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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도 신앙생활 하고 하나님 만나고 싶어 해요”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
이상훈 | 승인 2023.07.05 01:58
▲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종교인들은 혐오와 차별, 편견으로 일관하는 종교의 행태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상훈

지난 7월 1일(토) 서울 을지로2가 일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2015년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는 그간 서울광장에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서울시가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서울광장을 내주면서 퀴어문화축제는 장소가 변경되었다. 그럼에도 을지로2가에 자리를 만들어 ‘피어나라 퀴어나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축제가 진행된 것이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는 58개의 부스가 운영되었고 주최 측 추산으로 약 15만명이 참가했다. 이번 축제는 퍼레이드 도중 반대단체들의 구호는 들렸지만 커다란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찰은 축제에 앞서 50여 개의 기동대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 엘라이 부스로는 무지개 예수×성공회 무지개 네트워크×여름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무지개신학교×큐앤에이, 가톨릭 성소수자 모임 안개마을, 가톨릭 여성퀴어 알파오메가×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가톨릭독서포럼×우리신학연구소×천주교인권위원회가 참여했다. 이 부스들에서 축제에 참가한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도 하나님의 자녀

▲ 개신교 소속 성소수자 단체들의 부스 전경 ⓒ이상훈

먼저 개신교 부스에서 만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김정원 목사(여름교회)는 “혐오세력 대부분이 기독교인인데 이런 교회도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혐오세력에게는 성서와 항상 짝꿍 되는 것이 혐오라면 성서와 퀴어가 짝꿍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말씀카드 굿즈를 교회에서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동환 큐앤에이 사무국장은 “반동성애 진영에서 자기들이 동성애 쓰나미를 막는 거룩한 방파제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성소수쓰나미’라는 이름으로 티셔츠를 만들었.”며 웃었다. “티셔츠에는 예수님이 드랙을 하고 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이삭(활동명)’ 무지개예수 회원은 “우리사회가 굉장히 물질주의·개인주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데 신학생이고 전도사인 사람으로서 말을 던지자면,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회의 면면이 있고 거기에 기독교가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무지개 축복식 안내봉사를 맡은 가브리엘(가명)은 자신을 “성소수자이면서 성공회 신자”라고 소개하고 “예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오고 싶었는데 고향이 축제 장소들과 멀어서 못 오다가 대학교 들어와 올해에 처음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가족 단위로 오셔서 기도 받기도 하셨는데 어머님이 울 뻔 했다고 하셔서 저도 울컥했다.”며 “행진할 때 처음 보는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부모세대들도 앨라이분들이 계셔서 용기를 얻었다.”고 미소를 띄었다.

자신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목수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재광’ 씨는 “퀴어문화축제가 처음이었는데 참가하면서 3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고 했다. 바로 “자유, 안전, 해방”이라는 것이다. 이재광 씨는 특히 “저는 반동성애 기류가 강해졌을 때가 명성교회 세습사건 때와 얽혀 있다.”고 본다며 “교회의 불의를 가리기 위해 반동성애 쪽으로 블랙홀을 양산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천주교 부스에서 만난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천주교 내의 상황이 열악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자리를 옮겨 천주교 부스에서 마주친 ‘버논(활동명)’ 아르쿠스 부대표는 먼저 “천주교 성소수자 앨라이 모임 아르쿠스(라틴어로 ‘무지개’) 소속”이라고 밝히고 “성소수자도 똑같이 사람이고 똑같이 사랑 받고 싶어 합니다.”라며 “가톨릭 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최근 만들어졌는데 천천히 그들을 위한 자리가 계속 생겨갈 것입니다.”라는 희망을 표현했다.

아르쿠스 공동대표인 라파엘(활동명)은 현 가톨릭교회의 성소수자 신자들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퀴어 신자분들은 거의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를 잘 안 나와요. 이걸 냉담이라고 해요. 원인을 보면 성당의 신부님이나 신자분들의 혐오발언을 듣고 상처를 받아서예요. 교회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그들이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아요. 계속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하고 하느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다들 있어요.”

김태영 사도 요한 신부(천주교 인천교구)는 조금 특이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많은 퀴어분들이 오셔서 고해성사를 보셨는데 가톨릭 교리 때문에 많은 분들이 죄책감이 크실 줄 알았지만 의외로 개방적으로 이해해 주셔서 마음이 편했다.”며 “퀴어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교회도 그분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뒤로 하고 여러 부스를 방문하던 중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승아’라고 밝힌 고등학생은 “성소수자로 보지 말고 같은 사람이니까 있는 그대로 봤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성적 지향이 다르면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안 보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뜻깊은 이야기를 던져주었다.

▲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훈

그런 날과 세상을 꿈꾸어 본다

체감온도가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을지로 일대 도로는 무지개 머리띠와 팔찌를 두른 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개최 장소 문제로 애를 먹기도 했고 여러 가지 잡음이 들렸지만 축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이들에게 이 공간과 이 시간은 그야말로 축제와 해방 그 차체였다.

특히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이 개회사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의 삶이 피어나기를, 여러분의 웃음이 피어나고 우리의 형편이 나아가지기를, 그런 세상을 꿈꾸는 마음이며 아직 우리나라에 혐오와 차별이 가득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세상은 분명히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이상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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