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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 하지만 옛부터 있었던 꿈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영(에스겔 36,24-28; 고린도전서 3,16-17)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06.08 00:28
▲ Before the fall of Jerusalem, Ezekiel had grim visions of the city’s destruction, as illustrated in Quentin Massys’ painting. ⓒHeritage Images/Getty

제사장이었던 에스겔은 여호야긴이 바벨론으로 잡혀갈 때 함께 포로로 끌려갔고, 그후 5년이 되었을 때 예언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제사장으로 예언자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 제사장이었던 그는 예언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사장이 예언자가 된다는 것만큼 에스겔서에 나타난 성전의 변화도 놀랍습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을 예루살렘으로 데려가 성전 안팎에서 행해지는 우상숭배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십니다(겔 8장).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 밖의 일들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새로 세워질 성전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과거의 죄를 부끄러워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그렇게 하면 성전의 존재는 그들로 하여금 모든 법과 규례를 지키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의 하나님으로서 그들을 멸망시키셔야 했던 하나님은 달라진 그들 가운데 영원히 계실 것입니다(겔 43,1-12).

이러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 변화를 에스겔은 포로지에서 꿈꿉니다. 이 꿈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요? 오늘의 본문이 보여주는 대로 하나님께서 그 길을 직접 예비하십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해방시키시고 그들의 땅으로 데려오시고 맑은 물로 정결케 하신 다음 그들에게 새 영과 새마음을 주실 것입니다. 새 영이란 무엇인지요? 그 영은 그 다음에 언급되는 하나님의 영과 구분됩니다. 그러므로 새 영은 옛 영 대신 우리에게 주어지는 우리의 영일 것입니다. 우리의 영을 새롭게 하는 것이 이렇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새로운 존재로 재창조하시고자 하십니다. 아담 이후 굳어질 대로 굳어져셔 하나님을 생각할 수 없고 하나님을 모실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우리의 영을 하나님의 뜻에 정향시키시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영을 우리 안에 두어 우리가 하나님의 법과 규례를 지킬 수 있게 하십니다.

예레미야서에서 하나님은 우리 마음에 그의 법을 기록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에스겔은 그것이 이렇게 실현될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 영을 주시고 하나님의 영을 우리 가운데 두시는 것은 그냥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법을 지키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완성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꿈입니다. 하나님의 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법이란 우리가 배려하고 사랑함으로써 정의와 공의가 실현될 때 완성됩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까워진 사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순절 사건을 일으키셨습니다. 각 나라에서 예루살렘에 모인 사람들은 제자들에게서 자기들이 사는 지역의 말로 하나님이 하신 큰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 이 사건은 바벨탑 사건을 역으로 돌려놓은 사건입니다.

다만 그때처럼 한 언어로의 회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언어가 더이상 소통의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저 언어를 몰라도 자기의 말로 하나님의 사건에 대해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현재는 반복되지 않는다 해도 계속되어야 하는 오순절 사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소통입니다.

소통은 평화의 조건이며 하나님 나라의 일상입니다. 지금 갈등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곳에서 성령의 역사를 통해 언어, 문화, 지역, 체제의 차이가 해소되고, 소통으로 인해 대립과 대결이 중단되고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빕니다.

성령의 사건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안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곧 우리가 하나님의 법을 지키고 하나님이 우리와 관계를 맺는 최상의 표현이 ‘너희는 하나님의 영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오늘의 신약 본문에 있습니다.

죽음에 노출되어 있고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질그릇 같은 우리 몸에 하나님의 영이 계시고, 그 때문에 우리 몸이 하나님의 성전, 하나님의 집으로 일컬어지니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은총이지만, 그 은총은 우리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여합니다.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하나님의 성전인 우리는 거룩해야 한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레위기 저자가 19장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된 자들에게 하나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했던 말씀을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람이 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양자를 함께 읽으면 하나님의 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레위기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말로 귀결된다면, 고린도전서는 해서는 안 될 일들, 곧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는 일들을  언급합니다(고전 6,15 이하 참조).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릴 때 이미 체득되어야 하는 내용들입니다. 그런데도 성서에서 이를 반복해서 성인들에게 이야기하는 까닭은 단순히 그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전이 되는 것은 말에 있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말씀을 사는 것에 있습니다. 말씀이 우리 몸에서 ‘육신’이 되는 것에 있습니다. 그 몸은 사랑하는 일에 이미 가 있고 더럽히는 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해방된 이스라엘처럼 죽음의 힘으로부터 해방되어 이 땅에서 성령의 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으로 하나님의 영을 모시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이기를 빕니다. 세상의 온갖 방해에도 성령의 전으로 사는 삶이 큰 위로가 되고 새 힘의 근원이 되기를 빕니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우리가 우리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몸을 붙들어주시고 인도하실 것입니다. 어떤 일에도 위축되거나 소진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채우고 마르지 않고 우리 안에서 솟아나는 무한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 하나님과 함께 그 하나님 안에서 하나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백합이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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