의 법으로 이미 모두 앞에 펼쳐 놓으셨습니다. 이처럼 명확하지는 않겠지만 하나님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말할 수 없도록 세상 곳곳에 그의 자취를 남기셨고 사람들에게 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드러난 존재입니다.

게다가 그의 뜻은 복잡하지도 않고 실행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이 세계 안에서 평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어떻게 알든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내용입니다. 설령 하나님을 모른다 해도 그의 뜻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러한 뜻이 실현된 그와 사람의 관계가 없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역사에서 하나님과 사람은 자주 충돌했고 그 역사는 갈등과 폭력이 정의와 평화를 대체하는 역사였습니다. 그 이유를 오늘의 이사야 본문은 이스라엘로 대표되는 사람들에게 진실과 공의가 없다는 데서 찾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자랑하고 그를 의지한다고 했던 사람들이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그것은 말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들려주셨고 또 그대로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누가 이 일을 했는지 모르는 듯 자신들이 만들고 섬기는 신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그들의 역사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그들이 얼마나 고집 센 자들인가를 ‘네 목의 힘줄은 쇠줄이고 네 이마는 청동’이라는 말로 나타내십니다. 하나님 경험은 그들을 달라지게 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하나님과 그의 법에 구속된다고 느껴서일까요? 하나님은 해방의 하나님이요 그의 법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 법인데, 그것을 굴레 내지 멍에라고 느낀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은 그들이 모태에서부터 반역자로 불리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이 뜻하시는 관계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을까요? 그렇게 들립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위해, 자신의 영광을 위해 그렇게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는 전적으로 하나님에게 있을 뿐이며, 그들에게서는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를 은총이 아니라고 폄훼할 수 있을까요? 또는 이래도 저래도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우리 가던 길을 계속 가도 무방하다고 생각할까요?

그러나 하나님이 그러한 이유를 대고서라도 이스라엘을 위해 새 일을 하시겠다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가 뜻하는 관계를 사람과 맺으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사랑이라는 말은 한마디 나오지 않지만 그것은 사랑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곧 하나님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사랑할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는 것이며 그의 영광입니다. 그들을 그들의 우상으로부터 돌려세우기 위해 하나님은 새 일을 계획하십니다.

진실과 공의는 평화의 토대입니다. 이것이 그와의 관계가 지향하는 목표이고 그가 새 일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입니다. 사람들 속에 진실과 공의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방해하는 것들이 이 세계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것들은, 총괄적으로 말한다면, 이익과 지배에 대한 욕망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욕망의 표현이 우상입니다. 그것들을 만들어놓고 만든 것을 통해 욕망충족의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합니다. 진실과 공의는 이와 충돌하기 때문에 진실과 공의를 요구하는 하나님은 이익과 지배를 지지하는 우상과 대립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새 일을 이루려하시는지 오늘의 고린도전서 본문이 이야기합니다. 이 본문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하시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레위기 19,2의 명령과 관련이 있습니다. 진실과 공의는 하나님이 여기서 말씀하시는 거룩함의 한 면입니다. 다른 한 면은 사랑입니다. 이웃과 이주민을 자기처럼 사랑하라(레 19,18.33-34). 이웃의 예로든 원수는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고 이웃도 아닌 이주민은 혐오와 무시의 대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진실과 공의의 대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러한 그들을 사랑하라고 하니 정말 따르기 어려운 명령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미움과 증오, 그리고 혐오와 무시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일상을 사랑으로 살며 진실과 공의를 이루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앞에서 사람이라면 미워할 수밖에 없었을 이스라엘과 끝까지 관계를 맺으려고 하신 것도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진실과 공의는 사랑의 실현이 되고 사랑은 진실과 공의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건대, 레위기 19장은 이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그렇게 살라고 하며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을 거룩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그렇게 살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새 일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리스도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해방된 우리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게 되었고 자유인으로서 거룩하라는 명령 앞에 서있습니다. 하나님은 과거 이스라엘에게 하셨던 것처럼 우리에게 명령만 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의 성령을 보내 우리 안에 계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성령이 계시는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부르십니다. 티끌에 불과한 우리를 성전이라고 높여주셨습니다.

성전이란 그의 이름으로 불리는 집입니다. 우리가 그의 성전이라면 우리 역시 그렇게 불릴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거룩하니 그의 성전을 더럽히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이 거룩한 것처럼 거룩하라는 명령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새 일은 이처럼 사람이 그리스도 사건으로 그의 영이 거주하는 성전이 되게 한 것입니다. 자신의 욕망 때문에 거룩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사람이 성령의 도우심과 일깨우심으로 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하나님의 새 일은 그의 성전인 우리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안에 성령이 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성령과 함께 성령을 따라 거룩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빕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리의 일상에서 그의 뜻을 따라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진실과 공의와 사랑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평화의 사회를 향해 전진하기를 빕니다. 성령께서 도우실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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