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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단 페르난도 박사, 두 개의 한국과 자본주의를 말하다기독청년들과 만남을 통해 아시아 청년들의 노동 문제와 자본주의 문제 건네
이정훈 | 승인 2023.07.01 02:21
▲ 우단 페르난도 박사 초청 기독청년들과의 만남에서 우단 박사를 비롯 기독청년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문제에 집중해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사진 왼쪽부터 우단 박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자라를 마련한 안재웅 이사장, 우단 페르난도 박사, 통역을 맡은 최규희 NCCK 간사. ⓒ이정훈

우단 페르난도 박사가 지난 6월24부터 27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 ‘2023 국제아시아학회 아시아학술대회(AAS-in-Asia 2023)’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우단 박사는 스리랑카 빈민가에서 태어나 기독학생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관심은 저개발 국가들의 개발협력에 있다.

그가 기독학생운동과 스리랑카교회협의회 활동을 하는 동안 그의 멘토 역할을 자임했던 안재웅 이사장(YMCA 유지재단)이 학술대회 참석차 내한에 있던 우단 박사를 초청 기독청년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굵은 장마비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던 6월29일 오전 11시 기독교회관 701호에는 20여명의 기독청년운동 활동가들이 모였다. 모임을 주관한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를 비롯 EYCK(한국기독청년협의회), YMCA, NCCK에 소속되어 있는 활동가들이었다.

70-80년대 스리랑카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한국

이날 강연회는 최규희 NCCK 간사의 통역으로 우단 박사는 먼저 안 이사장과의 인연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984년 즈음 고등학생으로 SCM에서 활동하고 있던 때에 안 이사장은 WSCF의 리더자였고, 안 이사장이 서문을 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억 속에서 CCA에서 다시 만나 오랜 세월 친분을 쌓아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단 박사는 자신이 어렸을 때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언급했다. 그 당시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은 한국에 대해 늘 갈등이 있고, 가난한 국가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했다.

《Poverty to Prosperity》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스리랑카 정부 정보부 부국장 밀린다 라자팍샤와 강사, 엔지니어, 과학 저술가인 차누카 와테가마가 저술한 것으로 신할라어와 영어 번역본으로 각각 출판되었다. 한국의 발전 모델을 살펴본 것이다.

즉 이제 스리랑카에게 한국은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정부나 청년들에게 한국이 어떻게 가난을 극복하고 부유한 국가가 되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1950년대를 살았던 스리랑카 사람의 눈으로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단 박사는 간담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8일 스리랑카 대사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도 소개했다. 약 3만 6천 명의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분들이 계신데, 젊은 남자분들이 99%, 1% 정도가 여성 노동자들이 입국해 있다고 한다. 학술대회 참석차 방문한 대구 지역만 해도 6천 명 정도 일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젊은 남성 특히 남성 청년에게 꿈을 물어보면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이 많이 회자된다고 한다. 이전에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가기 싫은 나라로 분류되던 한국이 지금은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나라로 아주 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 우단 박사가 현재 스리랑카 정부를 비롯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을 소개했다. ⓒ이정훈

우단 박사가 기억하는 또 하나의 한국

하지만 우단 박사가 한국을 기억하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1987년 CCA Youth Training에서 한국 여성 두 청년과의 만남이었다. 그 당시 그분들이 이야기를 꺼낼 때 울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그 두 여성 중 한 여성분의 남자친구가 당시에 학생운동으로 희생되었는데, 바로 5.18 광주민주항쟁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에큐메니칼 한국의 동료들과 친구들과의 관계 덕분에 한국을 바라볼 때, 그저 가난을 극복한 나라와 같은 좋은 면만이 아니라, 비판적인 거리두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 스리랑카 대중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민중들의 고난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이해를 통해 우단 박사는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하는 점으로 관심이 모아졌다고 했다. 번영과 발전 등 진보의 이면에 한국 민중들이 겪었던 저항과 고난이 있었기에 그 어떤 진보를 이룬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진보와 발전을 이룬 겉모습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리랑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부를 통해 스리랑카도 그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노동하고 있는 3만 6천명은 이들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다섯 배를 곱해야 한다는 산술적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이들의 노동을 통해 많은 유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실 스리랑카를 비롯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리랑카에서 소위 화이트칼라로 일하는, 학교 교장이든 행정가든 공무원이든,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5년간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데, 그렇게 5년을 일하고 나면 스리랑카에서 평생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임금과 맞먹는다. 그야말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꿈 같은 이야기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한다. 먼저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E-9 비자를 받고, 4년 반 정도 일한 후에 한 번 더 연장해서 4년 반 더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전체 9년 동안 일을 하게 된다.

보통 이 E-9 비자를 받고 일하러 온 분들이 떠날 때에도 여전히 젊은 층에 속하는데 이는 E-9 비자는 30대 젊은이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9년 일하고 나면 정말 육체적으로는 완전히 변화된 상태로 돌아간다. 그래서 일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의 공통적인 건강 문제 중에 하나가 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계속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척추 디스크이다.

우단 박사는 바로 이 지점이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와서 일을 하면 얻게 될 수 있는 수익이 크고 값지지만, 그걸로 인해 잃게 되는 건강이 딜레마인 것이다. 바로 우단 박사가 앞서 언급한 어떤 개발이나 진보 이면에 도사린 문제인 것이다. 스리랑카나 한국 정부에게 당장 이런 노동을 금지시키라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 조건을 개선해 좀 더 건강하게 노동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 했다.

▲ 기독교회관 701호를 찾은 기독청년활동가들 ⓒKSCF 제공

전지구화되고 변화된 노동과 자본주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단 박사의 강연에 이어 질의응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우단 박사가 언급한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한 참석자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우단 박사는 자본주의와 항상 직결되는 것이 착취의 문제이지만 이미 자본주의의 본성이나 형태 조차도 많이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우단 박사는 최근 방영된 한 드마라를 소개했다. “Sorry. We missed you”라는 드라마였는데, 택배 노동자를 다루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현대 시대의 노동의 한 단면은 누구 노동자인지가 분명했던 시대가 점점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일하는 노동자가 누군지를 알 수 없는 형태의 노동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 쉽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다양한 노동환경 속에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점이 대두되고 저항이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우단 박사가에게 강연 주제가 미리 주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기자의 느낌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부탁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우스갯소리로 문제의 진수성찬이 차려진 듯 했다.

동남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의 청년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과 그들이 막상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해 만나게 되는 고강도의 노동과 착취, 더 넓게는 자본주의의 문제 등 어느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 투성이의 진수성찬 말이다. 우단 박사가 마련해 준 진수성찬은 이제 우리가 소화해야 할 문제로 남겨졌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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