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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성경의 사회적 공동체협동조합의 원리와 성경 ⑵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 승인 2022.08.14 01:51
▲ 협동조합운동과 성경이 이야기하는 사회적 공동체 간의 유사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Getty Image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과 같은 근본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는 유사한 사회 현상을 겪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빈약하여 삶의 질이 떨어지고 기본적인 의료 주거 교육 등이 상업화되어 있어 고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나 녹색당과 같은 생태주의 정당이 부재하며 높은 범죄율로 고통을 받는다.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 가능할까? 중앙정부를 움직여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사민주의 정당이 부재하는 국가에서는 요원한 일이 된다. 결국 국가의 영향을 덜 받고 독립적인 사회적 공동체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협동조합운동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생겨났다. 19세기 로치데일에서 시작된 협동조합운동이 현대 협동조합운동의 효시가 된다.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출자로 구성하여 소비자조합, 금융조합 그리고 생산자조합으로 발전한다.

협동조합의 운영은 일반 기업과 달리 평등을 지향한 규율에 근거한 자치의 원칙을 따른다. 구약성경의 법이 권력층이 없는 자치원칙을 지향하는 것과 유사하다. 신약의 에클레시아의 출발은 예수의 사랑의 복음을 규율로 자치 공동체를 지향한다. 사도행전에는 경제생활의 유무상통을 시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교회사 교과서는 사도행전의 예루살렘 교회가 공산주의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 근거는 초기 예루살렘 교회가 물질을 공유하였어도 그것은 생산 수단의 공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조합의 원칙을 수행하였다고 보인다. 구성원은 평등을 지향하였고 자원을 공유하였다. 이는 현대적 개념으로는 소비조합과 금융조합을 융합하여 시행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협동조합의 구성원리와 실천은 성경의 사회적 공동체와 관련이 깊다.

현대 협동조합은 주로 유럽과 미국 서부 그리고 일본의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발전하였다. 유럽은 볼로냐, 밀라노와 캐나다 퀘벡 같은 도시가 유명하고 특히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서부의 농업협동조합 기업들이 유명하다. 일본은 고베 협동조합이 유명한데 유명한 기독교인 가가와 토요히코가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간사이 지역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협동조합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4만 명의 협동조합 기업 110여 개로 지난 70여 년 이상 발전하여 세계적인 협동조합으로 발전하였다. 몬드라곤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으로 소수민족인 바스크인들이 사는 지역에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설립한 사람은 가톨릭 사제인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아리에타이다. 그는 청년 시절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였고 한때 마르크스주의자로 활동하였다.

내전이 끝나고 몬드라곤에 사제로 부임하였다. 그는 가난한 지역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5-6명의 청년을 모아 석유 난로를 만드는 소규모 공장을 시작하였다. 이것이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시작이었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은 금융조합을 만들어 산업자본을 축적하였고 소비조합을 만들어 소비 비용을 합리적으로 줄여 나갔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소비조합 금융조합 생산조합을 고르게 발전시켜 나갔고 생산자조합인 기업도 건축, 전자, 식품, 스포츠 등 수백 개 분야로 늘려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 몬드라곤의 특징은 세계 경제의 위기가 도래하여도 실업이 적고 설사 실업이 발생해도 여러 조합에서 실업자를 재취업시킴으로써 조합원을 보호하였다. 몬드라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도 2008년 세계경제위기 때 경기가 위축되고 대량실업이 발생하였으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실업 발생도 적었고 오히려 그기간 동안 조합원 수를 더욱 늘였던 것을 보고 나서였다. 몬드라곤의 전자회사 파르고는 한국의 삼성과 LG의 유럽 진출로 급격하게 시장이 위축되어 파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파산한 파르고의 조합원들은 몬드라곤의 다른 기업에 모두 재고용되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기업의 장점은 우선 기업의 이윤이 아닌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사회적 연대를 우선하기 때문에 제임스 길리건이 말하였던 사회적 죽음을 방지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과 소비조합 금융조합으로 외부 기업과 경쟁하는 동시에 자율적 생존력이 높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명이 한 세기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데 몬드라곤은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사회적 기업으로써 현재 급부상하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비교적 용이할 거라는 전망도 가능해 보인다.

현대 민주사회는 이중적 모순에 시달린다. 국가는 어떤 형태의 정치 체제이든 지배와 피지배의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인적 지배를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만이 지배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현대 자본주의 기업들은 그 지배구조의 성격상 기업경영의 민주적 절차는 불가능하다. 우선 주주라는 투자자 보호 및 투자자 우선적 구조는 기업의 구성원의 이익보다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 보호하기 때문에 비민주적 지배구조와 정리해고 등 비인간적 행위를 벗어 벌릴 수 없다. 민주주의는 기업의 문앞에서 멈춘다는 격언은 그래서 나왔다. 일부 기업에서는 종업원 주주제도를 들여 적용하기는 하지만 그 비율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대문명은 정치의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모순과 기업 지배의 비민주적 성격으로 인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라는 하나의 국가와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명 붕괴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가 간의 협의체인 UN이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볼 때 현대 국가와 기업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고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은 사회와와 지역화로의 전환이 필수적이고 이 사회적 공동체의 자율성과 자치성을 통해 환경을 가꾸고 생산과 소비의 구조와 절차를 재구성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성경의 사회적 공동체는 현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제의적 교리적 공동체였던 교회를 사회적, 영적 공동체로 성경으로 귀환하여 재구성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종교 중심에서 사회와 연대, 교리와 신학의 지배에서 자치와 자율의 영적 공동체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cuc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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